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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외교의 최일선부터 지켜야

유주희 정치부 차장





“외교 측면에서 6·25 이후 가장 난해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 정부가 잘 헤쳐나가야죠.”

더불어민주당의 외교통인 위성락 의원은 지난달 23일 한 외교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외교부 내에서도 비슷한 한탄이 들려온다.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 달라진 위상으로 우리의 서해를 압박해오는 중국, ‘남북은 이제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한 후 러시아를 업고 무력을 키우는 북한까지. 반면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외교·안보의 파고를 이겨내야 할 우리의 체력은 미덥지 못하다. 첨단기술, 국방력, 정치적 안정성, 경제성장률,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출산율까지 걸리는 것투성이다.

이러한 시기에 새 정부가 들어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인사라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이 저지른 과오로 인해 진작부터 보은 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걱정되는 ‘타깃’이 특임공관장 자리다. 특임공관장 제도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발탁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교·안보의 최일선인 만큼 한국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최고의 인재들로만 채워야 할 자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모든 정권에서 특임공관장 낙하산 인사 및 자질 문제가 불거졌다. 심지어 최근 10여 년 사이 인사 낙맥상은 고질병이 되는 양상마저 보인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에서는 미얀마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유재경 주미얀마대사가 최순실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외교부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처럼 특임공관장 비율을 30%(박근혜 정권 시절 15%)까지 늘리겠다고 천명한 문재인 정권 때는 첫 공관장 인사에서 캠프 출신 등이 대거 특임공관장 자리를 차지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수사 중 출국 금지 상태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무리하게 임명됐다가 결국 25일 만에 사임한 사례도 있다. 이 전 대사 같은 군 출신 십수 명이 윤석열 정권에서 특임공관장으로 부임한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밖에 최근 10년간 주중대사직을 꾸준히 특임대사가 맡았는데, 대체로 중국과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었고 임기 종료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통령의 복심을 대사로 앉히면 외교도 잘될 것이라는 가설은 폐기할 때다.

이번 대선판에서도 이런저런 인사들이 대사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예상하다시피 전문성도 없어 ‘욕심 사납다’는 평가가 따라붙고는 한다. 외교관의 꽃을 낙하산들이 꺾어가는 모습에 허탈해하며 외교부를 떠나는 주니어들의 소식 또한 끊이지 않는다. 외교·안보의 격랑을 헤쳐가야 할 새 정부가 보은에도, 코드에도 얽매이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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