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안탈리아는 한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도시다. 특히 골퍼들에게는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안탈리아는 골프를 위한, 골프에 의한, 골프의 도시로 불릴 만큼 골프 여행에 최적인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중해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넘쳐나는 튀르키예 안탈리아.
봄 햇살이 가득했던 5월 초 이곳을 직접 찾아 안탈리아만이 가지고 있는 골프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찬찬히 뜯어봤다.
동서양의 매력을 모두 가진 휴양지, 안탈리아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 밤. 우리 일행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을 거쳐 안탈리아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을 출발해 이스탄불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하는 과정을 포함한 총 12시간의 여정 끝에 안탈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동양과 서양의 어느 중간 지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나라다.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지는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풍경,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 낸 미식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여행 애호가들 사이에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히는 나라다.
그중에서도 ‘신들의 휴양지’로 불리는 안탈리아는 튀르키예 서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최대 휴양 도시다. 안탈리아의 202개 해변이 친환경 해변에만 주어지는 ‘블루 플래그’(Blue Flag)를 획득했다. 블루 플래그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환경교육재단(Foundation for Enviormental Education)이 해변의 안전과 환경, 수질 관리 부문 등 100여 가지 항목을 충족한 청정 해변에 수여하는 인증으로, 국제적 권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도군이 지난 4월 국내 처음으로 블루 플래그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안탈리아에는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숙식·주류·엔터테인먼트 비용까지 모두 숙박료에 포함) 서비스를 제공하는 5성급 호텔이 해변을 따라 줄지어 들어서 있어 수영, 윈드서핑 등의 다양한 수상 스포츠와 골프를 즐기기에 좋다. 더불어 로마 시대의 유적과 오스만 시대의 건축 양식이 혼재해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골프만을 위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벨렉이 정답
안탈리아 공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30㎞)에 위치한 벨렉(Belek)은 17개의 18홀 골프코스, 총 306개 홀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골프 파라다이스를 연상케 하는 유럽 최고의 골프 천국이다.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곳도 벨렉이었다.
벨렉은 골프 인구가 적은 튀르키예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골프만을 위해 설계된 도시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의 골프코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벨렉 지역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10km의 해안선을 따라 그림 같은 코스를 만날 수 있다. 남쪽으로는 아름다운 지중해, 북쪽으로는 눈이 덮인 토러스 산맥을 바라보며 환상적인 샷을 날릴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골프장들이 몰려 있는 만큼 벨렉 내 숙소를 잡는다면 차로 15분 이내에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가진 골프클럽을 찾아 매력들을 쉽게 비교할 수도 있다.
안탈리아 벨렉의 톱5 골프코스
●레그넘 카리야GC
레그넘 카리야GC(파72 · 7223야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재개된 2025 DP월드 투어 터키항공 오픈이 치러진 곳이다. 2008년에 개장해 비록 역사는 짧지만 세계 100대 골프클럽에 선정될 만큼 명성은 여느 골프장에 뒤지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조명시설을 설치해 야간에도 라운드가 가능하다.
디 오픈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고 2018년 타계한 호주의 골프 전설 피터 톰슨이 전통적인 영국식 스타일로 디자인한 코스다. 75개나 되는 벙커와 3개의 커다란 호수로 전략성을 갖춰 자신의 골프 실력을 가늠해 보려는 골퍼라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설계자 톰슨이 우승했던 런던 인근의 히스랜드 코스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히스 묘목을 100만 그루 이상 코스에 옮겨 심었하다. 평론가들은 이곳을 '지중해성 버크셔 골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글로리아GC
글로리아 그룹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안탈리아 개발 초창기에 생겼다. 1997년 문을 연 챔피언십 올드 코스는 여섯 번의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글로리아GC는 튀르키예에서는 유일하게 45홀 정규 코스를 갖추고 있다.
올드 코스(파72 · 7140야드), 뉴 코스(파72 · 7133야드), 베르데 코스(파35 · 3196야드)는 전반적으로 코스가 길고 풍경도 훌륭하다. 특히 베르데 코스는 9홀에 불과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최정상 코스로 인정받을 만큼 최고의 코스 레이아웃을 자랑한다.
또한 이곳은 튀르키예 최초이자 유일하게 드라이빙레인지에 론치 모니터인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했다.
●몽고메리 맥스 로얄GC
몽고메리 맥스 로얄GC(파72 · 7132야드)는 전 홀에 걸쳐 흠잡을 데 없이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를 갖췄다. 햇살이 비치면 조각상 같은 소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지중해의 풍광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골프클럽이다.
이 코스에서는 단순히 라운드를 하는 것을 넘어 골프의 전설 콜린 몽고메리가 창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몬티’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출신 몽고메리는 이곳에 자신의 골프 인생을 집대성한 독특한 코스를 조성했다. 해안의 파노라마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이 코스는 프로부터 초보자까지 모든 수준의 골퍼에게 도전적이면서도 매끄러운 코스를 선사한다.
또한 후반 9홀은 라이트 시설이 설치돼 있어 해가 진 후 저녁 라운드가 가능하다. 산뜻한 지중해의 저녁 공기를 느끼며 플레이하는 것도 안탈리아 골프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코넬리아GC
코넬리아 다이아몬드 호텔에서 운영하는 총 27홀 코스다. 1번 홀을 시작으로 18번 홀까지를 킹 코스(파72 · 6969야드)라고 하고 19번 홀에서 시작해 9번 홀에서 아웃을 하면 프린스 코스(파72 · 6916야드), 10번 홀에서 27번 홀은 퀸 코스(파72 · 7011야드)가 된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레귤러 티잉 구역 기준으로 전장 6800야드가 넘고 레이디 티잉 구역도 5360야드에 이를 만큼 길이가 만만치 않다.
현재 유럽 선수 중 가장 많은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7회)을 갖고 있는 잉글랜드의 닉 팔도가 설계한 코스로 거리와 방향 모두를 잡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코스가 긴 데다 전체적으로 도그레그 홀이 많아 티샷의 방향이 매주 중요하다. 전 홀에 걸쳐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있어 페어웨이를 지켜도 낙하지점에 따라 세컨드 샷 공략이 매우 곤란해질 수 있다.
●안탈리아GC
환상적인 배경을 병풍 삼아 라운드를 즐기고 싶다면 1994년 개장한 ‘내셔널 골프클럽’이 제격이다. 채소 브로콜리를 닮은 이탈리아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어우러진 완만한 코스가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안탈리아GC는 술탄 코스(파72 · 7083야드)와 파샤 코스(파71 · 6267야드)로 조성돼 있다. 터키 PGA의 본거지로 선정된 술탄 코스의 경우 핸디캡이 낮은 골퍼를 고려해 설계된 점이 큰 특징이다.
파샤 코스는 넓은 페어웨이, 도전적인 도그레그 홀, 잘 배치된 벙커, 난도 높은 그린 등 다양한 핸디캡을 가진 골퍼들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