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명문을 넘어 세계적인 인재들이 모이는 글로벌 영재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박하식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에듀로 전 세계 인재들을 불러 모으겠다”며 내년 개교 30주년을 앞둔 민사고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사고는 1996년 설립자인 고(故)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영국의 명문 이튼스쿨보다 좋은 학교를 세우겠다는 목표로 문을 열었다.
박 교장은 지난해 3월 제9대 교장으로 취임하며 20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서울 현대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1997년 민사고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4년까지 교감을 맡아 국제반 개설, 대학학점선이수제(AP) 과정 도입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04년 용인한국외대부설고 교감을 맡아 학교 설립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명지외고(현 경기외고) 교장으로 부임, 국내 최초로 국제바칼로레아(IB)를 도입해 수업 혁신을 이끌었다. 2013년에는 삼성그룹의 부름을 받고 광역 단위 자율형사립고인 충남삼성고 개교 준비를 총괄했으며 이듬해 개교와 함께 교장을 맡아 무학년 무계열제를 도입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며 단기간에 입시 명문으로 이끌었다.
‘교육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평가받는 그가 20년 만에 민사고로 복귀한 것은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원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요청 때문이다. 민사고는 일반고 전환 위기는 모면했지만 정원내전형에서 사회통합전형과 지역인재전형으로 각 20%씩 의무 선발하는 규정으로 인해 학생 선발권이 제약을 받으면서 학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민사고는 대한민국 교육의 실험실이자 모델 학교로 입시 성과에 그치지 않고 리더 양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많은 국제 네트워크 속에서 민사고의 교육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낸 교육 노하우를 전 세계 영재를 대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문 학교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렸다. 민사고는 국내 최초로 고교학점제 도입, 국제반 운영, 한복 교복 채택 등 당시 획기적인 교육정책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국내 대표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그는 “민사고는 국제사회에 소개해도 전혀 손색 없는 학교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유학생 비자를 고등학생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데 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 영재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첫 단계로 박 교장은 부임 이후 ‘K디플로마(KMLA Diploma)’ 교육과정을 도입해 글로벌 영재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1학년부터 적용된 K디플로마는 세계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일종의 수여증이다. K디플로마를 수여한 학생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그 실력을 인정받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는 “K디플로마는 민사고의 교육을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젊은이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국제적인 성장의 첫걸음”이라며 “이를 통해 IB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주요 대학들이 인정하는 세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0년 넘게 현장을 지키며 교육 혁신을 고민해온 박 교장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교육 철학·목표의 부재와 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 활동은 입시와 진학 준비가 아니라 개정 교육과정에서 밝히고 있는 인간상과 핵심 역량을 평가해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학교별로 고민하고 연구하며 실천해가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그런 교육을 충실히 하는 과정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대학 입시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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