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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중남미에서도 정치 세력이나 지지층 간의 대립과 반목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대 세력에 대한 극단적 비난과 사법 소송은 물론이고 폭력 행위도 자주 발생한다.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는 민주주의 확산과 연계돼 있다. 독재국가에서는 진심이든 공포 때문이든 집권 세력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양극화라는 표현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 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30년 전 세계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았는데 현재는 44%를 차지한다. 민주국가가 많아지니 정치적 대립도 많아진 것이다.

우리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가들은 성숙한 시민정신이 정착할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서구 민주국가들도 과거 극단적 대립 상황을 겪은 후 관용과 소수 존중의 문화가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미국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76%가 ‘미국 내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탓했다. 양극화가 문제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원인 분석에는 이념과 진영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 중 두 가지 정도가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다름’에 대한 거부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시간 동안 우리는 대체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는데 갑자기 지난 50년간 세계는 1일 생활권으로 변했다. 하지만 지구촌이 됐다고 해서 다름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며 그런 적응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름과의 공존’을 강요받고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다문화 사회의 양극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분석이다.

또 다른 설명은 우리처럼 동질성이 강한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소통 수단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 간의 공감대 형성 또는 편 가르기 수단도 획기적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정치적 양극화의 특징 중 하나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보다는 집단적 정체성 간의 충돌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낙태 문제에 대해 찬성·반대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진보·보수 중 어느 쪽에 속하느냐가 더 중요한 편 가르기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판단지향적 사회와 확증편향 등의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우리처럼 빠른 시간 안에 성장과 변화를 이룬 사회는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한 것 같다.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국민이 인터넷에 노출돼 있고 타인의 외모와 행실에 관한 정보와 평가가 넘쳐난다. 정치적 성향과 출신 지역 등에 따른 집단 정체성도 강하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편 가르기가 우세하면 개인,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어렵다. 자신과 신체적 특성이 다르거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인권의 요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가 인권 의식을 갖고 성장해 모든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도록 도와줘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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