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추진하는 등 전화 통화를 했다는 내용 관련, 미국 백악관이 이렇다 할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인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2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한·미동맹 발전에 협력하고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대통령은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해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가기로 했으며, 두 사람은 통화에서 각자가 겪은 피습의 경험을 공유했다고도 대통령실은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반면 미국 측은 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이틀 넘게 발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만 둘의 통화 사실을 짧게 전할 뿐이다. 로이터는 "백악관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했고 둘은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 간 통화와 관련된 백악관 발표나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해당 게시글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 결과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평화회담 관련 소식은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 4월 8일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방위비와 관련해 논의했다고 소개했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갈등을 벌인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나 프리드리히 메르츠 신임 독일 총리와 통화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통화를 공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로키'(low-key·조용한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화 시점도 이전 정부와 달리 상당히 늦어진 데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백악관의 첫 반응은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다"면서도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라는 압력을 전했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중국·러시아 등 다른 주요 정상과의 접촉은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가 정상 간 통화 일정에 시간 차를 두면서 이재명 정부가 외교 노선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골프 회동' 제안이 성사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많은 정상들이 그동안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를 추진해 왔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을 한 외국 정상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일하다.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동에 성공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남아공 대표 프로 골프 선수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을 동행하기도 했지만, 정작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제기해 굴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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