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사하는 ‘혼밥’ 노인일수록 우울 수준이 심각하고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정신건강 악화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8일 학회지 한국노년학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노인의 소득과 우울에 관한 경로분석: 혼밥 여부의 매개효과’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 1712명의 가구소득, 혼밥 여부, 우울 수준 등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72.3세로 남성은 739명(43.2%), 여성은 973명(56.8%)이었다. 소득이 높은 노인은 혼자 식사할 가능성과 우울 수준이 모두 낮은 반면, 저소득 노인은 혼밥 빈도가 높고 우울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남성이거나 배우자가 없는 노인일수록 혼밥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현상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통계청의 ‘2024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82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5.3%에 달했다. 이 중 70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가 149만4000가구로 전체의 19.1%를 차지, 연령대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식사는 영양학적 필요를 넘어 사회적 교류를 형성하는 대표적 행위”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노인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관계에서 얻는 정서적 즐거움보다는 경제적 생존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민간 단체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는 영양 개선에는 기여하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해 빈곤 노인의 사회적 관계나 지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동반 식사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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