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뮤즈가 된 음악, 영감이 된 현대미술 [박소정의 아트 비즈니스]

박소정 더 트리니티 대표(한국공공외교학회 문화외교 이사)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조된 감각의 결핍은 오히려 새로운 문화 소비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공간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오감(五感)의 스크립트를 담아내는 감성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예술은 그 플랫폼을 작동시키는 정서적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기업과 브랜드는 공간을 물리적 배경이 아닌, 예술과 경험을 결합한 큐레이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도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사운드 브랜딩’은 글로벌 호텔, 자동차 브랜드, 문화 공간 등의 전략적 화두다. 이는 더 이상 예술이 '장식'이나 '배경'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와 정서적 공감을 만드는 매개가 되고 있다. 일찌감치 패션 브랜드에 있어서는 루이비통이 브랜드의 현대, 미래적 철학을 강조하고자 미니멀리즘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와 같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패션과 음악의 미니멀 세계관을 연결해왔다.

구찌는 아방가르드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험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샤넬은 전통과 현대의 우아함을 전하기 위해 클래식에 대중음악을 선택한다. BMW는 전기차 사운드를 위해 독일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와 협업하며 운전 중 사운드의 경험을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브랜드 전략으로서의 ‘사운드 브랜딩’을 이야기하기 이전, 예술의 본질은 언제나 서로 다른 감각의 대화를 통해 탄생해왔는데, 이 지점에서 순수한 영감의 교류로서 서로의 뮤즈가 되었던 현대미술가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음악가들의 사례는 흥미롭다.

마침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로 경험하는 것’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진 영국의 하이파이 스피커 케프 코리아가 신라호텔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VIP프로그램의 세션 진행을 필자에게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가 조각가 헨리무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케프 ‘뮤온’의 청음회였다. 아트디렉터로서 공간과 음악, 현대미술이 청중에게 하나의 울림으로 전달되도록 예술과 예술을 잇는 여정을 준비했다. 고전부터 동시대 작곡가의 실험적 사운드의 각 곡을 하나의 예술 작품과 짝지어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 협업이 단순한 청음회를 넘어, 예술이 삶과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기를 바랐다.

이미지투데이




한때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에브리바디스 체인징’으로 브리티쉬펍을 대표해온 영국밴드 ‘킨’은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조각으로 구현하는 ‘데오도란트’연작을 통해 잘 알려진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아티스트 권오상 작가의 팬이다.

킨은 음반을 구상하는 중 권 작가에게 앨범 커버를 위한 작품을 의뢰를 했고, 그는 킨의 멤버 4명을 전신 조각상을 작업하기위한 사진작업을 위해 런던으로 건너갔다. 완성된 조각작품은 킨의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고, 킨이 첫 한국 내한을 결심하게 된 인터뷰에서 아티스트 권오상의 추천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한 바가 있다. 내한 콘서트에서는 권 작가를 스피커 바로 옆으로 초대했는데, 그 순간 킨의 라이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 작업 중에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서로의 뮤즈가 된 셈이다.

회화와 사운드를 하나의 감각적 언어로 스스로 통합해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있다.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 ‘이시 우드’의 회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오브제와 초현실적 정서는, 사운드 작업으로까지 전이시키며 동시대인의 불안과 무의식을 공감각적으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히 음악에서 회화적 영감을 받는 것을 넘어, 두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오디오와 비주얼의 서사를 일관된 철학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밤, 우리는 한 음의 울림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와 연결되고, 한 작가의 숨결이 어떻게 선율과 공명하는지를 경험했다. ‘소리의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가 아니었을까. 음악과 미술, 서로 다른 감각의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뮤즈가 되는 순간, 예술은 감각을 넘어 우리 내면에 깊이 각인된다.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