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저가 드론에 ‘체면’ 구긴 러시아, 보유 ‘전략폭격기’ 뭐가 있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전인 지난 5월 17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지역 벨라야 공군기지 모습(왼쪽)과, 공격 이후인 지난 6월 2일 벨라야 공군기지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1일(현지 시간) 러시아 본토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자폭 드론으로 공격해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Tu-160를 비롯한 41의전략폭격기 파괴하거나 손상시켰다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시켰다. 심지어 공격 대상 일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5000㎞나 떨어졌다.

일각에선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허를 찌르는 기습 공격 감행이 성공해 러시아가 전략폭격기 40여대, 약 70억 달러(약 9조 4700억 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드론이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는 평가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르쿠츠크는 최전선에서 4300㎞ 이상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가 이 정도로 멀리 떨어진 지역을 드론으로 타격한 것은 전쟁 발발 이후 첫 사례다. BBC는 “2022년 2월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한 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가장 정교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인 세르히 쿠잔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전략폭격기는 전부 120대뿐인데 우리는 40대를 공격했다”며 “정말 엄청난 숫자”라고 했다.

이번 공격이 1941년 일본 ‘진주만 공습’에 비견된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맥스 부트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해전의 중심 축을 전함에서 항공모함으로 바꿨듯 이번 드론 공습은 유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매체들 주장처럼) 피해가 크지는 않다”며 “수리해서 쓰면 된다”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격은 러시아에게 심각한 피해로, 러시군 핵전력의 한 축이 상당히 파괴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러시아는 지상·해상·공중 발사 플랫폼으로 구성된 핵무기 삼축(triad) 중에서 공중 발사 수단은 가장 적게 의존하지만, 지상발사 ICBM이 60%, 잠수함 발사 30%, 폭격기 발사도 10%나 차지한다.

러시아의 ‘Tu-160M’ 장거리 초음속 전략 폭격기. 기존 Tu-160을 일부 개량한 기종이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러시아는 전략폭격기는 어떤 기종을 보유하고 있을까. 크게 세 종류의 전략폭격기가 있다. ‘투폴레프(Tu)-22M3’, ‘Tu-95MS’, ‘Tu-160’ 등이다.

Tu-22M3은 NK-25 터보팬 엔진 2개를 장착해 최대 속도가 마하 1.88(시속 2300㎞)에 달하는 구소련 시절이던 1970년대 개발된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 나토 분류명 ‘백파이어’(Backfire)의 개량형이다. Tu-22M 계열의 주요 특징은 미국의 B-1B처럼 주익이 가변익이라는 점이다.

제원은 길이 43.46m, 날개폭 34.28m, 높이 11.05m, 자체중량 5만 4000㎏, 최대이륙중량 12만 4000㎏이며, 항속거리 6800㎞에 달한다. 주요 무장은 좌우 날개 아래에 각 한 발과 동체 아래 반매입식으로 한 발을 탑재할 수 있는 ‘Kh-22’ 장거리 순항미사일 외에 다양한 폭탄과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핵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러시아군은 2022년 4월 이 전폭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집중 폭격했다. 대당 가격은 2억~3억 달러(약 2706억~4059억 원)로 알려졌다.

폭탄창에서 재래식 폭탄을 투하하는 ‘Tu-22M3’ 전략폭격기. 사진 제공=러시아 국방부




지난 1952년 11월 12일 첫 비행에 성공한 Tu-95 전략폭격기는 사실 미국의 B-29 폭격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유인 즉 소련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를 운반할 폭격기가 없었다. 결국 1944년 일본 공습 후 소련에 불시착한 B-29 폭격기를 모방해 Tu-95 전략폭격기의 선조격인 Tu-4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최신형인 항속거리 1만 5000㎞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Tu-95MS는 냉전 시기 미국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대 이륙중량 188t, 최대 시속 925㎞에 달한다. 핵탄두를 얹을 수 있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Kh-55)을 최대 8발까지 탑재하는 게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2628만 달러(약 360억 원)로 추정된다.

B-52와 더불어 가장 오랫동안 운용된 폭격기 중 하나다. 러시아가 가진 폭격기 중에서 가장 멀리 비행이 가능해 혼자서 대륙 횡단도 할 수 있다. 동아시아는 물론 광활한 러시아의 주변 해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붙인 코드명은 ‘베어’다.

원거리에 있거나 후방 깊숙한 곳에 있는 적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장착한 터보프롭 엔진에서 나오는 고출력이 장점으로 일찌감치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 또는 해상초계기로 개조돼 다용도로 운용되고 있다. 무장은 최대 15t까지 가능하고, Tu-95V 기종에 제한적으로 ‘RDS-202’ 수소 폭탄 1발을 장착할 수 있다.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던 ‘Tu-95’ 전략폭격기. 사진 제공=러시아 국방부


Tu-160은 초음속 폭격기로 핵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다. 태평양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극동에 처음으로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을 배치했다. 러시아 공군 제22 항공사단 예하인 사라토프주 옌겔스 공군 비행장에서만 운용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붙인 코드명은 ‘블랙잭’이다.

기체 전체가 흰색으로 도색돼 '백조'(White Swan)라고 불리는 Tu-160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가변익(상황에 따라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날개)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1975년 개발해 첫 비행을 1981년에 성공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총 36대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4대의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해 최고속도는 시속 2200㎞(마하 2.05), 항속거리는 1만 4000㎞에 달한다. 공중급유를 받지 않고 미국 본토와 유럽 전역, 인도와 싱가포르 등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를 폭격하는 게 가능하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고, 가장 크고, 가장 무겁다. 자체 중량만 110t, 무기 탑재량도 무려 45t으로 전 세계 폭격기 중 최고 수준이다.

핵 순항미사일과 재래식 폭탄 등을 다양하게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은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스텔스 폭격기 B-1B 랜서가 Tu-160에 대항하고 있다. B-1B 랜서는 속도에선 Tu-160에 뒤쳐지지만, 스텔스 성능을 갖춰 10㎞밖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파괴된 Tu-95와 Tu-22M3 폭격기는 현재는 생산이 중단됐는데, 이들 항공기를 대체할 새로운 항공기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이 폭격기들은 1990년대 이전에 제작된 30~40년 이상 모델로 구소련 해체 직후인 1990년대 러시아가 극도의 경제난에 빠지면서 폭격기 설계와 생산 시설 및 인력이 상당수 사라졌다는 대목이다. 비싼 가격도 발목을 잡고 있다. Tu-22, Tu-160 등 초음속 전략 폭격기는 제작비만 2억 달러(약 2705억 원)가 넘어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