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이 난치성 신경계 질환 정복을 위한 차세대 RNA(리보핵산) 유전자 편집 기술 개발의 첫 발을 뗐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 소속 김영광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2025년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과제의 제목은 '유도진화를 이용한 차세대 RNA 표적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고도화 및 난치성 신경계 질환 치료 응용'이다. 향후 5년 동안 총 28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고 그 중 18억6000만 원은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집행된다. 김영광 교수가 책임연구자로 선정됐고 김기표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채동우 연세의대 교수, 송지환 아이피에스바이오 대표 등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RNA를 정밀하게 편집하고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 치료가 어려운 신경계 질환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유전자가위는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자르고 바꾸는 기술이다.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주대상이었던 DNA의 경우 편집 결과가 비가역적이어서 부작용 발생 시 복구가 어려웠다. DNA를 자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포독성이 체내 유전자 교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안전성 우려가 있었던 실정이다. 반면 RNA는 실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정보로, DNA가 만든 '복사본'에 해당한다. 즉, RNA를 편집하면 DNA는 그대로 두면서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생산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안전하고 정밀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유도진화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결합해 기존의 RNA 유전자가위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도진화란 자연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 과정을 실험실에서 빠르게 재현해 더 뛰어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2018년과 2020년 노벨화학상을 각각 수상한 유도진화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두 기술을 결합해 RNA를 더욱 정확하고 안전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특히 헌팅턴병,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 병 등 기존에는 손쓸 수 없었던 난치성 신경계 질환에 새로운 치료 전략을 시도하게 된다.
학계에서는 병리학·의생명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교수진과 외부 대학, 민간 바이오기업이 협력하는 다학제 융합 연구로 추진된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단일 기술을 넘어 신약 후보물질 개발, 동물모델 검증, 산업화 가능성까지 연계되는 구조다.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정밀의학을 한층 고도화하고 암, 유전병,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광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법 없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정확하고 안전한 RNA 편집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정밀의학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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