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문 전 대통령이 요청한 울산지방법원으로의 사건 이송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계속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이 각각 제출한 사건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재판 대응의 실효성과 경호 문제를 이유로 지난 10일 재판부에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이송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전주지방법원으로의 이송을 요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이 법원의 관할에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두 피고인은 대향범에 해당해 합일확정 필요성이 있고, 사건을 울산이나 전주 중 어느 한 곳으로 이송하더라도 신청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향범은 두 사람 이상의 참여자가 서로 다른 역할을 통해 동일한 범죄 목적을 실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뇌물죄가 이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법원의 증거제출 지원 현황, 언론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상당하다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의 진행 여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은 앞서 이달 2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결정을 다음 기일로 미뤘다. 제2차 공판준비기일은 9월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전주지검은 지난 4월 24일 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 서 모 씨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와 주거비 등 총 2억여 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 법인격에 해당한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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