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40)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17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재산을 전 세계 106명의 자녀에게 동등하게 상속하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의 인터뷰에서 공개된 이 같은 상속 계획은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전례 없는 규모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 또는 '러시아의 일론 머스크'로 불리는 두로프는 공식적으로 세 명의 여성과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정자 기증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12개국에 약 100명의 자녀를 추가로 뒀다. 그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자녀들과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녀들 모두 내 자녀이며, 모두 동일한 권리를 가질 것"이라며 차별 없는 상속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상속 시기는 2055년 6월 19일 이후로 설정해 어린 나이에 유산을 받아 독립성을 잃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교육적 목적을 분명히 했다. 두로프는 "아이들이 평범한 사람처럼 살기를 원한다"며 "독립적으로 성장해서 자기 삶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로프의 이번 발언은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의 관계 의혹과 프랑스 정부와의 갈등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러시아 고위 관료를 만난 건 2013년 단 한 번뿐"이라며 "10년 이상 모스크바에 발을 디디지 않았다"고 러시아 정부와의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 텔레그램을 통해 소통했으나 현재는 단절 상태라고 밝혔다. 두로프는 지난달 루마니아 대선 관련 발언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두로프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내 불법 콘텐츠 방치 혐의로 체포돼 현재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원)를 내고 석방된 상태다. 그는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 마약 밀매, 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한 혐의로 예비 기소됐다.
두로프의 대규모 상속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그의 자녀들에게 각각 약 1억 6천만 달러(약 2천억원)씩 분배되는 셈이다. 이는 개인의 재산 상속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텔레그램은 현재 전 세계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으로 두로프의 지분 가치가 그의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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