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주문하고 있는데도 거대 여당은 입법 독주를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장·문화체육관광위원장·운영위원장을 선출했다. 운영위원장은 여당에, 법사위원장은 야당에 맡기는 국회의 관례를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국회를 일방적으로 끌고가려는 포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여야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달 4일 취임 연설에서는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하며 “대화와 소통을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당이 입법 독주의 판을 짜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은 재산 증식 의혹 등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을 30일 통과시킬 예정이다. 또 6월 임시국회 시한인 다음 달 4일까지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40건의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13건이나 포함됐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 경영권 위협 증가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경영자 측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법안을 보완·수정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은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정치 복원’ 약속이 진심이라면 여당은 쟁점 법안과 추경 등에 대해 야당과 충분히 숙의하면서 합리적인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거대 여당이 압도적 의석의 힘으로 야당을 무시하고 독주한다면 정치 복원은 불가능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협치를 시도해야 정부와 여당도 힘 있게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경제·안보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국력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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