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이 정책금융기관 의존도가 높았던 조선업 금융지원 구조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부산은행은 국내 민간은행 최초로 중형조선사인 HJ중공업에 미화 1억6400만 달러 규모의 선수금 환급보증(Refund Guarantee·RG)을 발급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발급은 정책금융기관의 참여 없이 부산은행이 단독으로 지원한 첫 사례로, 지난 5월 금융위원회 면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중형조선사 수주가이드라인 준수 RG발급 면책 적용’의 첫 적용 사례다.
최근까지 민간은행들은 국내 조선업 부실 확대와 중형조선사의 재무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RG 발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며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수년간 중형조선사에 직접 RG를 발급하지 않았다. HJ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그리스계 선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으나, 정책금융기관의 RG 한도 소진으로 추가 RG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부산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하는 1척을 포함, 2척 전체에 대해 RG를 발급하면서 선박 건조계약 이행이 가능해졌다.
HJ중공업은 상륙함, 고속정 등 방산 특수선 건조 능력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중형조선사로, 최근 친환경 연료 기반 중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RG 발급 한도 부족은 여전히 중형조선사 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부산은행은 정부의 제도 개선 기조에 맞춰 중형조선사의 현재 재무 상태에만 얽매이지 않고 수주 선박의 사업성과 미래 경쟁력을 반영한 심사 끝에 이번 RG 발급을 결정했다. 이는 중형조선소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민간 금융기관 참여 확대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원 선박이 무사히 인도될 때까지 HJ중공업과 긴밀히 협업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 육성에 일조할 수 있는 은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이 발급한 RG 대상 선박 2척은 각각 2026년 7월과 10월 인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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