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민기 대표의 1주기인 오는 21일 대표의 첫 앨범이 54년 만에 LP로 재발매된다. 또 고인의 생전 작업을 기록하는 ‘학전김민기재단’ 설립도 추진한다.
학전은 김민기의 데뷔 앨범 ‘김민기’를 LP로 복각해 제작·발매하고 연내 ‘학전김민기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학전이 ‘김민기’를 2004년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해 CD로 선보인 바 있지만 LP로 정식 발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1년 발매된 ‘김민기’는 한국 대중문화에 상징적인 역할을 한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음반에는 고인의 대표곡인 ‘아침 이슬'을 비롯해 ‘친구’, ‘꽃 피우는 아이’ 등 10곡이 수록됐다. 고인이 만 20세에 발매된 LP는 총 500장이 제작됐으나 발매 직후 잔여 분량이 회수되고 판매금지되는 고충을 겪었다. 앨범을 구하려는 수집가들로 인해 수십 배의 고가로 암거래되고 해적판이 제작되는 등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번에 복각되는 LP는 1971년 발표 후 절판된 정규앨범 복원을 통해 그의 음악적 유산을 재정리하는 아카이브 작업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김민기의 목소리와 연주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1971년도 오리지널 음반을 복수로 수집해 최신 기술로 음원을 복원한 후 사운드 상태가 가장 좋은 곡들을 선별해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을 거쳤다. 2004년 CD 복원 당시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거쳤으나 최신 기술의 발전으로 이번 작업은 훨씬 양질의 사운드를 기대해볼 만하다.
패키지 커버는 서울대 미대 선배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던 원본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게승하되 동시대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됐다. 또 김민기의 성장과 음악적 궤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친필 악보와 메모, 사진 등이 40페이지 분량의 책자로 제작돼 함께 실릴 예정이다. 1971년 당시 당국의 심의로 인해 ‘종이연’으로 곡 제목을 변경해야 했던 곡 ‘혼혈아’도 원래의 이름을 찾아 복각 LP에 기록된다.
학전은 고인의 뜻에 따라 공식적인 1주기 추모 행사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학전김민기재단’을 설립해 고인이 일생에 걸쳐 남긴 작품과 작업들을 기록, 보존해 후세에도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중 재단 설립을 끝내기 위해 준비위원회도 구성했다.
‘김민기’ 복각 LP는 21일부터 3주 간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예약 주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앨범은 11월 이후 순차 배송되며 판매수익금은 설립 준비 중인 ‘학전김민기재단’의 운영과 아카이브 작업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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