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서 분리한 고순도 신경줄기세포가 혈관 내피세포를 통해 뇌 손상 부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진평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강성민 상명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경줄기세포를 뇌 손상 부위로 유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뇌의 신경줄기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고 손상이 발생할 경우 신경세포, 성상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으로 분화해 조직을 재생하는 유일한 세포다. 현재 뇌 손상 부위에서 신경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내재성 줄기세포를 활성화와 외부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내재성 세포 활성화는 아직 명확한 치료 시점이나 기전이 정립되지 않아 임상에서 적용하기 어려웠다. 사실상 외부 이식이 치료 효과를 기대할 만한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전 교수팀은 실험용 쥐의 뇌에서 분리한 고순도의 신경줄기세포를 활용해 뇌 손상 부위로의 세포 이동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한 쥐에 하이드로겔과 신경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하고 4주간 경과를 관찰한 결과 녹색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신경줄기세포가 손상 부위로 이동하고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신경줄기세포가 특정 메커니즘을 통해 손상 부위로 유도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제시된 것이다.
연구팀은 피브린과 콜라젠으로 만든 하이드로겔을 활용한 추가 실험을 진행해 신경줄기세포가 뛰어난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혈관내피세포와 미세아교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 손상과 유사한 환경에서도 비슷한 이동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신경줄기세포가 세포 주변을 둘러싼 구조물인 세포외기질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비춰볼 때 고순도의 신경줄기세포와 혈관내피세포를 메쉬 형태의 하이드로겔에 담아 손상 부위에 전달하면 혈전을 용해하고 손상된 혈관 및 축삭(Axon)의 재생을 촉진해 신경 기능 회복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또 뇌에 존재하는 고순도의 신경줄기세포를 체외에서 3차원 배양 방식으로 증폭 및 배양하는 기술을 시도해 손상된 혈관과 난치성 뇌출혈 치료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교수는 "하이드로겔을 이용한 신경줄기세포 치료의 효과가 이식 후 빠른 혈관 형성에 달려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쉬 구조의 플랫폼 개발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하이드로겔로 발전시켜 난치성 뇌출혈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뇌혈관질환 전주기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 플랫폼’과 ‘한림대의료원 마이티 한림(Might Hallym) 4.0 질환 정복 프로젝트’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에이피엘 바이오엔지니어링(APL Bioengineering)의 특집 기사(Featured Article)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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