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와 12년째 이어온 500억 원대 '담배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국민 150만 명의 지지 서명을 제출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환자·유족이 제기했던 소송은 모두 담배회사가 이겼던 만큼, 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보공단은 범국민 지지 서명 캠페인 결과와 정기석 공단 이사장의 진술서를 지난 25일 서울고법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공단은 지난 3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 서명 운동에 당초 목표한 100만 명을 뛰어넘는 150만 3668명이 참여했다며 "담배회사의 기만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담배산업에 경종을 울렸다"고 강조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최종 진술서에서 담배의 중독성,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 등을 부각했다. 공단은 국민의 강력한 의지와 임상전문가의 직접 진술이 흡연 외 다른 원인과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는 기존 담배회사 측의 방어논리를 약화하고 소송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거가 될 것으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 사무국도 지난 5월 한국 내 담배소송의 정당성과 공익성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과학적 의견서와 정책적 서한문을 각각 전달하며 힘을 실었다.
공단은 2014년 4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53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하루 한 갑씩 20년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는 “흡연 외 요인으로도 폐암이 발병할 수 있고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 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며 공단 패소 판결했다. 담배 회사들이 흡연 중독성을 축소·은폐했다는 공단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최종 변론(12차)을 진행했다. 선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6년 12월 흡연 경고그림 정책을 도입한 뒤 복지부가 2년마다 한번씩 경고 그림과 문구를 바꿔 고시하고 있다. 2002년 경고그림 의무화법이 첫 발의됐고 2015년 국회를 통과해 법제 근거가 마련됐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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