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미국과 관세 합의를 맺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15~20%의 상호 관세율을 적은 서한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한국에 25%의 상호 관세를 고지했는데 세율이 이대로 관철될 경우 일본, 영국, 유럽연합(EU) 등 이미 합의를 끝낸 국가는 물론 자칫 비주류 국가들보다도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들과 질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에 대해 언급한 뒤 아직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한 나라들을 두고 “(관세율은) 15∼20% 사이 어딘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 같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가 주요 교역 상대국을 제외한 약 200개국일 것이라며 “(15∼20%의 관세는) 그 나라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팔 때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영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본, EU,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 나머지 주요 무역 상대국과는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호관세 부과 유예시한을 다음달 1일로 연장하면서 한국(25%) 등 주요 교역 대상 14개국에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한국이 EU나 일본처럼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와 미국산 상품 구입 조건을 내건 뒤에야 25%의 상호관세율을 15% 안팎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그의 뉴욕 자택에서 만나 관세 협상을 진행하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카드로 제시했다. 일본과 EU가 각각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6000억 달러(약 830조 7000억 원)씩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율을 15%로 끌어내린 점을 의식한 조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무부 장관도 이번주에 각각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한 중국도 거론하면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자국 시장을 미국에 개방한 점을 상기하면서 이를 중국에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자동차·쌀 시장을 개방한 사실을 건론하며 “쌀 시장 개방이 아주 컸다. 일본은 여태껏 다른 어떤 나라에도 쌀 시장을 열어준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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