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AEMWE)’ 장치의 초기 성능 저하 원인이 음극 쪽 백금(Pt) 촉매 입자의 뭉침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뭉침을 억제하는 ‘건식 구동 방식’을 적용하자 성능 저하율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장치의 장기 신뢰성을 확보해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권영국 교수팀은 수전해 장치의 초기 성능 저하 현상이 기존 예상과 달리 음극에서 주로 발생하며, 액체 전해질을 음극에 직접 공급하지 않는 ‘건식 구동 조건(dry cathode operation)’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31일 공개했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그중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장치는 내식성이 뛰어나고,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운전 초기 수 시간 내에 전압이 빠르게 상승해 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초기 열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압이 오를수록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이는 효율 저하와 직결된다.
연구팀은 ‘초기 열화’의 90% 이상이 수소 기체가 발생하는 음극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밝혔다. 백금 촉매 입자가 뭉치며 반응성이 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백금 촉매 입자 뭉침은 음극의 수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존 2-전극 방식이 아닌, 자체 개발한 3-전극 분석법을 이용해 같은 사실을 밝혔다. 2전극 방식은 전체 셀 전압만 측정했기 때문에 성능 저하가 정확히 어느 전극에서 발생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웠고, 일반적으로 양극의 문제라고 여겨져 왔다. 음극에 건식 구동 조건을 적용하자, 초기 40 시간 동안 누적 전압 상승량이 약 163mV에서 96mV로 감소했다. 이는 2배에 가까운 차이로, 같은 시간 동안 전압이 덜 상승했다는 것은 수소 생산 효율이 더 오래 유지됐다는 의미다.
제1저자인 공태훈 연구원은 “양극에는 비교적 확립된 습식 구동 조건이 적용되고 있지만, 음극의 경우 습식과 건식이 혼용되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습식 구동 시 수분이 수소 기체를 가두고, 백금 입자의 뭉침을 유도해 초기 열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새로운 운전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교수는 “AEM 수전해는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의 유력한 후보지만, 운전 초기에 급격한 성능 저하 문제 때문에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단순한 조건 조절만으로 수전해 장치의 장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전해 상용화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한 연구”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새로운 분석법은 전극 소재 개발, 셀 내구성 평가, 전극 설계 최적화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환경과학 분야의 국제 권위지 에이씨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2025년 7월 3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과제 및 STEAM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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