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등 기업과 주식 투자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 개편안의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자 정부·여당이 화들짝 놀랐다. 1일 코스피는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3.88% 하락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증시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주식 양도세 과세로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며 재검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세제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게다가 세수 증대 효과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현재 0.15%에서 0.2%로 인상하면 향후 5년 동안 11조 5000억 원의 추가 세입이 예상된다고 밝히면서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따른 세수 증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면 외려 최대 25%의 양도차익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2017년과 2019년 12월,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시행 전에 각각 5조 1000억 원, 4조 8000억 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진 적이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 인상도 증시와 실물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상해 매년 4조 3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지만 그만큼 기업의 순이익은 줄어든다. 게다가 대미 수출에서 15%의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시장주의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면 기업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없도록 세제 개편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무리한 증세로 세수를 늘리기보다 ‘확장 재정’을 내세운 세금 낭비 요인을 줄이고 민간의 투자 활력을 되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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