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7월 들어 소비·생산·투자에서 일제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내수 부양책 없이는 하반기 경기 침체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3.7%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4.8%) 수치는 물론 로이터통신의 전문가 예상치(4.6%)를 밑도는 결과다.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 수치로 전반적인 소비 동향의 가늠자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5.7%로 집계돼 전월(6.6%)보다 하락하고, 시장 전망치(5.9%)보다 저조했다.
대학 졸업 시즌이 맞물리면서 전국 도시 실업률 평균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했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올 1~7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쳐 상반기(2.8%) 대비 크게 후퇴했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수출 타격이 커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맞물리며 하반기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양국 간 관세 휴전이 90일 연장됐으나 여전히 미국의 대중 관세는 높은 편이다. 글로벌 무역정책을 분석하는 비영리단체인 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GTA)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품은 제품별 차등 세율 등을 고려할 때 지금도 평균 약 43.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드오디에의 이호민 선임거시전략가는 “(지표 부진은)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중국은 하반기 들어 내수 부양에 부쩍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는 대신 ‘이구환신(낡은 제품 교체 지원)’ 등 기존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웨이 홍콩 핀포인트자산관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성장률(5.3%)이 기대 이상이었던 만큼 중국 당국이 하반기 성장 둔화를 견딜 여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3분기 지표가 더 부진하면 노선을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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