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17일 8·22 전당대회 2차 TV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구속 등을 두고 충돌을 이어갔다.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여파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자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까지 반탄(탄핵 반대)파 후보들의 싹쓸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찬탄(탄핵 찬성)파 단일화 여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KBS에서 진행된 두 번째 TV 토론에서 ‘무엇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사느냐’는 공통 질문에 김문수 후보는 “분열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다시 힘차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도 “내부 분열을 없애야 국민의힘이 산다”며 “밖에 있는 50명의 적보다 안에 있는 한 명의 적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찬탄파인 안철수 후보는 “계엄 옹호를 버려야 국민의힘이 산다”며 “법치주의를 지키는 게 진정한 보수의 길”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조경태 후보 역시 “윤 전 대통령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산다”며 “국민의힘과 국민을 배신한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 구속과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안 후보가 “윤 전 대통령 구속이 억울하냐”고 묻자 김 후보는 “외부 진료를 가는데 수갑을 채우는 인권 유린이 어디 있느냐”며 “인권 탄압 국가로 이재명 정부가 국가적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교 입당 의혹 확인을 위한 특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김 후보는 “통일교 교인들이 입당하면 불법인가”라고 반문한 반면 조 후보는 “특정 종교가 윗선에 의해 강압적으로 입당하거나 지시에 의해 집단 입당하는 것은 헌법 유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18일 최고위원 후보 TV 토론회와 19일 3차 당 대표 후보 TV 토론회를 실시한 후 20일부터 이틀간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를 필두로 한 반탄파 주자의 지도부 석권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여파로 ‘정당 해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당내 인적 청산을 강조하는 찬탄파 주자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안·조 후보 간 찬탄파 단일화가 변수다. 22일 전대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현재 김 후보가 선두를 달리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결선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이에 찬탄파 주자들은 후보 단일화로 최소 2위 자리를 지킨 후 결선투표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다.
이날 우재준·최우성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단일화를 선언하며 안·조 후보에게도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 및 우 후보 지지를 선언한 최 후보는 “변화를 주도하는 개혁 세력은 하나로 똘똘 뭉쳐서 반드시 우리 당의 변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며 “두 분(안·조 후보) 모두 대의에 동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위기감이 있는 게 맞다”며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 자체가 많이 약해져 있다”고 반탄파 주자들의 우세를 인정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달 16일 우·최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상식적인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청년들에게 배운다”며 안·조 후보 간 단일화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TV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최소한 2등으로 결선투표에 오르는 게 확실하다”며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