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20일부터 이틀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본경선 투표 절차를 시작한다.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 후보를 내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거쳐 26일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민의힘의 운명을 판가름할 기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 경쟁을 해달라”며 통합과 단합의 전당대회를 후보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후보들은 찬탄·반탄 진영으로 갈라져 상호 비방에 몰두했다. 심지어 찬탄파끼리도 갈라서서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19일 마지막 후보 TV 토론 직전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뼈를 깎는 당의 쇄신 없이 자중지란만 거듭한다면 전당대회 뒤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암울해질 수 있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고 이처럼 지리멸렬하니 집권 여당이 제1야당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 아닌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달 초 취임 후 국민의힘을 겨냥해 “여야 개념이 아니다”라며 예방조차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송 비대위원장과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민의힘 본경선 레이스 및 잠재적 결선투표 기간 중인 21~24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방송 3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야당 탄압’ 논란을 무릅쓰고 두 차례나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이 실추된 제1야당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역대 국회를 돌아봤을 때 야당이 속절없이 무너지면 여권이 독주해 국정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 지금 거대 여당이 무기력한 야당을 ‘패싱’한 채 검찰과 사법부·언론의 독립성을 흔들 소지를 안고 있는 쟁점 법안들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무너진 보수정당을 재건하려면 밥그릇 싸움부터 접어야 한다. 여당을 설득해 국정의 균형을 잡고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을 제시하는 제1야당으로 거듭나야 국민의힘도 살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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