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방중(訪中) 특사단을 파견했지만 중국은 한국이 미일 외교에 치중하는 모습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특사단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만남이 확정되지 않은 채 국가 서열 3위와 만나는 것도 중국 측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중국 외교가에 따르면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이 이날부터 27일까지 중국 일정에 돌입했다. 특사단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의 참석을 요청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새 정부 고위 사절단의 방중으로 최근 몇년간 엉클어진 한중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물꼬를 트기를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며 “대통령께서는 한중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양국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은 “오늘은 수교 33주년이 되는 기념일로 과정을 돌이켜보면 중국 측은 중한관계를 시종일관 중시해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상호의 이해를 증진하며 실질 협력을 심화하고 국민 감정을 개선하며 또 공동의 이익을 확대함으로써 중한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사단의 방문에도 중국의 대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특사단이 만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는 국가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시 주석과 면담한 것에 비해 격이 낮아졌다. 중국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일정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 이번에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까지는 특사단 파견이 전임 정권들에 비해 늦어지는 등 한국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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