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패통탄 총리 해임 결정…"헌법윤리 위반"

캄보디아 훈센과 통화내용 유출

"총리로서 윤리 기준 지키지 못해"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방콕에서 정부 관저에 들어서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헌법재판소가 국경 분쟁 대상인 캄보디아에 자국 군을 비판했다가 직무 정지된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패통탄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물러나면서 태국 정국은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29일(현지 시간) 패통탄 총리가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면서 해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9명의 재판관은 패통탄 총리가 캄보디아 실권자인 훈 센 상원의장과 통화에서 총리로서 필요한 윤리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패통탄 총리는 지난 5월 말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이 국경 지대에서 교전한 뒤 훈 센 의장과 전화 통화한 내용이 유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그는 통화에서 훈 센 의장을 ‘삼촌’으로 부른 반면 국경을 관할하는 자국 사령관을 ‘적’으로 표현하는 등 부정적으로 언급했다가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통화는 훈 센 의장이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통탄 총리는 협상 전략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보수 성향 상원의원들은 패통탄 총리가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며 해임 심판 청원을 헌재에 냈다. 헌재는 지난 7월 초 청원을 받아들여 판결 때까지 총리 직무를 정지시켰다.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을 맡아왔고, 패통탄 총리는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면서 내각에 남아 있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패통탄 총리는 지난해 8월 태국 역대 최연소 총리로 임명된 지 약 1년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연립 여당 내 제1당인 프아타이당은 조만간 새 총리를 선출할 방침이다. 뚜렷한 총리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의 이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총리 인선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태국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 신뢰도도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 설문조사 결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54.6%),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29.0%) 등 정부를 불신한다는 응답자가 83.6%에 달했다. 정부를 '꽤 신뢰한다'와 '매우 신뢰한다'는 각각 11.5%, 4.7%에 그쳤다. 반면 군에 신뢰를 나타낸 응답자는 95%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