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 “섣불리 사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 조항에 대해 아직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국익을 철저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1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올 7월 31일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 15%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지만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세부 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는 섣불리 합의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김 실장은 “일본과 우리가 (상황이) 비슷하지만 우리가 생각할 것이 훨씬 더 많다”며 “일본은 외환보유액도 우리보다 많고 여유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500억 달러에 대해 세부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업무협약(MOU)이라는 것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논의 중이고 저도 회담 때 참전했지만 그 문안을 갖고 아직 이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500억 달러 중 조선 분야에 특화된 1500억 달러 외에 2000억 달러의 투자 방식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부연했다. 정상회담 당시 미국 측에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이고 관세를 조금 줄이기 위해 (대미 투자펀드 등) 이런 부분이 불안정해지면 원화가 뛰고 우리 외환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경청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미국산 첨단 장비 반입을 제한하기로 한 데 대해 김 실장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법인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VEU)’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은 향후 중국 공장으로 미국산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으로부터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 실장은 “기업들이 걱정하던 부분이고 정부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결정이 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미국이) 장비를 들여주지 않아 빠지면 중국은 (비슷한 것이라도) 뭔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