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결국 사임 의사를 굳혔다. 일본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오후 6시 이시바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퇴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일제히 전했다.
NHK와 TBS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오후 이시바 총리가 측근들에게 퇴진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당 분열 사태는 피하고 싶다"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는 '총리 책임론'이 확산됐고, 조기 총재 선거 요구가 이어졌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 국회의원 295명 중 130명 이상, 전국 47개 도도부현 연합회 중 18곳이 조기 선거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서면 동의가 과반을 넘으면 8일에도 조기 선거가 가능하다.
이시바 총리는 궁지에 몰린 뒤 중의원 해산 카드를 검토했다. 헌법상 총리는 독자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어 통상 정국 돌파 카드로 쓰인다. 그러나 '시간벌기용'이라는 반발이 거세 결국 무산됐다. 여기에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 핵심 측근까지 등을 돌리면서 퇴진이 불가피해졌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 6일 총리 관저에서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직접 권유했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 확정되면 자민당은 곧바로 차기 총재 선거에 돌입한다. 당내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21%였으며, 다카이치 전 담당상(14%)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9%)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발탁했던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일본 내에서는 '여자 아베'로 불린다. 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후광을 업은 '정계의 황태자'로 불린다. 그는 2019년 뉴욕에서 열린 환경 행사에서 "기후변화는 펀(Fun)하고 쿨(Cool)하며 섹시(Sexy)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 '펀쿨섹좌'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5월에는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급등을 안정시키며 국정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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