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운송장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0일 열린 제20회 전체회의에서 택배 운송장 개인정보 보호조치 강화를 위한 개선사항을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토부에 등록된 19개 택배사업자와 우정사업본부, 주요 운송장 출력 업체를 점검했다. 그 결과 사업자별로 서로 다른 마스킹(가림 처리) 방식을 적용하면서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예컨대 A 택배사는 전화번호 가운데 네 자리를, B 택배사는 마지막 네 자리를 마스킹하는 식이다. 이 경우 서로 다른 택배 운송장을 합치면 개인 휴대전화 번호 전체가 드러날 수 있다. 수취인 이름도 일부는 ‘홍O동’, 일부는 ‘홍길O’로 처리돼 제3자가 비교·추론을 통해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허점이 있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택배사를 관리하는 국토부에 ‘택배 운송장 마스킹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토부는 택배사들과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통일된 마스킹 규칙을 내놓을 방침이다.
개인정보위는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택배 서비스 이용 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해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국토부와 이행 점검을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통일된 택배 운송장 마스킹 규칙을 마련한 후 모든 택배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라며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편익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는 이미 여러 범죄에 빈번히 악용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발생한 '세모녀 살인 사건'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해 국민적 공분을 산 김태현(29)은 피해자와 메신저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 속에 찍힌 택배 상자를 통해 집 주소를 알아냈다. 해당 상자에 기재된 주소가 범행에 이용된 것이다.
2019년에는 70대 남성이 택배운송장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옆집에 혼자 사는 젊은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문자 메시지를 10여차례 보낸 사건도 있었다. 그는 결국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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