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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해외 특허출원 포기…정부는 되레 예산 줄여

■엇박자 바이오 지원책

해외 등록비용만 최소 1000만원

재정난에 특허 출원 중단 잇따라

美선 유지비용 올리며 부담 가중

경쟁력 우려속 정부 정책 역주행

'특허로 R&D' 지원 5년새 16%↓


최근 바이오산업에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자금난으로 해외에서 특허 출원 절차를 중단하는 업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자금줄이 마른 탓에 특허 출원에 드는 비용조차 아끼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격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의 특허 전략 컨설팅 지원사업은 그 규모가 매년 줄고 있어 업체들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R&D 성과가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10년가량 걸림을 고려하면 미래 경쟁력 악화로 직결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업체 A사는 최근 시리즈A 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자금난으로 항암제 조성물에 대한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11개국 특허 출원 절차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도 13개국 특허 출원 절차를 진행 중이었으나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주요국만 남겨두고 8개국에서는 출원을 포기했다. 또 다른 업체 B사는 11개국에서 진행 중이던 항암제 조성물 특허 출원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국내 특허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업들을 담당한 특허법인 우인의 한광현 변리사는 “특허 등록 과정에서 미국은 기본 1000만 원, 유럽은 2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특허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는 배부른 소리다. 한 변리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를 받는 게 상징성이 크지만, 중소 업체들은 R&D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특허 출원에 드는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이오 기업들이 특허 출원을 포기하게 되면 R&D 성과가 나오는 10년 뒤 미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 하지만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 전략 수립 컨설팅 지원 사업인 ‘특허로 R&D’의 바이오 분야에 대한 지원은 매년 그 규모가 줄고 있다. 바이오 분야 특허로 R&D 사업 예산은 2020년 98억 9700만원에서 지난해 82억 9300만원으로 5년간 16% 감소했다. 지원 과제 수도 2020년 130개에서 2024년 113개로 13% 줄었다. 이 기간 국내 바이오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연평균 8.2%씩 급증해 전체 증가율(2.3%)의 약 3.5배에 이른다. 하지만 지원 사업 규모가 역주행하면서 그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특허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 바이오 특허 전담조직을 출범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는 신약과 바이오 기술의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해외 특허 출원은 필수다. 특히 매출 없이 기술력 하나만 내세운 바이오벤처의 경우 특허가 신약에 대한 가치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수출, 공동개발 등을 주요 사업모델로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제대로 된 특허 전략이 없으면 10년 넘게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R&D 결과물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으며 혁신 신약을 개발한다 해도 막대한 로열티를 다른 회사에 내야 할 수도 있다.

선제적인 특허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게 코로나19 백신이다. 과거 모더나와 바이오앤텍이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의 원천기술 특허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유펜) 소유다. 유펜은 개발 초기부터 mRNA 관련 미국·일본 등 다수 국가에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기술수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7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특허 정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업체들이 부담이 가중될 판이다. 특허 등록 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이 한 번만 납부하는 정액제에서 매년 납부하는 요율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편된 요율제 하에서는 매번 특허 기술 가치를 재평가해서 차등 부과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특허 확보가 필수인 상황에서 특허 출원 절차를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초기 기업들에 대한 특허 출원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민오 특허법인 세움 변리사는 "현재 특허 지원 사업은 특허를 내 본 경험이 있는 '특허 경력 기업' 위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허 출원 경험이 없는 초기 기업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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