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여기 오셔서 한 번 쳐보세요.”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파크골프채를 손에 쥔 한보람(43) 씨는 티샷을 날린 뒤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을 불렀다. 그는 “회사 동료들과 잠시 들른 김에 채를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며 “나이가 더 들어도 꾸준히 즐길 만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5 서울 파크골프 대축제’가 이날 막을 올렸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파크골프 동호인은 물론이고 인근 사무실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약 1만 명의 관람객이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서울 파크골프 대축제는 파크골프를 주제로 한 이벤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를 증명하듯 현장에는 국내 주요 파크골프 용품 및 서비스 업체들이 총집결했다. 업체들은 저마다 파크골프채와 공·의류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장문희 브라마파크골프 이사는 “파크골프채를 취급하는 업체는 많지만 국내에서 직접 제작하는 곳은 별로 없다”며 “국내에서 만드는 품질 좋은 브랜드를 동호인과 시민에게 알리고자 부스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파크골프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파크골프채 등을 판매하는 휴리스골프의 박채영 대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대규모의 파크골프 행사가 준비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안고 나왔다”며 “실제 현장에 와보니 동호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파크골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잔디가 깔린 서울광장 한가운데에는 파크골프를 맛볼 수 있는 간이 구장과 퍼팅 코스 등이 조성돼 관람객을 맞았다. 마치 야구 연습장처럼 타석을 구분한 연습 타석에서는 두세 명씩 함께 온 파크골프 ‘초심자’들이 돌아가며 티샷을 한 뒤 소감을 얘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현장을 둘러보거나 퍼팅에 도전하는 자녀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있었다.
스크린 파크골프 체험존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는 각 시스템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업계 대표 업체들이 부스를 열었다. 현장을 찾은 김 모(52) 씨는 “스크린 골프장은 종종 가봤는데 스크린 파크골프는 처음”이라며 “일반 골프보다 공이 멀리 나가지는 않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손맛’이 있어 즐기기에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금융·건강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부스 또한 마련됐다. 신한금융그룹이 준비한 부스는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수십 명씩 길게 이어질 정도였다. 특히 신한카드가 준비한 ‘초시계 이벤트’가 인기가 많았다. 초시계를 7.77초에 맞춰 정지하면 파크골프공을 받을 수 있는데, 숫자가 모니터에 뜰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관람객까지 탄식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 수령 계좌 변경 절차를 안내하는 등 금융 상담에 나섰고, 신한라이프도 파크골프 동호인을 만나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파크골프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제대로 경험한 하루”라며 “생활체육 현장이 액티브 시니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는 가을비가 내렸지만 처음 열린 파크골프 대축제를 즐기려는 관람객들은 쉽사리 서울광장을 떠나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박창훈(68) 씨는 “서울광장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파크골프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큰 기대감을 안고 이곳에 왔다”며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파크골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이번 행사를 계기로 파크골프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지고 행사도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임원진도 현장을 둘러보며 파크골프 열기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장은 “앞으로도 파크골프가 국민 삶 속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도록 협회가 앞장설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파크골프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울 파크골프 대축제는 17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파크골프 용품, 금융, 건강 등 부스가 운영되며 스크린 파크골프 업체들이 기술력을 소개하는 ‘스크린 페스타’도 열린다. 관람비는 무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