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1일 공식 개막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개최지 경주로 쏠렸다.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 아래 중국·일본 등 21개국 정상이 참여한 이 회의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자유무역의 가치를 되살릴 중요한 다자 외교 무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국제 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협력과 연대만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각국의 산업안보 논리가 전례 없이 강화되면서 교역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도 급격히 커졌다. 그 결과 경제성장의 활력은 떨어지고 기술 패권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APEC 정상들이 다시 협력과 개방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공감대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이번 APEC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수출 활로를 크게 넓힐 수 있어야 한다. APEC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37%, 국내총생산(GDP)의 61.4%, 교역의 49.1%를 차지한다. 세계경제의 절반 이상을 포괄하는 이 지역이 자유무역의 방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무역·투자를 자유화해 개방형 지역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 의지를 담은 ‘경주 선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국이 ‘연결·복원’의 정신을 토대로 한 국제 교역을 이끄는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6.6%, 수출입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무역이 성장 엔진이자 생존 조건인 우리나라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는 중요한 핵심 가치다. ‘경주 선언’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위축된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정비하고 APEC이 협력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새로운 교역 질서 속에서 기회를 극대화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경주 APEC 정상회의가 ‘K수출’ 재도약의 전기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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