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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포옹하는 수험생, 선배에게 절하는 후배들… 수능 날 아침 수놓은 풍경들 [종합]

배웅 온 부모와 인사 나누는 수험생

최교진 교육부장관과 하이파이브도

경찰, 지각한 학생들 잇따라 수송

응원봉·큰절… 후배들 응원전 열기

봉은사 등 절에 기도하러 온 신도도

13일 오전 서울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이 큰 절을 하고 있다. 신서희 기자




“고생했다, 잘 보고 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3일, 서울의 각 고등학교 수험장에서는 입실을 앞둔 수험생과 포옹하며 응원하는 학부모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수능 한파’가 없어 예년 가을처럼 얇은 옷 차림을 한 학생들은 도시락통과 핫팩을 꼭 쥐고 비장한 기색으로 교문을 들어섰다.

이날 오전 7시 25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는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훈훈한 풍경이 이어졌다. 수험생 교본인 수능특강을 들고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밝게 웃는 학생들을 사진에 담은 학부모들은 이들을 안아주면서 “잘 마치고 돌아와”라는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이날 자녀를 배웅하러 온 학부모 최 모(47)씨는 “열심히 한 만큼만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면서 “오히려 당일이 되니까 걱정이 안 된다.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학부모는 대신 가방을 메주다 교문 앞에서야 가방을 건네고 수험생의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이 학부모는 수험생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면서 애타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학부모 박미정(44)씨는 “아이가 오늘 하루 견딜 무게감이 너무 걱정돼서 눈물이 난다”면서 “첫째 딸 수능이어서 더 걱정되기도 한다. 시험 끝나면 아이들과 같이 여행도 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수험생들의 마음은 긴장 반, 후련함 반이었다. 선유고에 다니고 있다는 강하은(19)양은 “그럭저럭 열심히 해서 긴장은 생각보다 안 된다”면서 “아침에 집에서 나오는데 부모님이 응원해주면서 ‘열심히 널 키운 우리도 수고했어’라고 말하셨다. 웃겨서 긴장이 좀 풀렸다”고 밝게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고 개포고에서도 한 손엔 커피와 종이가방을 든 수험생들이 빠르게 교문으로 들어갔다. 한 남학생의 도시락가방에는 행운을 바라는 듯 네잎클로버 키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한편에서는 학부모가 손수 손목시계를 채워주며 응원을 전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수험생을 맞이하는 교사들의 ‘수험표 보여달라’는 말이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수험생 학부모 50대 남성 A 씨는 “양재가 직장이라 출근하면서 아들을 응원하고 학교에 데려다줬다”면서 “학교까지 왔다갔다 하는 건 사전에 몇 번씩 연습을 해봤다. 교통편이나 도시락 메뉴 등을 똑같이 해서 예행연습을 했던 것. 날씨가 따뜻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아슬아슬하게 수험장에 도착한 학생들도 있었다. 오전 8시 4분께에는 경찰차를 타고 온 여학생이 여의도여고 교문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현장에 있던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건물로 힘차게 뛰어 들어갔다.

폐문 시간이 다가오자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연합회(카포스)에서 활동 중이라는 안명렬(62)씨의 차에서도 수험생이 급하게 내렸다. 안 씨는 “매년 수험생 수송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원래 관악 관할인데 급하다 해서 여의도까지 왔다. 늦을까봐 너무 걱정했다”고 땀을 훔쳤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시험장으로 학생들이 인사를 나누며 들어가고 있다. 정유나 기자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이날의 백미였다. 교문 앞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을 향해 ‘수능 대박’을 외치는 전통적 풍경은 물론, 아이돌 콘서트 공연장에서 볼 법한 화려한 응원봉들도 고사장 앞을 수놓았다. 이날 여의도여고 앞에선 아이돌 그룹 ‘NCT’를 상징하는 초록색 응원봉을 든 이들이 손을 맞잡고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NCT 멤버들의 사진과 함께 ‘수능날 대박날 사람은 바로 너’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손에 들려있었다. 같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수험생 김민채(33) 씨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응원을 주도한 이소연(28) 씨는 “NCT의 팬 활동을 하다 친해진 사이”라며 “평소대로 실력을 잘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늦깎이 수험생 김 씨는 “한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같은 팬으로 알게 된 친구들이 쉬는 날 맞춰 직접 와줘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 개포고 앞에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 십수 명이 절도 있는 모습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같은 학교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후배들은 “전체 차렷, 수능 보시는 선배님께 인사”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전날 미리 사둔 초콜릿을 선배 한 명 한 명에게 건네며 “대박 나세요”라고 응원해주는 후배들에게 수험생들은 웃으며 고개 숙여 화답하기도 했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인사를 하는 수험생들의 발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날 응원전에 참여한 김시현(18) 군은 “수능을 보는 동아리 선배들을 응원하러 왔다”며 “모든 분들이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응원하고 나서 귀가한다”고 전했다. 교문이 닫히자 3열로 대오를 맞춘 뒤 큰 절을 올리는 후배들의 모습에 행인들은 “기특하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응원봉을 들고 동료를 응원하고 있는 아이돌 팬들. 정유나 기자


앞서 서울 강남구 봉은사 등 각종 종교시설에는 수험생들을 위해 기도하러 온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을 찾은 하 모(47) 씨는 “웃는 얼굴로만 나왔으면 좋겠다. 딸아이가 원체 긴장을 많이한다”며 합장한 두 손을 가늘게 떨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 모(52) 씨는 “원래 특별한 신앙은 없었지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재수생 아들의 짐을 마음으로라도 함께 지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절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부모들 역시 손주를 위해 합장한 채 탑을 돌았다.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수험생들의 성취를 빌어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일 이 시간대 봉은사를 찾는다는 인근 주민 최종섭(71)씨는 “오늘 수험생들이 고요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빌어줄 생각”이라고 했다. 봉은사를 오가는 방문객들은 “(가족 중에) 수능생 있으세요” 같은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경내 한 켠에는 수험생 가족들이 적어둔 소원지가 걸려 있었다. ‘학업 성취’ ‘대학 합격’ ‘수능 대박’ 같은 글귀가 가득했다. 사찰에 마련된 게시판에도 학생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빼곡히 담겼다. 여기에 적힌 ‘너는 우리의 희망이다’ ‘ 노력한만큼 꿈은 이루어진다’ ‘잘 치르고 웃는 얼굴로 보자’ 같은 말들은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한편, 2026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총 응시자 수는 55만 4174명이다. 2019학년도 59만 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13일 오전 5시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방문한 학부모들이 수험생의 시험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 황동건 기자


엄마와 포옹하는 수험생, 선배에게 절하는 후배들… 수능 날 아침 수놓은 풍경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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