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대해 “협상에 임한 실무 협상단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협상 타결 당시 결과 발표와 비교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이 사실상 없다며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해답이 빠져 있다”며 “국익이 걸린 중대한 협상인 만큼 정부의 더 정교하고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송 원내대표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국민의힘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이를 공식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미국 측의 지지를 문서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팩트시트에 담긴 내용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에 그쳤고 건조 시기나 장소, 연료 확보 방안 같은 핵심 사항이 하나도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고 짚었다.
송 원내대표는 “핵잠수함을 미국 필리조선소가 아닌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향후 협상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라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지지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팩트시트 중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라는 단서가 붙은 것에 대해 “협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미국 내 여론과 의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0억불 군사장비 구매, 330억불 주한미군 지원
송 원내대표는 안보 분야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 이번 팩트시트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산 군사장비 5년간 250억 달러 구매 약속은 5년간 약 35조 원, 즉 매년 약 7조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여기에 주한미군 지원 330억 달러는 사실상 한국이 미국에 제공하는 공여에 가까운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국방비를 GDP 대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으로 인해 현재의 2.32% 수준에서 최소 30조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송 원내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늘어난 재원의 대부분이 미국산 무기 구매로 귀결되는 구조라면 우리 방위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이 부담해야 할 재래식 군사 대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비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근거와 추계 자료를 국민 앞에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아울러 송 원내대표가 이번 팩트시트에서 취약한 지점으로 지목하는 건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다. 그는 “이번 합의에는 ‘미국산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간소화’와 ‘미국산 원예작물 전담 데스크 설치’가 명시돼 있다”며 “이는 우리 농산물을 보호해온 비관세장벽을 무너뜨리기로 합의해준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가 ‘농산물 개방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해온 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전용 검역 데스크 설치는 사과·체리·포도 등 미국산 과일의 대규모 수입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는 즉시 품목별 개방 가능성, 농가 피해 규모, 시장 개방 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송 원내대표는 팩트시트의 핵심인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당장의 충격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짚었다. 그는 “팩트시트는 한국에 ‘불리하지 않은 조건(no less favorable)’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에 ‘미국이 판단하기에(as determined by the United States)’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 무엇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인지 판단 기준을 미국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뜻이며 실제로는 미국과 대만 간 협상 결과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우리 수출 1위 산업의 안정성을 오히려 후퇴시킨 합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간 200억 달러 조달 방안
송 원내대표는 일본이 미국과 맺은 MOU(양해각서) 제21조에 ‘양국 상호 간 국내법을 존중한다’라고 명시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일본은 국내법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서 무리한 현금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확보했는데 우리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즉 국내법을 바꿔서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매년 최대 200억 달러를 현금 조달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 막대한 금액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 단 한 번도 야당에 설명한 적이 없다는 게 송 원내대표의 비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신중히 따져보지 않고 특별법을 서둘러 발의해서 졸속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국회를 진정한 소통 창구로 본다면 지금 즉시 국회와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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