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의 한 시장에서 60대 상인이 운전하는 1톤 규모의 트럭이 시장 내부로 돌진해 행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등 시민들이 크게 다쳤다.
13일 오후 사고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차량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가판대에서 튀어나온 양말이나 옷가지 등이 흩어져 있었다. 떡볶이·붕어빵 가게는 매대가 산산조각 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트럭이 멈춰 선 속옷 매장 앞 도로에는 유리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현장을 지나가면서 “어떡해”, “급발진인 것 같아”라며 연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다른 상인들은 피해를 입은 가게 앞에서 현장을 수습하는 데 손을 보태고 있었다. 한 목격자는 “생선을 실은 트럭을 운전하던 상인이 잠시 손님을 맞이한 뒤 다시 차량에 탑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돌진하기 시작했다”며 “여기저기 피해자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봤다. 며칠은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차량이 멈춰 선 속옷 가게 사장 김춘수(66) 씨는 “37년 장사하면서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현장을 목격한 직원도 충격을 받고 조기 퇴근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사고를 낸 60대 남성 A 씨가 평소에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순란(78) 씨는 “사고를 낸 아저씨는 이 시장에서 40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해 왔는데 평소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착실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 40대 조 모 씨도 “1987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분으로, 부부가 함께 성실하게 일해 상인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다”며 한숨 쉬었다.
사고가 발생한 제일시장은 2006년 두 전통시장이 합쳐진 뒤 인가를 받은 부천 오정구 내 최대 규모 시장으로 총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운영된다. 상점 수는 167개, 상인 수는 391명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고 방문객도 많아 자칫 더 심각한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부천 오정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께 제일시장에서 60대 후반 남성 A 씨가 몰던 1톤 화물트럭이 시장 내부로 급가속해 150m가량을 돌진했다. 이 사고로 총 20명의 시민이 숨지거나 다쳤다. 70대 여성 1명과 80대 여성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이 중 2명은 끝내 숨졌다. 다른 행인과 상인 9명은 중상을 입고 순천향병원 등 9개 의료기관으로 분산 이송됐다. 나머지 9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은 인원 70명과 장비 25대를 현장으로 급히 투입해 사고를 수습하는 한편, 피해 규모와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고 있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시장 상인 A 씨가 몰던 트럭이 정지 상태로 있다 갑작스레 시장 내부로 돌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량의 브레이크 제동등은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감정을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절차도 진행 중이다. 오정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에 차량 검사를 의뢰해 급발진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라며 “운전자 60대 A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일단 긴급체포한 상태”라고 밝혔다.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연상케 할 만큼 시민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제네시스 차량을 운전하던 60대 남성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혼동해 인근 인도로 돌진하며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이후 한동안 불이 붙었다 잠잠해진 ‘60대 이상 고령자 운전’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19만 6349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만 6922건이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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