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9일 0시를 기해 용산에서 청와대로 공식 이전함에 따라 ‘청와대 시대’가 다시 열렸다. 대한민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청와대에 게양되고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돌아갔다. 3년 7개월 전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라고 밝히며 ‘용산 시대’를 연 윤석열 정권은 불통 정치를 이어가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한국 정치사에 큰 상흔을 남겼다. 청와대가 갖는 ‘권위주의’ 이미지와 대국민 개방에 따른 보안 리스크, 1000억 원 넘게 소요되는 왕복 이전 비용, 세종시로의 이전 가능성 등 여러 논란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를 서두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왕성한 소통 행보를 보이며 기업 및 국민들과 접점을 넓혀 왔다. 그 자체로도 평가받을 만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기업인들을 수시로 만나 전폭 지원과 규제 철폐를 약속했지만 당정이 노란봉투법 등 기업 옥죄기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소통의 진정성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공직자에 대한 ‘공개 망신주기’와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가 즉흥적으로 튀어나왔다. 거침없는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두고 ‘사이다’라는 환호와 ‘정치 쇼’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의 높은 담장 안에서 집권 2년 차를 맞게 된 이 대통령 앞에는 민심과의 괴리, ‘문고리’로 상징되는 비선 논란, 폐쇄적 권위주의 등 역대 청와대 주인들이 발목 잡혔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소통의 정치를 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가 놓였다. 물론 평소에 소통력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소통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참모진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여민관에서 근무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활짝 열린 귀와 열린 마음, 그리고 진정성 자체다. 청와대가 또다시 불통의 ‘구중궁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머슴’을 자처하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호작용하는 진정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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