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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 정통망법 중대 우려" 새해 벽두부터 외교갈등 번지나[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

美 국무부 "韓, 불필요한 장벽 부과 안 돼"

이틀 연속 韓 정통법 개정안 공개 비판

페북·인스타·구글 등 규제부담 우려되자 '행동'

유럽식 규제, 전세계 확산 차단 속내…"韓이 본보기"

FTA공동위 연기·온플법 견제 등 美내 반발↑

팩트시트 등 이행서 변수 우려…정책주권 침해 논란도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 청문회에서 하원 의원들이 질의를 하고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 움직임이 도마에 올랐다. 이태규 특파원




미국 국무부가 한국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중대 우려"를 표명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도출로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미 통상 갈등이 새해 벽두부터 다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이 한국의 정책 주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연속 韓 정통망법 저격한 美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무부의 모습.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31일(현지 시간) 정통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미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네트워크법(Network Act) 개정안을 승인한 데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 답변에서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며, 모두를 위한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한국 정통망법 개정안에 대해 이틀 연속 공개 견제구를 날렸다. 전날에는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엑스(X, 옛 트위터)에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명예를 훼손하는 딥페이크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적은 바 있다.

유럽식 규제 전세계 확산 막으려는 美, 韓 본보기 삼아 강경 대응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국무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통망법 개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 허위정보 삭제 등 일정 수준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 법안이 결국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와 구글 등에 해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11월 도출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 명시된 내용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팩스시트에는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날 국무부 입장문에도 "한국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가 전세계로 수출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테크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DSA에 '도끼눈'을 뜨고 있는 미국은 DSA가 다른 나라로 전파될 경우 자국 빅테크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본보기로서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DC 관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정통망법 개정안은 의안원문에서 DSA를 벤치마킹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적시해놨다. 미국 국무부는 EU가 2023년 도입한 DSA에 근거한 첫 과징금을 지난해 12월 5일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에 부과하자, 23일 DSA 제정을 주도한 EU 인사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방관은 5명에 대해 "그들이 반대하는 미국의 시각을 검열, 억압하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을 강압하는 조직적 시도를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온라인에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혐오나 차별 조장 발언 등 유해 콘텐츠를 차단, 관리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며 반대해왔다. 실제 JD밴스 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극우 사상과 이민자 등을 겨냥한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유럽 각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통망법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시행 후 실제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단행되기 전에라도 미국은 강경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DSA식 자국 플랫폼 규제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게 미 행정부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美 정재계서 韓 디지털규제 움직임 반발 확산…정책주권 침해 논란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제공=산업통상부


최근 한미간에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 움직임을 놓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이 디지털 관련 규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미국 측 불만 탓에 내년 초로 연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만 차별적이라고 판단하는 디지털 규제를 한국이 추진하고 있어 FTA 공동위가 연기됐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쿠팡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안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는 등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16일 미 하원에서 열린 반독점소위 청문회에서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등으로 미국 경제에 10년간 최대 5250억달러(약 758조원)의 장기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며 미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의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했다. 쿠팡 정보유출 사태에 대해 트럼프 1기 때 안보 수장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며 트럼프의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한국의 정책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 팩트시트,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 이행 과정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고리로 변수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을 구독하시면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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