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높은 내각 지지율을 무기 삼아 오는 23일 중의원 조기 해산을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유권자 절반은 이번 해산 결정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야권에 대한 낮은 기대감 탓에 선거 결과는 여당의 우위가 점쳐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금융시장도 자민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선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해산엔 “반대” 선거선 “여당 승리 지지”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결과,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중의원 해산 결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50%로, ‘찬성한다’(36%)를 크게 웃돌았다. 1월 23일 정기국회 소집 직후 해산이라는 초강수가 새해 예산안 심의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뒤로 하고 정치적 공백을 초래한다는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산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 인식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다카이치 총리의 핵심 지지 기반인 18~29세 젊은 층에서는 해산 찬성이 67%에 달한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찬성이 20%에 그쳤다. 남성은 찬성 42%, 반대 46%로 팽팽했지만, 여성은 30% 대 53%로 반대가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해산 자체에는 반대하면서도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여당의 승리를 바라는 민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편이 낫다’는 응답은 52%로, ‘그렇지 않다’(35%)를 크게 앞섰다. 해산 자체에는 반대하면서도 지지율이 견고한 현 정권이 주도권을 쥔 ‘여당 우위 정국’을 선호하는 복잡한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0~70%대 중반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여당의 해산 명분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않는다’가 48%로 ‘납득한다’ 42%를 소폭 앞섰다. 지금 해산하면 국민 생활 관련 정책에 영향이 나올 불안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느낀다’ 49%, ‘느끼지 않는다’ 45%로 의견이 갈렸다.
야권 재편 효과 미미…시장은 ‘자민 승리’ 선반영
야권 재편 효과는 현재까지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신당 ‘중도개혁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9%에 그쳤다. 이는 지난 11월 조사 당시 입헌민주당(9%)과 공명당(5%)의 단순 합산 지지율(14%)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특히 ‘중도개혁연합이 정권의 대항 세력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심지어 다카이치 내각 비지지층 사이에서도 과반인 52%가 야권의 결집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당에 ‘기대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친 반면, ‘기대하지 않는다’는 66%에 달했다.
금융시장은 여당의 승리를 선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닛케이평균주가는 자민당의 단독 과반 확보와 이에 따른 정권 안정 기대감을 미리 반영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UBS 자산운용은 “자민당의 선거 승리 시 정책 실행 가능성이 높아져 닛케이평균이 6만엔을 목표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채권 및 외환 시장에서는 경계감이 역력하다.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과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식료품 소비세 제로’ 등 감세 공약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9엔대 중반까지 밀려나며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채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할 경우 금리가 2.5%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늘 밤 기자회견… ‘정치 공백’ 설명 책임 과제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오늘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해산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기습 해산’으로 인해 발생할 국정 지연에 대해 명확한 설명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1월 중 지시할 예정이었던 새로운 재정 건전화 목표 수립과 사회보장 개혁을 위한 국민회의 개최가 선거로 인해 연기됐기 때문이다. 미일 동맹 조율과 중국과의 갈등 심화 등 외교·안보 과제가 산적한 와중에 정치적 공백을 만든 데 대한 비판을 어떻게 돌파할지 역시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총리가 선거를 통해 정권 기반을 다져 중국과의 교섭력을 높이려 한다는 해석이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며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과 관련해 중국과의 대립을 초래한 점을 고려할 때, 사태 수습을 위한 해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해석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일정은 23일 해산, 27일 공시를 거쳐 다음 달 8일 투표가 유력하다. 이 경우 해산부터 투표까지 기간은 16일로 전후 최단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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