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최대 8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배달 라이더와 대리 기사,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가 800만 명을 넘는 것은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태선 의원의 대표 발의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안 등 법안 2건의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고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간주되며 노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에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해지할 수 없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제는 김 장관이 “유사한 수준의 선례를 찾기 쉽지 않다”고 했을 정도로 논쟁적인 제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C 테스트’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등 여러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과도하게 부과한 탓에 제도가 정착되지 못했다. 스페인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후 일부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다.
특고 노동자 등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퇴직금, 4대 보험 등이 적용되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큰 우려는 근로자 추정제가 시행되면 특고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이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노란봉투법으로 경영 활동에 큰 부담을 안게 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각종 분쟁의 시한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소외된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시한을 정해놓고 속도전을 펼치면 노동 현장에서의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친노동 입법 과속을 멈추고 미래 산업을 대비한 임금체계·근로시간·고용의 유연화 등 노동 개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