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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소액보험까지..中 보험사, 플랫폼 사업으로 영토확장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25 17:50:32각종 규제로 신성장동력을 좀처럼 확보하지 못하는 국내 금융사와 달리 중국 보험사는 적극적인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줄어드는데다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보험상품만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슈어테크를 접목한 헬스케어 상품부터 소액보험 상품까지 상품군을 넓히는 한편 모바일 기반 서비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손해보험사인 핑안보험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플랫폼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보험 상품에 고객 생활 데이터를 접목해 새로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 정비를 원할 경우 보유 정비소 데이터를 활용해 수리비 견적까지 산출해준다. 진료·보험 데이터를 이용한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와 함께 원격진료 등 헬스케어 플랫폼도 구축해 신규 사업 분야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의료정보 제공 동의 등 각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헬스케어 부문 확대에 한계가 있다. 중국 보험사는 플랫폼 서비스 확대와 함께 생활밀착형 소액보험 상품으로 젊은층을 신규 고객으로 유인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핑안보험이 합작해 설립한 중국 최대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보험도 기존 보험업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보험상품으로 보험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 보험상품 중 하나는 ‘반송보험’으로 주문 전에 보험료 1위안(약 170원) 정도만 내면 1회 반품비를 보장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온라인쇼핑 주문량이 급증함에 따라 보험 가입도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상품인 ‘항공지연보험’도 중국 항공사의 항공편에 변수가 많아 가입이 증가하는 상품으로 꼽힌다. 이 상품은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출발시간이 지연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혁신상품을 바탕으로 중안보험이 거둬들이는 보험료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중안보험의 올해 보험료는 156억위안(약 2조6,04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7억9,000만위안(약 1,312억원)에 비해 20배 급증한 액수다. 중소보험사도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OK자동차보험의 경우 시속 20㎞ 이하로 5분 이상 주행할 경우 운전자에게 5위안의 주유쿠폰을 제공하는 ‘교통체증보험’과 주차위반 과태료의 50%를 지급하는 ‘주차위반딱지보험’을 선보였다. 보험료는 1위안으로 저렴하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금융사 틈새 노린 혁신기업 속속 등장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19.12.23 17:33:30뉴욕이 예측 가능한 규제·감세·산학협력 등 혁신 창업기업 성장의 3박자를 갖추면서 뉴욕에 기반을 둔 유망한 핀테크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존 금융회사의 틈새시장을 노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페이팔이 소유한 간편결제 업체 벤모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개인간(P2P) 송금 시장을 공략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자신의 은행 계좌와 연동하면 친구에게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여럿이 식사한 후 한 명이 결제했다면 벤모를 통해 친구에게 더치페이분을 클릭 몇 번으로 송금할 수 있다. 계좌와 직불카드를 연동하면 수수료가 무료다. 벤모를 통해 송금된 돈은 지난해 1·4분기에만도 120억달러에 이르렀다. 모바일 투자 플래폼인 스태시도 주목받고 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최소 5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핀테크 플래폼이다. 만약 주가가 50달러인 주식을 매수한다면 5달러를 가진 투자자 10명이 모여 50달러가 됐을 때 투자를 할 수 있는 식이다. 전통적인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높은 주식을 사기 어렵다는 불편함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 또 개인이 소비하고 남은 여분을 모아 계획된 포트폴리오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고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분석해 수익을 내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도 쉽게 주식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인기다. 지난해 7월 현재 240만명의 회원 수를 거느리고 있다. 펀데라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업체로 기존 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에 인색하고, 소상공인들은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회사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뿐 아니라 사업설명도 제공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펀데라는 2,5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1,56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017년보다 77% 급증한 실적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뉴욕 5년전부터 면세...韓은 올들어 세법개정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19.12.23 17:32:20뉴욕이 세계 핀테크 수도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우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세계 핀테크 도시 순위에서 20위권에도 들지 못했고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서도 서울은 36위에 그쳤다. 뉴욕은 지난 2014년부터 선정된 스타트업 기업에 100%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우리는 핀테크 기업 감세가 이제야 추진되고 있으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국회에 계류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23일 글로벌 영국 국제컨설팅그룹 지옌에 따르면 세계 104개 도시 가운데 핀테크 경쟁력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 베이징이며 2위는 상하이, 3위가 뉴욕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공개된 상위 20개 도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옌은 각 도시의 국제금융센터지수도 공개했다. 1위는 뉴욕이었고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순이었다. 서울은 36위에 머물렀다. 가장 순위가 높았던 2015년 9월(6위)에 비하면 30계단이나 낮다. 부산은 43위다. 정책적인 면에서 우리는 핀테크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 현재 정부는 창업 중소기업에 대해 개인사업자의 경우 소득세, 법인은 법인세를 감면해준다.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5년간 법인세의 50~100%를 깎아준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은 금융업으로 분류돼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까스로 이익을 냈지만 세금을 내야 해 성장에 제약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 업종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1일 국회를 통과했다. 물론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뉴욕이 2014년부터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폈던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핀테크 육성의 핵심은 빅데이터 활용인데, 데이터 3법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법은 3개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에 계류됐지만 여야 정쟁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보통 총선이 끝난 후 새 국회가 열리기 전인 5월에 상임위를 통과하고 큰 쟁점이 없는 법안은 통과시켜왔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5월에는 데이터 3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뉴욕, 실리콘밸리 넘본다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19.12.23 17:30:57세계 각국이 핀테크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전통적 ‘돈의 도시’인 뉴욕이 급부상하고 있다. 보통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주로 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뉴욕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도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고 그 성과가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핀테크 열기는 지표로 여실히 드러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와 CB인사이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이 뉴욕 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133억달러로 샌프란시스코(275억달러), 실리콘밸리(180억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2012년 26억달러에서 5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이 같은 자금 유치는 핀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뉴욕시는 대출·자산관리·보험·암호해독 등의 분야에서 265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유치했다. 개별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배터먼트는 자산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알고리즘인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해 2억8,000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스태시도 모바일 투자앱 개발로 창업한 뒤 캐시백 직불카드, 빠른 이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성장해 1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머니라이언은 모바일뱅킹, 금융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해 7,0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액소니즘도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해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로부터 6,000만달러를 수혈받았다. 금융권이 집중된 뉴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도시발전 부문에서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뉴욕을 글로벌 핀테크 수도로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로 ‘실리콘앨리(Silicon Alley)’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실리콘앨리는 맨해튼 플랫아이언 빌딩을 중심으로 구글 뉴욕 사무실이 위치한 다운타운 구역, 트라이베카, 미드타운 일대로 이곳에는 스타트업 육성 랩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후 2013년 공화당·무소속으로 당선된 민주당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블룸버그 시장과 정파가 달랐지만 그의 정책을 이어가며 핀테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예측 가능한 규제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뉴욕이 핀테크 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주 배경이다. 미국은 투자자 보호,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해 엄격한 금융규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것이 규제가 되고 제재를 받을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지한 것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도 활성화돼 신생기업이 새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사업을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다. 실효성 높은 ‘규제비용편익분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과 수입을 비교하듯 정부가 판단했을 때 규제에 따른 비용이 사회적 편익보다 크다는 점을 입증하면 규제를 폐지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비합리적인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비조치의견서 제도도 활성화돼 있다. 금융기관에서 특정 사업이 합법인지를 감독당국에 질문하면 당국이 결정하는 제도로, 여기서 허용한 것은 앞으로 당국이 징계하지 못하게 한다. 세금 면에서도 뉴욕은 매력적이다. 2014년부터 ‘스타트업 뉴욕’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며 선정될 경우 10년간 시정부 및 주정부 세금을 100% 면제해준다. 이 밖에 2010년부터 글로벌 컨설팅 회사 엑센추어와 뉴욕시가 모집한 펀드로 설립한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통해 신규 기업 지원도 하고 있다. ‘데모데이’라는 행사를 열어 투자자들과 금융기관에 핀테크 기업의 상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맨해튼 동쪽에 있는 섬 ‘루스벨트아일랜드’에 들어선 코넬공대도 뉴욕이 핀테크 수도로 거듭나는 데 핵심역할을 한다. 뉴욕시는 코넬공대, NYU 테크 캠퍼스에 12만2,000평의 토지와 1억달러를 지원해 대학과 산업 간 유기적인 교류를 적극 유도했다. 혁신 인재가 끊임없이 양성돼 맨해튼으로 계속 수혈되는 구조다. 이 외에 뉴욕에 둥지를 튼 핀테크 스타트업 업체들은 기술전문가 등 한정된 인재가 많은 실리콘밸리와 달리 전 세계의 다양한 인재들을 언제든 구할 수 있는 뉴욕의 특성, 대형은행이 많아 금융 인재가 충분한 점, 혁신기술을 실리콘밸리보다 빠르게 시장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뉴욕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수수료 없이 환전·결제… 국경 허문 '유럽 핀테크'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12.22 17:55:06영국과 프랑스를 주 무대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사업가 발레리 코르시아스씨의 지갑에는 현금 한 푼 없이 ‘레볼루트 카드’ 한 장만 들어 있다. 런던·파리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사업을 하는 그는 외국인이 카드를 발급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프랑스에서도 레볼루트 카드로 막힘없이 물건값을 결제한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는 수수료 없는 실시간 환전·결제 서비스로 창업 4년 만에 유럽 전역에서 600만명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이다. 올 9월부터 글로벌 결제망을 운영하는 비자와 손잡고 유럽을 넘어 미국·브라질·한국·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24개국 신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만난 코르시아스 씨는 “프랑스에서는 외국인이 현지 은행에 계좌를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상당액을 예치하고 복잡한 신분증명을 거치지 않으면 카드 발급도 힘들다”며 “레볼루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것부터 무료 계좌 발급과 현지통화를 활용한 송금·결제까지 가능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간편하고 빠른 핀테크발(發) 혁신이 유럽 금융의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은행 계좌를 개설·유지하기 위해 수수료를 내고 은행 업무를 보려면 지점 담당자와 매번 약속을 잡아야 하는 프랑스에서는 레볼루트뿐 아니라 개인간(P2P) 국제송금 서비스로 500만명을 사로잡은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 독일의 모바일은행 ‘N26’ 등 유럽 각지의 핀테크들이 금융소비자의 손안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 금융 중심지였던 영국 런던 외에도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들이 핀테크 육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핀테크 불모지로 꼽히던 프랑스마저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법인세 인하 등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핀테크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파리증권거래소에 핀테크 네트워크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가 핀테크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언스트앤영(EY)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6%였던 글로벌 핀테크 이용률은 2017년 33%로 오른 뒤 올해 64%까지 치솟았다. 2년 전 조사 당시 예상됐던 이용률 52%를 훌쩍 뛰어넘었다. EY는 보고서에서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적 금융기관과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도 핀테크 혁신에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난새기자 파리=김기혁기자 binthere@@sedaily.com -
영국정부가 밀어준 오크노스, 글로벌 중기금융시장 흔든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12.22 17:45:17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KPMG가 선정한 올해의 50대 선도 핀테크 기업 명단에는 유럽연합(EU) 국가에서 탄생한 기업 11곳이 올랐다. 이 11곳 가운데 1위는 혁신적인 송금·결제 서비스로 유명한 ‘트랜스퍼와이즈(17위)’나 ‘레볼루트(26위)’도, 유럽 최초의 모바일뱅크 ‘N26(13위)’도 아닌 중소기업 대출 플랫폼에 특화한 영국의 ‘오크노스(10위)’가 차지했다. 오크노스는 제도권 금융의 소외계층이었던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신용분석 기술 플랫폼으로 물밑에서 전 세계 중소기업금융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아직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분야에만 집중된 국내 핀테크의 발전 양상과 사뭇 다르다. 지난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오크노스는 이제까지 영국 중소기업들에만 40억파운드(약 6조600억원)를 대출해 7억5,000만파운드를 회수했다. 채무불이행 기록은 없다. 앞서 창업했지만 아직 흑자전환에는 이르지 못한 레볼루트·N26과 달리 이미 2017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기술을 결집해 만든 신용평가 플랫폼이 무기다. 오크노스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100만~5,000만파운드 규모의 대출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오크노스에 따르면 전 세계를 통틀어 중소기업대출 시장의 규모는 7조달러에 이른다. 구글이 겨냥한 전 세계 광고 시장(1조7,000억달러)의 4배가 넘는다. 오크노스의 성장은 영국의 개방적인 금융규제 체계 덕분에 가능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의 은행업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스몰뱅킹 라이선스인 ‘소규모특화은행(SSB·Small Specialized Bank)’ 제도를 신설했다. 정식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은 핀테크 기업이 적은 자본금으로 예금·중소기업대출·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의 일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수닐 찬드라 오크노스 최고경영자(CEO)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오크노스의 성공 비결을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고 샌드박스와 여러 종류의 핀테크 면허 제도를 갖춘 영국의 규제 체계하에 있는 것”이라고 꼽았을 정도다. 유럽발(發) 핀테크는 전 세계 기업금융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오크노스는 세계 각국의 은행과 제휴해 자사의 플랫폼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사업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NIBC은행을 포함해 유럽·아시아·북미·호주 등 전 세계 12개 금융기관이 오크노스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오크노스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 ‘그린실’은 세계 60개국에서 기업고객의 조달·생산·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1년 설립 이후 총 600억달러의 운전자금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급망 금융사업자로 올라섰다. 프랑스에서 3,000만유로의 투자금과 4만 중소기업고객을 확보하며 급성장 중인 ‘콘토’나 독일의 ‘펜타’ 등 유럽의 핀테크는 대형 금융기관이 꽉 잡고 있던 기업금융 시장에도 속속 침투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대형 은행 낫웨스트(NatWest)는 지난해 중소기업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플랫폼 ‘메틀’을 출시했다. HSBC도 ‘프로젝트 아이스버그’라는 과제를 내부적으로 내걸고 소상공인·중소기업고객을 위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담보나 보증이 필요 없는 자금신청, 간단한 절차와 신속한 처리라는 핀테크의 강점은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며 “한국도 기존 금융 제도의 경직된 운용이 핀테크 역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리디아할께"...프랑스 2030에 부는 핀테크 열풍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12.22 17:43:44“요즘 프랑스 젊은이들은 ‘간편송금한다’는 말 대신 ‘리디아(Lydia)한다’는 말을 씁니다. 파리에 사는 외국인도 알아들을 정도죠.”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스타트업 사업가 앙토냉 기씨는 서비스가 느리고 절차가 복잡한 은행을 방문하는 대신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리디아’를 즐겨 사용한다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우리나라의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리디아는 2013년 파리에서 탄생한 모바일 간편송금·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다. 프랑스 내에 2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35세 젊은 층의 비중이 88%에 달한다. 미국에서 모바일 송금·결제 앱 ‘벤모’를 이용해 돈을 보낸다는 의미로 ‘벤모(Venmo)하다’라는 신조어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리디아하다’라는 말이 유행하는 배경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핀테크 열풍이 있다. 리디아 앱 하나만 있으면 소비자는 문자메시지·e메일로 돈을 송금하고 자신이 보유한 모든 은행 계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친구들과 공유계좌도 개설할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핀테크 이용도가 낮은 곳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이용지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주요 27개국 가운데 프랑스 금융소비자의 핀테크 이용률은 35%로 조사 대상이 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70%대인 네덜란드(73%)와 영국(71%)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고 독일·스웨덴·스위스(64%)는 물론 스페인(56%)·이탈리아(51%)에 견줘도 유독 낮다. 이런 프랑스에 유럽 각국에서 탄생한 각종 핀테크가 속속 침투하면서 금융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핀테크 강국 영국의 ‘레볼루트’ ‘몬조’ ‘트랜스퍼와이즈’는 물론 독일의 ‘N26’, 스웨덴의 ‘클라르나’, 네덜란드의 ‘욜트’ 등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을 무대로 세를 넓히고 있다. 리디아 역시 최근 영국·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에 진출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 파리 시민은 “프랑스의 노인들은 아직도 두툼한 수표책을 들고 다닐 정도로 기성세대의 핀테크 이용도는 저조하다”면서도 “프랑스 은행의 서비스가 워낙 느리다 보니 젊은 층은 핀테크 앱을 쓰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에 거주하는 대학생 진 레콩트씨는 “핀테크 앱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기존 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계좌 개설 비용을 없애거나 1년간 카드결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금융혁신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에 힘입어 진화하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유럽연합(EU) 지역에서 발효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와 영국의 ‘오픈뱅킹’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고객 데이터가 개방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새롭고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달부터 전면 도입한 오픈뱅킹도 영국의 사례가 롤모델이 됐다. 영국은 오픈뱅킹에 앞서 이미 2015년에 핀테크 업체가 공정한 조건으로 지급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담 감독기관을 신설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건 프랑스 정부도 영국을 따라잡고 핀테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2일 찾은 파리증권거래소에는 제2의 리디아를 길러내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의지가 녹아 있었다. 프랑스 금융 중심가인 파리2구 한복판에 위치한 이 거래소 내에는 ‘라플라스(La Place)’라는 핀테크 네트워크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걸린 전광판에는 “이제 프랑스 증권거래소는 핀테크와 인슈어테크(보험과 핀테크의 결합)의 새로운 허브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프랑스 최초로 증권거래가 이뤄졌던 역사적 장소가 핀테크 육성을 위한 미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라플라스는 핀테크 업계가 주기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핀테크 산업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출입국 허가 규제도 과감히 풀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로자·투자자가 가족과 함께 4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제도인 ‘프렌치테크’ 비자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공공기관인 ‘라프렌치테크’의 캣 볼롱간 국장은 “프랑스에서는 창업자의 국적은 물론 나이·학력을 따지지 않는다”며 “프렌치테크 비자를 신청하면 업무일 기준으로 일주일 만에 발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엘리제궁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까지 하게 되면 핀테크를 비롯한 영국 금융 분야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유럽 전역을 무대로 한 핀테크 경쟁에서 프랑스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김기혁기자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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