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담] 文 '탈원전' 한 마디에 영혼까지 삭제한 공무원들
경제 · 금융 정책 2020.10.24 23:00:20감사원이 지난 20일 내놓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 곳곳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월성 1호기에 대한 불합리한 경제성 저평가와 이 과정에서 벌어진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재인 대통령 ‘눈치 보기’ 정황이 최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 대통령의 한 마디만 듣고 객관적인 검토 과정은 생략한 채 모든 것을 청와대 보고용 결론에 맞췄고, 그 바람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잘못된 경제성 판단과 직원들의 관련 자료 삭제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뒤따랐다. 감사원은 조기폐쇄 타당성 자체는 판단하지 않으며 균형을 도모했지만, 어쨌든 이번 감사 내용은 정치가 행정에 개입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낳은 전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월성 1호기 경제성 낮췄다”면서 조기 폐쇄 타당성은 판단 안해 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 대한 자료에서 “2018년 6월11일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지난 2018년 5월께 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의 원전 판매단가를 직전 해(2017년)의 판매단가(1kwh당 60원76전)보다 9.3% 낮은 1kwh당 55원08전으로 변경하도록 해 경제성을 낮췄다는 지적이었다. 감사원은 또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도 그 규모가 과다하게 책정됐다고 명시했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가리는 게 아니었다며 정치적 해석과 거리를 뒀다. 보고서 이름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이지만 그 타당성 자체는 판단 영역의 밖에 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규칙은 정부의 정책 결정, 정책 목적의 당부 등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다”며 “이번 감사는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으므로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과는 지난해 9월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이래 무려 1년1개월 만에 나온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한 ‘사퇴’ ‘탄핵’ 요구까지 불거지는 등 온갖 정치적 논란과 압박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여야 모두에 나름 명분을 쥘 수 있게끔 정무적으로 균형을 맞춘 결론을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文, 언제 폐쇄하는 지 물었다” 보고받자... 白 “즉시 중단” 이날 감사원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와 무관하게 원전 가동을 즉시 중단한 경위와 그 과정이었다. 감사원이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의 A과장은 지난 2018년 4월2일 청와대의 한 행정관으로부터 “청와대 B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와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고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하자 문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B보좌관에게 물었다”는 내용을 들었다. A과장은 이를 다음 날인 4월3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 정지 운영 변경 허가까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게 가능하며 한수원의 외부기관 경제성 평가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보고했다. 이에 백 전 장관은 A과장을 질책하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함께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A과장 보고 내용 중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다분히 우선한 결정이었다.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A과장은 곧바로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즉각 가동 중단하는 쪽으로 보고서를 수정했다. 대통령비서실 보고에 앞서 현장 실무자가 작성한 기존 보고서를 대통령 뜻에 맞춰 전부 뜯어고친 것이다. 백 전 장관의 이날 판단은 이번 감사원 감사까지 나비효과가 돼 돌아왔다. A과장은 그해 4월4일 “백 전 장관 재검토 지시에 따라 가동은 어렵게 됐다”는 뜻을 한수원에 전했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원안위 허가까지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산업부는 “이를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8년 3월까지만 해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던 한수원은 이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치 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한수원은 같은 해 4월10일 체결한 회계법인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과정에서 폐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않았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별 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원전 판매단가를 불합리하게 변경하면서 “입력변수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사장의 주장은 묵살됐다. 산업부, 감사원 감사 예고되자 ‘자료 삭제’ 추태까지 의사결정 자체가 사실상 청와대로부터 하향식으로 불합리하게 진행되다 보니 감사원 감사 대응 때 산업부 공무원들이 보인 모습도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무슨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자료를 통째로 지우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지난해 산업부 C국장은 국회 요청으로 감사원 감사가 예고되자 관계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한 뒤 그해 11월 부하직원 D과장에게 PC는 물론 휴대전화, 이메일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까지 모두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D과장은 다음 달인 12월 C국장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다. 자료가 인멸된 상태에서 디지털 포렌식까지 진행한 감사원은 444개 문서가 있음을 확인했으나 120개 문서는 결국 복구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산업부 공무원이 관계자료를 거의 삭제해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던 최재형 감사원장의 한탄이 무슨 의미였는지 그 베일을 벗은 것이다. 당시 최 원장은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며 “감사 관련 수집자료, 문답서,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문서, 자체 문서까지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사원은 그럼에도 감사 대상자들에 대한 직접 고발은 자제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의 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비위 행위로 보고 엄중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그가 이미 퇴직한 후라 산업부에 인사자료를 통보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산업부 장관에게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주라”고 요구했고, 산업부 C국장과 D과장에게는 징계를 요청했다. 문책 대상자들과 관련한 자료는 수사기관에도 보내기로 했다. 조기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들에 대해선 본인이나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배임 행위를 저지른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디서 삿대질” “한 대 치겠다”... 여야는 난장판 싸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는 곧바로 여야 간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험악한 풍경까지 펼쳐졌다. 국미의힘 김정재 의원이 산업부의 감사 자료 삭제를 문제시하면서 “산업부 장관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엎드렸고 한수원 사장은 직원들을 내몰았다”고 말하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 장·차관이 무슨 대단한 범죄자인 줄 알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김 의원은 “동료 의원 질의에 딴지를 거는 게 기본 예의냐”고 반박했고 송 의원은 “어디서 끼어들고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과 송 의원은 “어디서 삿대질이냐” “질문에도 금도가 있다”는 등 말다툼을 이어갔고 이학영 위원장은 이에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송 의원은 정회 뒤에도 김 의원 자리로 다가가 “내 발언에 왜 끼어드느냐”고 항의했고 김 의원은 “어디서 삿대질이야, 한 대 치겠습니다”라며 기 싸움을 이어갔다. 성윤모 장관은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산업부가 조직적으로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도 조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1호기 감사에 대해서도 국민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꼽는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탈핵주의자와 비전문가들이 원안위 주요 보직을 꿰차고 원자력 정책을 정치적으로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경제성 평가에 조작이 있었다는 의견에 대해 “그렇게 판단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고 반대했다. 정치 주도 행정에 영혼 사라지는 공무원들 결과적으로 이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는 ‘정치의 행정 개입’ ‘행정의 정치화’가 공직자들의 소신을 얼마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 준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이와 연관해서는 지난 2017년 8월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한 문 대통령의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 발언도 덩달아 회자됐다. 최근 감사원 소속 감사연구원의 의뢰로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최근 제출한 ‘적극행정을 위한 법체계와 감사원의 역할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는 “정치가 (행정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뒤바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상태에서는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화 시대의 공무원은 발전행정의 선도자로서 개인이 추구하려는 목적과 조직의 목적 사이에 교집합이 많아 적극행정을 추구할 동기가 많았다”며 “그러나 민주화 시대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갈등에 대한 조정·합의 등이 중시돼 국정운영에서 입법부 우위나 정치 주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정치인들은 과거보다 더욱 치열해진 선거경쟁 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관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한다”며 “행정관료는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법치주의 원리에 부응하면서 정치적 상관의 적극행정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다소 상충적인 업무환경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부나 선출직 출신들이 이념적으로 추구하는 정치와 실제 행정 시스템을 분리하고 그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영혼 없는 공무원’이 현 정부에서는 얼마나 사라졌는지, 지금과 같은 체제 안에서 다음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사라질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시점이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경제 사령탑'은 옛말...기재부, 令이 안선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0.10.23 17:38:5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수시로 난타할 뿐 아니라 툭하면 해임까지 시사하며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다. 홍 경제부총리는 올 들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 등에서 여당에 반대했다가 밀리며 물러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재정준칙과 관련해 “(홍 부총리가 계속 도입을 주장하면) 같이 갈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해임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인사권 문제니 제가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재부 고위관료들이 재정 건전성을 많이 내세우는데 지금은 전쟁 상황이고 여당은 기본적으로 다 재정준칙에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은 김 의원만이 아니다. 3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홍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이유로 여당의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하자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홍 부총리와 기재부를 향해 수시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에 홍 부총리가 반대 입장을 보이자 이 지사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고수하자 “기재부가 엘리트 의식에 갇혀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홍 부총리는 선별지원을 주장했지만 당정협의를 거치며 전 국민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4차 추경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도 홍 부총리는 “지금 단계에서 4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너무 성급하다”고 선을 긋다가 입장을 바꿨다. 장관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정치권이 경제수장을 이렇게 대하면 ‘영’이 서지 않는다”며 “일관성 없고 즉흥적인 정책만이 남발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여론에 밀리고 정치권에 치이고...흔들리는 官街
경제 · 금융 정책 2020.10.23 17:38:05“정치권의 개입이 잦다 보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정말 한정적입니다. 나서지 않는 게 낫습니다.” 정권 후반기 관료사회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여론에 밀리고 정치권에 치인 공무원의 무기력증이 계속 확산될 경우 국정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3일 세종시 관가는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진 기획재정부 예산실 사무관 소식으로 술렁거렸다. 불과 2년 전에도 예산실 서기관이 예산안 심의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대기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실의 업무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본예산에다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최근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경제부처 관료는 “힘든 업무강도는 그나마 버티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박은 ‘내가 왜 공무원이 됐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관료들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정치권이다. 당은 재정·부동산·금융세제·내수활성화 등 여론에 민감한 정책을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하고 결과에 따른 비판과 책임은 관료들의 몫이다. 감사원의 원전 감사 결과에 공무원들이 흥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실무자들의 징계를 요구하자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을 따랐을 뿐인데 번번이 아랫사람들만 덮어쓴다”며 “적극행정과 면책 강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국회와 행정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무원에 대한 현 정부의 불신에 더해 지난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며 더 가팔라졌다. 지난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부처 장관들을 불러모아 개최한 ‘경제상황점검회의’가 대표적이다. 한국판 뉴딜도 당정 추진본부를 만들어 사실상 민주당이 어젠다를 쥐었다. 경제정책까지 당으로 가져가면 정책이 여론에 맞춰 춤을 추다가 누더기가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이 들끓을 때 담당 국장이 의원실에 불려가는 일은 태반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당에 정책 같은 걸 가져가면 빨간 펜으로 쓱쓱 그어서 막 빼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알맹이는 사라질 때가 많고, 또 좋은 건 (국회가) 발표해버리는 식”이라며 “이제는 청와대도 한발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올해 결정된 주요 생색이 나는 정책들은 상당수를 정치권에서 주도했다. 긴급재난지원금도 국회의 의지대로 100% 전 국민에게 지급했고 대학등록금 반환도 재정조달 방안은 외면한 채 나랏돈으로 하게끔 법이 개정됐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공제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것도 ‘동학개미’를 의식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였다. 이달 초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여당의 압박으로 늦어졌고 국회 통과도 불확실하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의도(정치권)의 힘이 커지고 행정부는 세종시로 옮겨가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우선은 관료사회에 대한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공무원들에게 국회에 가서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
몇달째 준비한 정책 뒤집히기 일쑤...책임은 '늘공'에 덤터기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10.23 17:37:16# 국회 호출에 세종과 여의도를 쉼 없이 오가며 지친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에게 몇 달 사이에 새로운 고충이 생겼다. 부동산세제 개편과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기준 강화 방안 등이 이슈가 되면서 이른 아침부터 민원인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폭주해 출근하기가 겁날 정도다. 올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작성으로 파김치가 된 예산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과정에서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를 담당하는 실무진 연락처가 부동산이나 주식 관련 카페에 공유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민원인의 항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며 “관련 정책의 타당성을 조곤조곤 설명해도 욕설을 퍼붓고 끊는 전화도 많다”고 호소했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세종시 관가는 최근 ‘정무적 판단까지 고려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라’는 정치권의 고차방정식 요구와 국민들의 원성 사이에서 지칠 대로 지쳤다. 관가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이런 지경이 된 것은 이리저리 치이는 현실의 장벽 때문이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예고하거나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다듬은 주요 정책이 청와대의 한마디에 뒤집히거나 정치권 압박에 수정되는 경우가 잦아지며 힘을 빠지게 한다. 지난 7월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 방향의 경우 애초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공제액을 2,00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밝힌 직후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기재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또한 가족 간 편법증여를 우려해 “가족합산 3억원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달 개인별 3억원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선정과정에서는 전 국민 대상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을 두고 ‘재정 포퓰리즘’ 논란이 일자 35~64세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며 기재부는 또다시 집중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가 국민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일부 관료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소속조직 업무 관련 내용이 올라올 경우 마음을 졸인다. 정부 부처 과장급 관계자는 “기재부만 하더라도 부동산세제, 주식 양도소득세제 등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해달라’ 같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데다 관련 내용이 바로 온라인 등에서 기사화되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계속 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청와대 게시판 안건이 국민동의 20만건을 넘어설 경우 청와대와 협의해 원고지 20장 분량의 답변서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중앙부처 공무원은 답변서를 두고 ‘정책 반성문’이라는 말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 결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징계를 요구받은 것에 대해 “공무원이 또 뒤집어써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감사 직전 주요 파일 444개를 삭제한 공무원을 비난하지만 결국 장관이 지시한 업무를 추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며 ‘적극행정’이라는 반박도 전혀 수용되지 않는 모습이라 답답하다”고 밝혔다.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4월 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이상 가족 기준)을 각 가정에 일괄 지급했지만 “공무원들은 지원금을 기부하는 게 어떠하냐”는 정치권의 압박에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지원금 기부 행렬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7월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일부 주택을 매각할 것을 권고하자 관료들 사이에서는 “사유재산까지 간섭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정치 주도 행정이 결국 소극행정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최근 감사연구원에 제출한 연구보고서는 “정치가 (행정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적극행정을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화 시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에 대한 합의 등이 중시돼 입법부 우위나 정치 주도 현상이 나타났다”며 “정치인들은 더욱 치열해진 선거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관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직 관료 등은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공무원들이 ‘책임행정’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한편 실무에서는 각 부처의 재량권을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부처 장관급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노무현 대통령 때만 해도 책임행정을 장려하기 위해 청와대가 각 부처 일을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부처에 권한을 줘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한데 지금과 같이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면 청와대 등 윗선 눈치만 보고 독자적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김우보기자, 윤경환기자 chopin@@sedaily.com -
몰래 삭제한 월성원전 자료엔 '청와대 보고 문서'도 포함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10.21 13:14:59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 파일을 444개나 고의로 삭제하고, 이중 120개는 복구도 못 할 정도로 훼손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야당이 관련 책임자 모두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료 삭제의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120개 미복구 파일... ‘대통령비서실 보고 문서’ 포함 21일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A국장은 지난해 11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하 직원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 e메일 등에 저장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해당 직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요청할 사항’ 등 총 444개의 파일을 지웠다. 이는 감사원이 이후 ‘월성 1호기와 관련된 최근 3년 간 내부 보고자료와 BH(청와대) 협의 및 보고자료, 한수원과 협의자료 일체’를 요구했지만 산업부가 문서 대부분을 누락한 배경이다. 감사원은 해당 산업부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 포렌식을 통해 324개 파일은 복구했으나 나머지 120개는 끝내 복구에 실패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산업부 직원이) 다른 내용으로 덮어씌우거나 파일명을 바꾸는 등 일부러 복구를 못 하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제된 자료들이 얼마나 민감한 내용이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미복구 파일 가운데 청와대 보고 관련 자료가 있는 점도 주목된다. 감사원은 미복구 파일 가운데 ‘2018년 4월 3일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지만, 결국 해당 파일의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청와대와의 연관성에 대한 감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2018년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이번 감사 대상이었지만 관련 내용은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료삭제가 산업부 공무원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변양호 신드롬’ 또 재연 우려 자료 삭제가 산업부 공무원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산업부 조직 차원, 또는 속칭 ‘윗선’에서 컴퓨터 등에 저장된 자료가 삭제됐다는 점을 인지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자료삭제 등에 대해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당한 폐쇄 과정에서 감사를 방해하고 직권을 남용하고, 공용 서류를 손상한 관련 책임자를 모두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정과제 추진 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공무원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증거 인멸’까지 감수하며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결국 산업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을 이행하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이번 일로 공무원이 책임 소재에 휘말릴 수 있는 결정을 피하려는 소위 ‘변양호 신드롬’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정부가 적극 행정에 따른 면책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면서 “누가 징계와 검찰 수사까지 무릎 쓰고 정권 차원의 국정 과제에 적극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월성 1호기 감사결과 20일 공개...文정부 '탈원전' 재검토하나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10.19 17:53:03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1년 1개월여 만에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감사 결과에 따라 정계와 관가, 에너지업계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脫)원전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문책까지 포함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하기로 한 이번 감사의 핵심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객관적으로 판단했는지 여부다. 유관기관들이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경제성 평가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는지가 주요 감사 대상이다. 정계와 관가에서는 ‘경제성’의 기준이 제각각인 만큼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자체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결론까지는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명백한 오류가 발견된 일부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많다. 이에 따라 감사원 보고서의 문구 하나하나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앞서 감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경제성 평가 산출 과정에서 의도적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관련 직원 등에 책임을 묻는 과정이 수반될 공산이 크다. 산업부 원전 정책 공무원들을 비롯해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까지 이번 감사와 연결돼 있다. 문책으로까지 번진다면 현 정부 에너지 정책 전반의 경제성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그러나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서 국회에서도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있을 수 없고 (감사원이) 그런 결정을 내릴 경우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치 자체는 타당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극히 사소한 문제만 발생했다는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월성 1호기는 당초 202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5,925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강해 수명이 10년 더 늘어났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야당은 지난해 9월 “한수원 이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 판매 단가 등 자료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윤경환·윤홍우기자 ykh22@@sedaily.com -
감사원,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 의결... 20일 오후 2시 발표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10.19 16:27:12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1년1개월 만에 의결했다. 그 결과는 20일 전격 공개된다. 감사원은 19일 오전 10시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하는 여섯 번째 감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고 오후 4시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지 1년1개월 만이자, 지난 2월 법적 시한을 넘긴 지 8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20일 오후2시 감사보고서를 국회와 언론, 관계기관에 공개·통보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의 핵심은 무엇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객관적으로 파악했는지 여부다. 유관기관들이 현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맞춰 경제성 평가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는지도 주요 감사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추정하면서 관계기관과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문책까지 내용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감사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더라도 정계와 관가, 에너지업계에 큰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감사원, '탈원전'에 칼 빼드나...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 오늘 의결할 듯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10.19 09:38:491년 넘게 이어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에 대한 감사가 19일 의결을 앞둔 가운데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쪽으로 결론을 모을 것이란 관측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일부 언론이 제기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에 대한 형사고발 가능성은 부정했지만, 관계기관과 관련자들의 완전한 법적·행정적 면책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감사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더라도 그 후폭풍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보고서를 되도록 이날 의결하고 자구 수정 등을 거친 뒤 20일께 그 결과를 국회와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감사위원 한 자리는 공석이다. 6명 중 재적위원 과반수(4명 이상)가 동의해야 의결에 이를 수 있다. 정계와 관가에서는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에 책임을 묻는 과정이 수반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번 결론이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원점 재검토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늦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산업부 공무원이 관계자료를 거의 삭제해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며 “감사 관련 수집자료, 문답서,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문서, 자체 문서까지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사원법 51조에 따르면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자, 감사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치가) 법리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반드시 지겠다”고 다짐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조치는 타당했다거나 극히 일부 의사 결정 과정만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감사위원회는 앞서 이달 7일과 8일, 12일, 13일, 16일 다섯 차례나 릴레이 회의를 열었지만 보고서 문안을 다듬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결론을 서둘러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백운규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산업부·한수원 관계자 3~4명을 문책할 방침’이라는 일부 언론의 전망 보도를 두고 “사실과 다르다”며 부정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의 요구로 시작됐다. 월성 1호기는 당초 202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5,925억원을 들여 설비를 보강해 수명이 10년 더 늘어났다. 반면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야당은 “한수원 이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 판매 단가 등 자료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