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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릴수록 올랐다…징벌적 과세가 만든 강남 광풍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01 17:41:00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6·27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시장 규제론자인 이상경 가천대 교수가 국토교통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이재명 정부에서도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부동산 세제’가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강남 3구의 집값 광풍을 불러온 만큼 새 정부가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겸비한 부동산 복합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KB국민은행의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7억 3223만 원으로 강북 14개 구의 9억 8876만 원 대비 7억 4347만 원 높았다. 강남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7억 원을 돌파한 것은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초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초양극화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취득세 인상과 윤석열 정부의 부족했던 공급 시그널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중 현상과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정책이 주택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라며 “주택 세제 정책의 기초 틀을 다시 세우고 규제 완화와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급 주체인 건설사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건설사에 대한 원시 취득세 부과, 제로 에너지 의무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주택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재건축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서울 내 정비사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의 핵심은 사업성”이라며 “건설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선별 수주가 이어지며 강북과 서울 외곽 등의 공급 확대가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금으로 집값 못잡아…누진세율 간소화 필요"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45:15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부동산 세제를 과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부동산 과세 강화 등이 빠진 점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등 이전 정권에서의 실패로부터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다주택자 중과’로 요약되는 현재 부동산 세제에 대해 “세금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며 “주요국 중에 ‘투기 방지’와 ‘주택 가격 안정’이 세금의 목표인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면 양도차익에 매기는 세율이 20~30%포인트 높아진다. 이 같은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내년까지 시행이 유예됐지만 취득세·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는 문재인 정부 때 본격화해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이 체계에) 사람들이 적응해서 자산가들조차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다주택자 중과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과세를 달리하다 보니 비수도권 중에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주택 소유주가 피해를 봤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하나의 효과만을 기대하고 너무나 큰 제도를 건드리다 보니 처음엔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 세제가 거래세 축소, 보유세 정상화의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은 양도세·취득세 같은 거래세가 높아 시장과 거래를 왜곡하는 측면이 너무 크다”며 “따라서 거래세를 지금보다 많이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포괄하는 보유세는 집값 상승이라는 ‘편익’에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 비례세율로 가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한국은 집값과 주택 숫자에 따른 다단계 누진세율을 지나치게 적용하고 있어 간소화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8년 부활한 '재초환'…서울 공급가뭄 악순환만 불렀다
부동산 분양 2025.07.01 17:44:11서울 아파트 공급 위축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민간 정비사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초환은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재건축 수익성 하락으로 민간 사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은 신축 아파트 물량의 약 80%를 민간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민간 이익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총 58곳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가구당 예상 부담금은 평균 1억 328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29곳)의 부과 예상 단지가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11곳), 대구(10곳), 부산·광주(각각 2곳) 등의 순이다. 이는 2018년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의 예상 준공 시점 등을 시뮬레이션해 도출한 결과다. 서울의 평균 예상 부과액은 1억 4741만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서울에서도 가장 금액이 큰 A단지는 예상 부과액이 가구당 3억 9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고 예상 부과액 단지는 2021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로 추정된다”며 “잠실주공5단지 등 사업성이 높은 곳일수록 부담금이 눈에 띄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이 조합원 가구당 8000만 원을 넘으면 해당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조합 설립 시점부터 준공 시점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에서 단지가 위치한 자치구의 평균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등을 제외해 계산한다. 이 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해 투기를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다만 과도한 정부의 규제라는 지적에 2014년 시행이 유예됐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다시 부활했다. 이후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면서 제도 자체가 사문화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과 현실화에 무게를 두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비업계는 미뤄졌던 재초환 부담금이 올해 안에 부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재초환 제도를 담당하는 국토부 1차관에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이상경 가천대 교수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초환에 따른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된 물량은 4594가구로 전체(4998가구)의 91.9%를 차지했다. 서울 공급 물량의 정비사업 비중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영향으로 분양이 급감했던 2021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80~90%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빈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제외하면 거의 남지 않은 만큼 정비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은 내년부터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8614가구로 올해 예정 물량(4만 6748가구)보다 40% 가까이 감소한다. 같은 기간 전국 입주 물량이 25.1%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감소 폭이 훨씬 가파르다. 공급 감소 원인으로는 공사비 급등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1.01로 2018년 5월(93.78)보다 40% 가까이 뛰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수년간 공사비가 30% 급등한 상황에서 재초환은 맞지 않는 옷”이라며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주면서 그만큼을 부담금으로 다시 거둬가는 조삼모사식 정책으로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유인하기에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조합들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 부담금 부과 1호 단지이자 2021년 입주한 반포현대(현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조합은 지난해 서초구를 상대로 부담금 부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한 바 있다. B조합 관계자는 “같은 해에 준공하는 단지 중 어느 한 곳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에 따라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등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
법원도 '원청 책임' 제동…현실 반영 못하는 중처법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6:17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건설사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은 사례가 나온 가운데 현행법을 ‘예방’ 중심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산업의 도급 구조와 외주·일용직 중심의 인력 운용 등 때문에 법 해석의 모호성이 커지고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윤장환 삼화건설 대표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 의무를 이행했다”는 원청 대표의 방어 논리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원청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기소가 가능해진 중대재해법 시행의 폐단을 끊어낸 판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원청의 대표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며 “중대재해법을 근거로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기소 남용으로 건설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과 모호성으로 법 적용 및 해석에 많은 논란이 존재함에도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예방이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완화를 제안했다. 대한건설협회는 4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건설현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와 경영 활동을 보장해 건설 안전 문화가 자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징역형 1년이 중대재해법 하한으로 설정돼 있는데 법정형 하한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 기소가 집중되고 유죄 판결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재정이 열악한 기업 대표의 형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공소 제기한 62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62.1%, 중견기업 25.8%, 대기업 10.6%, 공공기관 1.5%로 나타났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이행 준비가 부족해 사업주의 실형 가능성이 중소·중견기업일 경우 더 높다”며 “무죄로 드러나더라도 소송 과정 대응으로 폐업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
악성 미분양까지 이중과세…제로에너지 재촉도 부담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5:11국내에서 분양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사실상 두 번의 취득세 과세가 이뤄져 주택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요트 등과 달리 주택만 사업자의 보존 등기 시점에도 2.8%의 원시취득세를 내야 해 건설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수분양자에 가격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법규상 건설 사업자는 보존 등기 때 원시취득세를 내야 한다. 이후 분양이 이뤄지면 수분양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시 1~3%의 취득세를 내게 된다. 이 같은 이중과세 구조로 사업자가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는 등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의 원시취득세 제도는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수분양자도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업계 안팎에서는 원시취득세를 감면하면 분양가가 낮아지고 사업자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평가한다. 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과 유사한 자산인 차량과 선박 등은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한다는 이유로 조세 정책적으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한다”며 “분양을 목적으로 건축한 주택사업자에게는 원시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는 분양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에 불과한데 취득세 부과는 거래 이익이 없는데도 취득세 납부 의무를 발생 시키는 것으로 실질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건축 주택과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조합에 원시취득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원시취득세는 조세 형평성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라며 “사업자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해야 하고 당장 비과세가 힘들다면 주택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라도 한시적 비과세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시취득세 제도와 더불어 급격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지난달부터 시행했다. 제로에너지 의무화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시공 시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포함하도록 한 제도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태양광 모듈 규모나 설치 각도, 건물과 전체적인 조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이 요구돼 공사비 인상의 요인으로 평가한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추가 건설 비용이 130만 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600만 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중견 건설 업체 관계자는 “대형 시공사의 경우 자체적인 기술이 있어 태양광 설비 등을 구축하는 기술이 누적돼 있다”며 “반면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자체 기술이 없어 시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사비 상승, 공기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
'로또 청약' 만든 분상제…원가 부담에 중견 건설사마저 휘청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3:09올 초부터 건설사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정부에 직접 건의했다. 분양가상한제에 가로막혀 자재비 인상 부담을 건설사가 전적으로 부담해 경영난이 심각해진 반면 소수의 수분양자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가격 통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의 공급 차질을 유발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공고 건수는 299건(폐업·정정에 따른 중복 4건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건수(263건)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가 641건(전체 공고 기준)을 기록하며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업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시공 능력 순위 100위권 밖에 있는 중소형 기업이지만 삼부토건(71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견 건설사도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상장 건설 업체 부채비율은 200%를 돌파했다. 분양 평가 전문 회사 리얼하우스가 34개 상장 건설사의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203%로 2023년(137%)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건설 업계는 이 같은 위기가 건설사들을 옥죄는 분양가 규제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공사비는 급등하는데 분양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가격 괴리가 커지고 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사가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법 57조에 근거해 특정 지역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일정한 기준으로 산정한 분양 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공택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등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지정한 민간택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공사비 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11을 기록했다. 2020년 건설 공사비를 100으로 볼 때 5년간 30%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전쟁,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수입 원자재가 급등한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건설 비용 증가는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 가격과 매끄럽게 연동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에서는 기본형 건축비로 가격 상한을 정한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기본형 건축비를 고시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 건축 가산비, 택지 가산비 등을 합해 분양 가격을 결정한다. 올해 3월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는 ㎡당 214만 원으로 지난해 9월(210만 6000원) 대비 1.61% 인상에 그쳤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 수익성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부동산 정보 분석 업체인 부동산R114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매출 대비 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92.98%로 집계됐다. 1000원을 벌기 위해 약 930원의 원가를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각각 105.36%, 100.66%로 100%를 넘었다.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 보니 분양가상한제는 결국 ‘로또 청약’으로 이어진다. 분양가에 제한이 걸리면서 주변 시세를 반영하는 민간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되고 청약 당첨자는 앉아서 수억 원을 버는 기이한 구조를 낳았다. 프롭테크(부동산 정보 기술) 업체 직방 분석 결과 올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일반 분양 단지보다 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진행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조성된 ‘과천그랑레브데시앙’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 13만 8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은 현 실태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10억 원 낮게 책정됐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의무 가입해야 하는 아파트이지만 차익을 나누더라도 수억 원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신청이 폭주했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양 가격 산정 기준이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건설사 수익성이 후퇴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가격 상승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폐지가 불가하다면 분양가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도심 주택 공급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AI칩 패권경쟁' 급한데…"선례 없다"며 낡은 농지법 고수
증권 증권일반 2025.06.22 18:50:20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숙소난은 낡은 규제가 미래산업을 가로막는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미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 국가는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방위로 정책적 지원을 쏟아내는 반면 우리는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약속이 무색하게 공장 건설 현장 인력을 위한 숙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다. 자칫 공기가 지연돼 적시에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숙소 부족 문제는 용인시가 농지법이라는 낡은 규제를 들이밀면서 시작됐다. 용인시는 4월 9일 ‘일시 사용 건설 현장 임시숙소 설치 기준’을 마련했고 근로자 안전을 위해 연면적 1000㎡, 2층 이하, 건물 간 이격 2m, 소방차 진입로 4m 확보 등 세밀한 기준을 정했다. 또 투기성 개발을 막기 위해 실제 공사 수행자에 한해서만 설치를 허용했다. 하지만 ‘산업단지 준공 1~2개월 전 원상 복구’라는 단 하나의 조항에 모든 게 무력화됐다. 첨단반도체 공장 인근 땅이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농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2040년으로 추정하는데 올해 숙소를 지어도 15년 뒤에는 철거하고 다시 농지로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농지 소유주와 협상을 끝내고 투자자도 확보했지만 원상 복구 조항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15년 뒤 철거해야 한다면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는 인근 고덕국제신도시가, 여수국가산단은 주변 주택지구가 숙소 역할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주변이 완전히 허허벌판인 전례가 없어 기존 농지 관련 법규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용인시의 입장이다. 용인시는 원상 복구 조항을 피하고 싶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원론적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정식으로 농지전용을 하려면 공시지가의 20~30%에 달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내야 한다. 초기 자금 부담이 급증하고 복잡한 행정절차까지 밟아야 해 적시에 숙소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부동산 투자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 바로 인근 이동·남사읍 일대에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팹 6기를 지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000660) 클러스터의 2배 이상 규모다. 두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 건설 인력이 용인으로 대거 몰려든다. 지금의 숙소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력 쟁탈전과 공사비 급등으로 두 프로젝트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행정 편의주의는 주요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대만 정부는 TSMC 공장 인허가를 1년 안에 모두 해결해준다. 일본은 구마모토 TSMC 공장에 5조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으로 수십조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들 국가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모든 규제를 풀어줬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향후 대규모 인구가 유입돼 사실상 신도시가 될 땅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농지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미래의 폭발적인 주거·인프라 수요를 외면한 채, 경직된 법 조항에 갇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막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속도 전쟁”이라며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을 개정해 전략산업단지 내 필수 지원 시설에 대해서는 농지보전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거나, 원상 복구 의무를 장기 유예 또는 면제하는 특례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조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 확보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공업용수 공급의 키를 쥔 여주시가 인허가를 반대하며 3년가량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 2022년 11월 정부가 지역 상생 지원을 약속하며 중재에 나서면서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윤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이나 산업입지법에 규제를 완화할 근거가 있다”며 “산업단지 내 또는 인근 지역에 지원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 행정 재량을 발휘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숙소를 지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밤낮 없이 달리는 퀄컴·TSMC…韓은 52시간 커녕 48시간 거론
산업 산업일반 2025.06.22 17:58:42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규제는 근로시간 제한이다. 반도체는 첨단 제품 설계와 수율 확보를 누가 먼저 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만큼 ‘시간 싸움’이 중요한데, 미국과 대만 등 경쟁국이 밤낮없이 총력전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은 주 52시간 제한을 넘어 오히려 48시간으로 한층 강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연구개발(R&D) 업무에 한정해 주 52시간 근무시간 제한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격변의 시기인 만큼 연속성 있는 연구와 신제품 개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R&D 과정에서도 많은 장비를 활용한다. 반도체 설계의 정확도를 테스트하고 수율을 높이는 등 일련의 과정은 책상 앞에서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 장비들은 24시간 내내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직원들도 불가피하게 집중해 일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반도체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최종 제외됐다. 주 52시간 예외 허용이 쉽지 않자 올 3월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정부 인가를 받아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망하기 전에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며 제도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인 만큼 입법화가 필요하지만 새 정부 들어 ‘근로 단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주 48시간으로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은 주 40시간 근무제가 원칙이지만 우리와 달리 상당한 융통성을 부여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퀄컴, 애플 등의 핵심 R&D 인력은 근무시간 규제와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한다. 대만 TSMC는 2014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삼성전자(005930)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 R&D 인력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하는 강수를 택하면서 빅테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전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R&D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뭘 해보려는 시점에 집에 가는 상황이 반복돼 연구 연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엔비디아, TSMC 같은 곳은 제한 없이 일하며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
공사기간 길어진 전력망…데이터센터 발목 잡나
산업 기업 2025.06.22 17:57:01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공장 건설 때마다 송전선 설치 문제로 공사 기간이 수 년씩 길어지며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뛰어든 가운데 전력망 제도 개선이 늦어질 경우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준공일이 지연됐다. 서해안에서 만든 전력을 충남 당진과 아산을 거쳐 수도권 남부로 보내는 ‘북당진~신탕정’ 송전망의 경우 2003년 착공해 2012년 6월 끝낼 계획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와의 소송전과 주민 반대로 지난해 12월에야 공사를 마치면서 무려 150개월이나 밀렸다. 전력망 지연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캠퍼스 준공은 애초 2021년에서 2023년으로 2년 늦춰졌다. SK하이닉스의 새 거점인 용인 클러스터 역시 전력망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1·2기 공장의 전력 문제는 가까스로 해결했지만 경기 지역 곳곳에서 여전히 전력망 설치를 두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3·4기 공장은 로드맵대로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AI 시대 필수인 전력망 확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 국가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기존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보상금이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법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력망 설비 용지에 대한 지원·보상 특례가 담긴 전력망특별법이 올 9월 시행되지만 먼저 협조한 지자체에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전력망을 민간에 개방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지역별로 전기료를 차등해 전력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
'AI 신약' 눈앞에 둔 美…韓은 개인정보 장벽에
산업 기업 2025.06.16 17:47:10미국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리커전파마슈티컬즈가 현재까지 AI로 발굴한 6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임상 2상에 진입시켰다. 그중에서 REC-994는 최근 뇌혈관기형(CCM) 환자 대상 임상 2상 결과 뇌 병변이 50% 줄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만약 리커전이 업계의 전망대로 3년 안에 REC-994에 대해 품목 허가를 받으면 ‘세계 최초 AI 신약’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최소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킨 리커전의 놀라운 성과의 배경에는 고품질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리커전은 유전자 라이브러리 제공 전문 기업인 템퍼스AI와의 협력으로 10만 명이 넘는 암 환자의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리보핵산(RNA) 데이터를 확보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템퍼스AI는 환자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약물과 치료법을 제안하고 관련 데이터를 제약사와 연구자 등에 판매한다. 의료 데이터가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연한 개인정보 규제 덕분이다. 미국은 20개 이상의 주에서 진료 정보의 소유권이 의료기관에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내 병원·제약사 등은 당사자 간 계약으로 원격진료, AI 신약 개발 등에 진료 정보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 후원 연구에서는 의료 데이터 2차 활용에 대한 ‘포괄적 동의’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AI 신약 개발 산업은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개인 동의 없이는 의료 데이터 활용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AI 신약으로 임상 2상에 진입한 곳은 이노보테라퓨틱스 한 곳뿐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의료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2020년 개정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이용 보호법)이 오히려 ‘대못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상태 대한디지털헬스학회 부회장(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대규모 실사용데이터(RWD)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면 시간·비용을 절감하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만 불명확한 기준,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간 상충 문제 등으로 국내 의료 데이터 활용은 저해되고 있다”며 “의료 데이터 2차 활용에 대한 포괄적 동의 등의 방식으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보·릴리 '비만신약 임상' 공개…글로벌 빅파마 격돌
산업 산업일반 2025.06.16 17:45:47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2025’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현재 비만약의 대세인 글루카곤유사펩사이드(GLP-1) 기반 치료제를 장기지속형·경구형 등으로 제형을 전환하고, 근육 감소나 구토 등 각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력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병용요법을 통해 GLP-1 성분을 비만이 아닌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일동제약·펩트론·인벤티지랩 등 K바이오도 ADA에서 새로운 임상 결과를 속속 공개하며 비만약 대전에 참전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DA의 하이라이트는 글로벌 비만약 연구개발(R&D) 동향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 GLP-1 기반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대전을 주도하고 있는 투톱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다. 양사는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93% 가량을 점유하며 새로운 기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ADA에서 기존 위고비(2.4㎎)보다 용량을 대폭 늘린 7.2㎎의 비만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공개한다. 고도 비만이나 고강도 체중 감량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될지 관심이다. 차세대 비만약 ‘카그리세마’의 임상 3상 결과도 관심이 쏠린다. 카그리세마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2.4㎎과 아밀린 유사체인 카그릴린티드 2.4㎎을 결합한 주사제다.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가를 통해 강력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릴리는 ADA에서 경구용 GLP-1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은 저분자 기반 GLP-1 작용제로 경구용 제형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상용화 예상 시점을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르포글리프론과 함께 경구용 비만약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라이일리가 공개할 아밀린 작용제 ‘엘로랄린티드’의 초기 1상 데이터에 관심이 쏠린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과 함께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당의 흡수를 늦추고 식욕을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라이릴리는 스웨덴 카무루스에서 지속형 플랫폼을 도입해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병행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비만약 시장에서 양보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더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 우군을 확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딥애플테라퓨틱스를 8억 1200만 달러(1조 1800억 원)에 인수했다. 딥애플은 현재 비만 파이프라인을 3개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GLP-1 기반이 아닌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 기반 비만약 개발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일리도 최근 비만약의 근육 건강 및 체성분 개선 목적으로 주베나와 6억 5000만 달러(8700억 원) 규모로 공동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K바이오는 글로벌 투톱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한미약품은 근손실 없는 차세대 비만약, 유노비아는 경구형 GLP-1 작용제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한다. 펩트론은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 조절 기능성이 높은 펩타이드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PTAP-009’의 임상 과정을 처음 공개한다. 이 물질은 올 연말까지 일라이릴리의 기술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
'환자 임상증거' 확보 못하는 韓…AI 신약 스타트업 고사 위기
산업 기업 2025.06.16 17:41:28지난해 글로벌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업계에서는 초대형 계약이 잇따라 터졌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AI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랩스는 일라이릴리와 최대 17억 45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 노바티스와 최대 12억 375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신약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AI 신약 개발 기업 미국 리커전파마슈티컬스(리커전)는 또 다른 AI 신약 개발사 영국 엑센시아(Exscientia)를 계약금 6억 8800만 달러(약 9500억 원)에 흡수 합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신약 개발을 위한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파트너십 체결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는 전무하다. 국내의 경우 AI로 발굴한 신약을 임상 궤도에 올린 기업들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제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한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약 130억 원,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해 약 12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중 최초로 해외 투자를 받아 이목을 끌었던 스탠다임은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해 임직원을 80명에서 27명으로 줄였다. 국내에서 관련 산업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고품질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약물 반응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 생산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폐쇄된 환경에서만 관련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고 연구 외 목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한 사례가 많아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해외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생산한 데이터는 자국 연구자가 먼저 활용한 후 공개돼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가치는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의료 데이터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 개정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이용 보호법)이 신약 연구 분야에서 오히려 ‘대못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데이터 3법은 환자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았어도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가명 처리는 약효 분석에 필수적인 실사용증거(RWE) 수집을 가로막는다. 실사용증거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실사용데이터(RWD)를 기반으로 어떤 치료 방식의 효과와 안전성 등을 보여주는 임상 증거를 말한다. RWE 기반의 질병 진행 데이터 등이 있어야 다양한 조건에서 시나리오를 해볼 수 있는 ‘가상 환자’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막혀 있다 보니 효과적인 신약 개발이 어렵다. 가명 처리 정보 재식별(익명화 정보에 속한 특정 개인을 식별)에 따른 처벌이 과도해 병원 등 데이터 보유 주체가 데이터 제공 자체를 꺼리는 점도 문제다. 개인정보보호법 28조는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해 가명 정보를 처리하면 전체 매출액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미국 리커전에 10만 명 이상의 암 환자 데이터를 제공해 AI 신약 개발의 기폭제가 돼준 템퍼스AI와 같은 기업이 국내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AI를 통한 신약 개발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전통적인 방식의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15년, 1조~2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다. 하지만 AI는 후보물질 탐색을 가속화하고 임상시험을 최적화해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은 높일 수 있다. 현재 AI 없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경우 전임상까지 평균 5.5년이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최대 80%까지 단축해준다. 전문가들은 의료 데이터 공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정상태 대한디지털헬스학회 부회장은 “별도 기금 등을 마련해 데이터를 공개한 개인에게 직접 보상하고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보험 수가 책정, 대가 산정 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데이터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논의에서 밀려난 ‘옵트아웃(opt-out, 사후철회)’ 방식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옵트아웃이란 정보 소유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만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일종의 네거티브 규제 제도다. -
"美처럼 조단위 투자 몰리려면…네거티브로 규제 방식 바꿔야"
산업 바이오 2025.06.16 17:40:26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자이라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 3600억 원)를 유치하며 바이오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자이라테라퓨틱스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시 투자는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아치벤처파트너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AI 기반 신약 개발이 활발한 것은 연구개발(R&D), 데이터, 자본, 제도 등 생태계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혁신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연한 개인정보 규제는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VC들이 앞다퉈 미국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는 배경이다. 미국 내에서는 당사자 간 계약으로 원격진료, AI 신약 개발 등에 진료 정보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산학연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AI 신약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고 그 안에서 데이터 활용의 역할과 책임,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I 신약 개발 기업인 스탠다임의 송상옥 대표는 “고품질 데이터를 다수 보유한 국내 병원들이 개인정보 규제 등을 이유로 기업에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채 병원 내부 사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확 풀어줘야 병원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데이터 부족에 허덕이는 AI 신약 개발 업계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이용 보호법)의 까다로운 가명 처리 규정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명 처리 기준이 갈수록 강화돼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데다 병원이 외부에 의료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명분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엽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건양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2020년 개정된 데이터 3법은 환자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았어도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규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가명 처리 기준도 올라가 원시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만 연구 예산의 20~30%를 소진해버릴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소아희귀질환을 연구하는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희귀질환 조기 진단을 위해 해외에서는 국가 검진 프로그램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심 환자를 활발하게 발굴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익명화된 데이터조차 활용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희귀질환 진단과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 활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의료 빅데이터 활용 시급한데…클라우드도 못 쓰는 국립병원
산업 바이오 2025.06.16 17:39:21인공지능(AI) 기반의 정밀 의료와 신약 후보물질 탐색 등의 과정에서 ‘데이터 은행’으로 불리는 대용량 클라우드 활용은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들은 관련 규정에 막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활발한 연구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내외부 인터넷 망분리 규정까지 있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일일이 다운로드해 내부 PC로 옮겨야 하다 보니 효율성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공공병원 정보시스템은 국가정보원 ‘정보보안업무기본지침’ 규정에 따라 보안 최고 수준인 ‘상 등급’에 해당돼 내외부 망분리는 물론 글로벌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를 비롯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는 보안인증 ‘상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국립대 등 공공병원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김광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외부 클라우드를 쓸 수 없다 보니 대용량 데이터를 병원 자체에서 관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활용하기 위한 연결망 설정도 힘들다”며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해도 AI에 필수적인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에 필요한 딥러닝 등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간 병원들은 자유자재로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해 전자의무기록(EMR)을 외부 장소에서 보관·관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의료데이터중심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거대한 데이터의 ‘저수지’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모든 자료를 삭제·폐기했지만 지금은 당사자의 동의를 거쳐 클라우드에 그 자료들을 저장해 둔다. 연구자가 요청할 경우 쌓아둔 데이터와 자료를 의료기관 차원에서 큐레이션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연구자가 심전도 100만 건을 분석한 자료를 클라우드에 남겨둘 수 있고 다른 연구자가 이 데이터를 다른 연구에 쓸 수 있다. 인터넷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운영해야 하는 망분리 규제도 고질적 문제다. 사무실 책상에 외부 인터넷용 PC와 내부망용 PC를 각각 두고 쓰는 셈이다. 외부 데이터를 내부 PC에 받기 위해서는 관리자 승인하에 주 1회 등 특정 일자에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이 개발해놓은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신규 AI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구 효율성이 저해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에도 의료 데이터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보안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허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학계·의료계·업계 등 여러 곳에서 보안 가이드라인, 망분리 등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정원의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국정원 규제가 문제 있으며 한심한 수준이라고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로슈, 美 280개 병원 데이터로 신약개발…濠는 의료정보 통합관리
산업 바이오 2025.06.16 17:38:23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이 의료 데이터 규제로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는 동안 주요 해외 국가들은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서 방대한 보건의료 데이터가 필요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핀란드와 호주 등은 개인별 진료·건강 정보 등을 통합된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보건의료 마이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에 올라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중화된 비대면 진료 역시 만성질환·정신건강 등 비교적 예측 가능하고 관리가 쉬운 질병을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와 빅파마가 결합해 AI 기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의료 데이터다. 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하고 신약 개발 경험이 풍부해도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병원·제약사 등이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원격진료, AI 신약 개발 등에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영리기업에도 데이터 개방이 가능하다. 로슈는 유전체 분석 전문 업체와 의료 데이터 플랫폼 업체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플랫폼 업체는 미국 내 280개 암센터 및 병원과 계약을 맺어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수집한 후 가명화해 신약 개발과 연구용으로 활용한다. 환자의 건강 상태나 의료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실사용데이터(RWD)를 확보해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의 적응증 확대 과정에서 임상 기간을 기존 대비 수개월 단축했다. 속도가 생명인 신약 개발 경쟁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허가도 앞당기며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전체 분석 업체를 통해 확보한 유전체 데이터로 환자에게 맞춤형 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맞춤형 항암제 처방 사업이 로슈의 항암제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민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 연구원은 “AI 신약 개발 플랫폼은 새로운 타깃 발굴, 연구개발(R&D) 주기 단축, 임상 및 시장 출시 기간 단축 등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며 “주목할 점은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규제가 유연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와 호주는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여 제약·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8년부터 ‘칸타(Kanta)’ 서비스를 통해 1950년대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해온 의료 기록, 처방 정보, 진단 데이터 등을 정부 주도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당사자 동의를 거쳐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2019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연구·지식개발·통계·교육 등 목적으로는 이용자 동의 없이도 데이터 허가청(Findata) 승인을 얻은 뒤 2차 이용이 가능해졌다. 칸타 서비스 덕분에 핀란드의 헬스케어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핀란드의 헬스케어 산업 무역흑자는 2003년 3억 7300만 유로에서 2018년 10억 5800만 유로까지 3배가량 증가했다. 호주도 2012년부터 시작한 ‘나의 건강 기록(My Health Record)’ 서비스를 통해 의료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활용하고 있다. 시스템에 등록된 데이터는 개인의 의료 기록, 처방전, 검사 결과, 예방접종 기록 등 광범위하다. 호주 국민의 97%, 약국의 99%, 공공병원의 97%가 나의 건강 기록 서비스에 등록돼 있다. 호주 국민들은 출생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건강 정보를 저장·관리할 수 있어 연령대별 적합한 건강 관리와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나의 건강 기록’ 서비스 덕분에 연간 최대 54억 호주달러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대면 진료 분야는 이미 단순한 만성질환 약 처방을 넘어서 체계화된 진료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비교적 관리가 쉬운 질환들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 시스템, 진료, 서비스 제공자들을 고려한 진료 지침을 만들었다. 그 결과 보건부 산하기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으로 ‘최근 4주간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전체 응답자 118만 명의 22.5%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에 대해 원격 모니터링과 비대면 상담을 결합한 프로토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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