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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보다 국익"…원전·무역·공급망 파트너부터 챙겼다
정치 정치일반 2025.06.12 19:04:25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 정상과의 통화에서 베트남을 다섯 번째 순서로 둔 것은 외교적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이후 미국·일본·중국과 통화한 뒤 통상 다른 강대국과 통화를 해온 관례를 고려하면 베트남을 우위에 둔 것 자체가 의외라는 시각이다. 네 번째로 통화한 체코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의 대규모 원전 사업 본계약이 성사된 배경이 있지만 베트남은 특별한 이슈도 없다. 이 대통령이 교역 3위 국가인 데다 현재 88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한 베트남을 중요시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명분보다 국익을 앞세운 ‘이재명 실용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美-日-中 순서 취임 통화 이 대통령 실용외교는 도덜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주요 7개국(G7)정상회의 참석을 공식화한 것부터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캐나다와 미국 간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에 한국이 참석할 경우 외교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후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미국과의 조율을 거쳤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후 일본·중국 순서로 통화가 이어졌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본보다 중국이 먼저였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중국은 일곱 번째로 통화가 이뤄질 만큼 중국은 후순위였던 것을 떠올리면 차이가 확연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외교는 상징적인 관계에서 의미 부여가 되는 것으로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통화 시간 자체는 중국이 미국보다 좀 더 길어서 세 번째로 통화한 중국을 소홀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약 20분가량 통화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각각 약 25분 동안 통화했다고 밝혔다. 베트남·호주, 기업 지원 및 공급망 외교 이날 베트남과 다섯 번째 정상 통화를 마친 이 대통령이 르엉끄엉 주석에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지원을 당부한 것도 실용적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베트남은 한국의 제3위 수출국 지위에 오를 만큼 경제력이 커진 곳이다. 실제 한국 기업의 투자도 몰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했고 하나마이크론은 2026년까지 9억 3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연이어 호주와 통화한 것도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호주는 우리나라 광물 공급국 1위 자원 대국으로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핵심 우방 가운데 하나다. 전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폭넓은 외교 지평과 경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전략적으로 제대로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산외교 드라이브…‘나토’ 지렛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네 번째 통화도 경제외교에 방점을 찍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설명할 수 있다. 체코는 한수원이 최근 26조 원에 달하는 원전 수주에 성공한 국가로 이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에게 “양국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시금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일본·중국 다음으로 의례적으로 4강인 러시아와 통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행보에 유럽으로 방산 수출 확대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 시일 내에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기로 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유럽 내 방산 수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달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이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대통령실 분위기는 이와 거리가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나토 참석은) 차분히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경제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력을 확장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
李, 베트남·濠 정상과 통화…"韓기업과 협력해달라"
정치 정치일반 2025.06.12 19:04:11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베트남과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 정상과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일본·중국·체코에 이은 각각 5번째(베트남), 6번째(호주)로 다른 강대국보다 앞서 통화하는 국익 우선의 실용 외교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관계가 1992년 수교 이후 교역과 투자, 인적 교류 등이 눈부시게 발전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통화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약 25분간 진행됐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끄엉 주석은 이 대통령 발언에 공감을 표하고 “경제 발전 및 고도화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특히 베트남과는 “고속철도와 원전 등 전략적 분야로 양국의 협력을 확대·심화하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아울러 끄엉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베트남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갖길 고대한다”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 양국 고위급 교류도 활발히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 했으며 교도통신은 양국 정상이 오는 15~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빅터 차 "한미동맹 약화땐 中 도발 수위 높일 것…주한미군 논의 시급" [새 정부에 바란다]
국제 정치·사회 2025.06.12 17:48:40한미 동맹이 약해지면 중국이 서해에서 우리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등의 도발을 오히려 더 강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미국 워싱턴DC 내 대표적인 ‘한국통’으로부터 나왔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미 정상 간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서방의 대응 태세가 느슨해진 때를 틈타 도발하는 ‘기회주의적 공격’ 시나리오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가운데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해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10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중국이 서해에서 한국의 영해를 침범하는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고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군사 훈련을 벌였다”며 “한국 내에서 나오는 가장 큰 오판은 중국의 이런 행태가 단순히 한미가 밀착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 석좌는 “한국이 미국과 거리를 두면 중국이 이런 활동을 덜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며 “한미 동맹이 약해지면 중국이 공세적 활동을 훨씬 더 많이,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때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서해 구조물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사용한 동일한 전술을 한국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새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남중국해에 여러 인공 섬을 건설한 후 이를 근거로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지난달에는 최신예 항공모함인 푸젠함을 동원해 군사훈련까지 벌여 서해를 중국 앞바다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500명의 주한미군을 괌 등으로 이전 배치하는 방안이 미 국방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하자 국방부가 공식 부인했지만 이후 익명의 당국자들은 해당 주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차 석좌도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이를 두고 양국 정상이 조속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한반도에서의 방어 능력이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동반돼야 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남한의 억지력은 약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속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한국과 협의 없이 주한미군을 조정했다고 소개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상의 없이 1개 사단을 철수시켰고 이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고 언급했을 때도 한미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현재의 한미 관계는 과거와 매우 다르다”며 “미국은 한국의 조선업과 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고 우주 및 방위산업 분야의 협력도 진행 중”이라고 짚었다. 과거보다 여러 방면에서 끈끈한 관계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차 석좌는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하는 등 한미일 협력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확실히 바꾼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차 석좌는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불확실한 안보 환경하에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차 석좌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회주의적 공격 시나리오’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며 “가령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이 이뤄지고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북한이 기회를 포착해 한국에 도발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그 기회를 틈타 발트 국가들을 공격할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은 긴밀히 연결돼 있고 단순히 한미 양자 동맹 관계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정보를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추진 중인 전 세계 미군 재편 과정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의 병력 감축이 실행될 경우 한미일이 방어 및 억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며 이는 한미 양자 간 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역시 한미일 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협력 강화를 위한 토양은 마련됐다는 견해가 많다. 차 석좌는 “비록 일본 내에서 진보적인 한국의 새 정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이 많지만 이시바 총리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미일 협력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논의되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한반도에서 이동하는 수준을 넘어 대중 전략에서도 복잡성을 더할 것이라는 게 차 석좌의 진단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성격을 ‘북한의 위협 대응’에서 ‘중국 견제’로 확장하는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펴고 한국이 이에 동조할 경우 중국의 반발에 직면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거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차 석좌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이 북러 밀착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가 북한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북한이 러시아가 너무 독단적이라고 느끼는 경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춘다면 러시아는 당장 북한으로부터의 탄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미래의 전쟁에서 더 많은 탄약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이 끝나도 러시아는 북한을 중요한 군사 파트너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관세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견해를 제시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기한(7월 8일까지)이 임박한 만큼 이 대통령은 하루 빨리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열흘이나 2주 후 각국에 미국이 임의로 정한 관세율을 통보할 것이라는 취지로 협상 상대국을 압박하며 “유예 기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지만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기한의 단순 추가 연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며 “한국으로서는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3개월을 추가 연장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최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단순히 ‘한국의 대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관세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일정 수준의 양보를 해야 합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차 석좌는 “하지만 한국에도 분명한 기회 요인이 있다”며 “특히 조선업, 에너지 공급망 등의 분야에서 기회가 있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간 미국의 선박 건조를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은 미 정재계에서 금기시되던 주제였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의회는 동맹에 도움을 구하는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다”며 “조선업은 한미 양국에 매우 명확하게 유익한 사안이며 따라서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5일부터 3일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차 석좌는 “G7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관세 문제로 화가 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한미 회담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마뜩치 않아하는 유럽 정상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손을 내미는 한국 정상과 만나면 생각보다 좋은 첫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차 석좌는 “다자회의에서의 양자 회담은 관세, 방위비 분담금 협정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짧은 회담인 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
李 "나도 깡통 차본 휴면개미…부당이득은 과징금 물려 환수"
정치 정치일반 2025.06.11 17:37:15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첫 현장 방문으로 한국거래소를 선택한 것은 주가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거래소 여러 부서 가운데 시장감시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진 것은 공정과 투명한 시장 조성에 대한 목표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감시위의 역할과 책임을 치켜세웠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의 재범률이 평균 29%를 넘을 정도로 만연한 배경에는 신속하지 못한 조사와 미흡한 제재·처벌이 있다고 보고 관련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아닐 간담회에서 스스로를 “아주 오래된 휴면 개미”라고 소개하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선물·옵션 등 복잡한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본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너무 늦게 사법적·형사적 조치가 이뤄지거나 너무 수위가 낮아서 재범 우려가 높다는 것이 ‘국장(국내 증시)’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후보 시절부터 여러 번 말씀하셨다”며 “자본시장을 투명하지 못하게 오염시키는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공매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시장 퇴출을 언급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 1·2번 불만 사항이 공매도”라며 “세계적으로 다 하는 제도이고 MSCI 가입을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지만 악용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제재가 늦고 수위가 낮다며 제대로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감시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의 조직과 인력 확충 방안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벌이 부각되자 간담회 참석자는 ‘증시 활성화와 엄벌은 상충되지 않겠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규제도 있다”며 “시장이라는 게 자칫 강자들의 횡포와 반칙하는 사람들이 유리하게 방치될 경우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유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감시 규제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공정거래 세력들이 대규모로 매도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할 필요가 있다’는 참석자의 건의에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기술 강화’를 거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AI가 일정한 패턴을 벗어나는 자동 감지를 (기능)하고 있지 않느냐”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사람이 하겠지만 (감지 등은) AI에 맡기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여당 일각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 처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 내부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대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 대통령도 속도와 수위에 조절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순차적으로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그 사이 경영계의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식이다. 이른바 ‘단계적 밸류업’으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규제 합리화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상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시장은 이른바 ‘이재명 랠리’를 이어갔다. 새 정부의 주가 부양이 단순히 주가지수 상승만을 의미한다기보다 경제·산업정책과 함께 공정한 시장 조성을 수반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의 기조를 우선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넘어 2907.04에 거래를 마쳤다. 김대중·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재임 중에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취임 1주일 만에 거래소를 들른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이재명 정부의 친시장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
李 "주가조작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정치 정치일반 2025.06.11 17:27:31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주식시장이 불공평하고 불투명하다”며 “(우리 증시가) 최소한 정상화까진 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일주일 만에 첫 경제 분야 외부 행보로 국내 증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 이득에 과징금을 물려 환수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엄벌할 방침을 밝혔다”고 강유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적 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것을 해 가지고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주변에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다”며 “이제는 다 바꿔서 투자할 만한, 길게 보면 괜찮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배당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우량주를 사서 중간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하고, 내수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며 “그래서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만 “무조건 배당소득세를 내리는 것이 능사냐, 이건 잘 모르겠다”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 법안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의 배당소득에 대해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35.19포인트(1.23%) 오른 2907.0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900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월 14일(2921.92)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4일부터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상승 폭은 7.71%에 이른다. -
배당소득 2000만원 넘어도 30% 이하 세율 적용될 듯
경제·금융 정책 2025.06.11 16:24:39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배당 촉진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배당 관련 세법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한 방안 중 하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현행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연 2000만 원까지는 15.4%의 세율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자소득과 합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전환돼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에 대해 별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 장기투자 유도와 주주 환원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에서 받은 배당소득에 한해 종합과세에서 분리해 차등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간 배당소득 2000만 원 이하는 기존처럼 15.4%가 적용되지만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는 22%, 3억 원 초과는 27.5%의 세율을 부과한다. 이 대통령도 이날 이 의원의 법안을 직접 거론하며 “조세 재정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배당 소득세를)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기업의 배당 활성화를 위한 세율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분리과세 적용 기준과 감면 폭 등은 세수 영향과 조세 형평성 등을 따져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리과세를 도입한다면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으로 할지, 전년보다 배당이 늘어난 기업을 할지 적용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한도를 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
68조 원 내다 판 국민연금, '이재명 시대' 매도 멈췄다[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국제 정치·사회 2025.06.10 15:16:03지난 1월부터 미 달러에 대해 숏(매도) 포지션을 이어오던 국민연금공단(NPS)이 매도를 멈췄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제까지 국민연금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이같은 포지션을 취해 왔는데요. 이달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따라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등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민연금이 최근 내부 투자 지침에 따라 달러 매도를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원화가 달러당 1450원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이던 지난 1월 달러 매도 전략을 시작해 약 50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를 시장에서 팔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환율이 1450원 이상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 매도를 시작한다는 내부 지침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달러 매도) 포지션은 140억 2400만 달러를 기록해 두 달 전 133억 5800만 달러 대비 6억 6600만 달러가 늘었습니다. 한 번 헤징이 시작되면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진행하는데, 최근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포지션을 바꾼 겁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전화 통화 소식이 전해지자 원화값은 일시적으로 1352원 선까지 하락했었죠.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정부 출범 기대와 이인 자금 유입이 더해지며 연간 환율 하단을 1300원으로 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한 것도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일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미국의 이번 환율보고서에는 "환율조작국에는 대통령과 미 무역대표부가 '관세 권한'을 활용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는 경고성 문구도 담겼습니다. 상대국 통화가 너무 약세를 보일 경우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NPS도 이에 따라 환율 개입을 자제하고 원화 강세에 따른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시장 투자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그럼 지금이 달러 환전 타이밍일까요? 과거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는 YES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변수는 달러 가치입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14일 예정된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0년물 국채 입찰 때는 수요가 부진하며 금리가 치솟고 달러 가치가 하락한 바 있습니다. *하단에 있는 ‘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연재’ 구독을 하시면 대체투자 시장 및 재테크와 관련한 유익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
"이직·해고 쉽게 제도 바꾸고…소득 손실 보호망 구축해야"
사회 사회일반 2025.06.09 17:44:48김진영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대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사회안전망 등 복지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부 출범 하루 뒤인 이달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노동대학원장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 유연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해고”라며 “해고는 당사자에게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될 것이지만 해고에 따른 소득 손실 보전 등 보호망을 잘 갖춘다면 이직과 해고는 취업을 더 빠르게 하고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했다. 김 원장은 노동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이 양 날개처럼 펼쳐져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 노동 유연성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원인으로 ‘정책 만능주의’를 꼽았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정책 개입이 노동 유연성과 같은 시장의 순기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 교수인 그는 “정책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정책 투입이 반복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시장을 중심에 놓고 시대에 맞지 않거나 보호 사각을 만든 제도를 과감하게 고치는 역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근로시간제 개편안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하자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동시장 개혁과 유연화를 다루기 어렵겠다고 봤다. 법치를 통해 노사 관계를 풀어가려 노력했는데 이는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원청 교섭권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을 재추진한다. △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 우려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도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어떤 형태를 쫓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있다. 원청 교섭권 확대 자체보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면책을 부여할 가능성에 더 큰 우려가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려면 불법적인 행위를 부추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경영계가 바라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완화는 이 정부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중대재해법이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법원이 높은 입증 부담을 이유로 처벌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중대재해법이 외국 유사 법과는 달리 법인 책임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직종과 산업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마련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더 위험한 일을 하는 근로자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보상적 임금 격차’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주 4.5일제는 어떤가. △근로시간 제도는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인 유연성 부족과 깊이 연결돼 있다. 근로자마다 선호하는 근로시간과 일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일하는 과거 제조업 시대처럼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 종사자들만 하더라도 근로시간 자체를 명확히 정의하기조차 어렵지 않나. 우리 산업 지형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특히 근로시간은 소득과 직결된다. 근로시간이 줄면 생산과 소득 모두 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민 소득 창출 기회를 제한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는 해고 완화인데, 해고는 노사 금기어다. △이직과 해고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다.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취업 기회도 줄고 노동시장의 역동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해고는 당사자에게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해고로 인한 소득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다면 해고는 오히려 취업을 더 빠르게 하고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사회안전망 정책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에서 해고 논의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이직, 해고와 구직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한국 노동자의 직업 만족도가 세계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것도 유연한 이동이 부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동성은 기업 입장에서도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오히려 기업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직원을 새로 뽑기보다 기존 경력 직원을 안고 가거나 아예 채용을 회피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청년 실업의 증가도 한 번의 채용 기회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노동과 복지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 목적은 궁극적으로 소득 보전이다. 복지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예를 들면 1930년대 미국에서 최저임금 제도가 확대된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국민의 소득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복지 정책 대상자를 선별하기 어려워서였다. 그 결과 직접적인 복지 지원 대신 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최저임금 정책을 확대했다. 당시 정부의 어려운 재정 여건도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의 정책을 택한 배경 중 하나였다. 과거 정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 방식의 정책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부가 실시간으로 개인의 소득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고 누가 지원이 필요한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복지 제도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중복돼 국민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노동시장 개입 정책보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사회안전망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큰 복지 정책인 최저임금 제도가 갈 방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정부의 무책임함이 드러난다고 느낀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만든 게 아니라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최저임금을 준수하라고 강제하는 정부가 정작 결정 과정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매년 심의하는 대신 정부 주도로 5년에 한 번 위원회가 심의하고 그 이후 5년 동안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자동 조정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 존중과 실용적 시장주의를 동시에 내걸었다. △노동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방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유연화 정책 중 가장 쉬워 보여 우선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예상되는 다른 유연화 정책들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사회안전망 정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노동계가 근로시간 개편보다 해고 관련 논의에 훨씬 더 강한 거부감을 가졌다는 점을 잘 안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해고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해고 당사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 장치’로 사회적 설득에 나서야 한다. 현 정부는 여당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보다 정치적으로 노동정책을 추진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김진영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의 지도를 받고 1994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 경제학과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부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노동 3대 학회 중 하나인 한국노동경제학회 34대 회장을 거쳐 지난해 3월 고려대 노동대학원 1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
"현장 아는 기업인이 개혁 참여해야…한미협상서도 게임체인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6.08 17:21:10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은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리더십마저 실종되는 암흑기를 겪었다. 공백을 채운 건 기업인이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아 백악관·정부·의회 고위 관계자를 만났고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단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의 역할이 컸다.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트럼프 정부에 미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적극 알리는 한편 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미국산 구매 캠페인 ‘바이 아메리카’를 전개하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월 하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 일정을 도맡아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포함한 한미 에너지 협력의 기초를 닦은 것도 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새 정부를 향한 조언과 기대를 들었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10년 전 그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2015년 2월 당시 김 회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이사로서 경기도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을 처음 대면했다. 그는 “성남시에서 먼저 업무협약(MOU)을 맺자고 연락이 왔다”면서 “클라우드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인데 이 대통령은 개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MOU로 성남 지역 벤처기업은 한국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3년간 무상으로 이용했다. 이 일로 김 회장의 뇌리에는 ‘이 대통령이 산업과 기술 이해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자리했다. 김 회장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이 대통령과 두 차례 회동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미국이 한국에 제일 중요한 나라이고, 나도 비즈니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이 잘 될 거고, 기업인들과도 잘 맞을 거라고 본다”고 확신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기업보다 ‘친노조’ 성향을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인사들과 선거 기간 소통을 많이 했는데 실무진들의 기획 능력이 좋았다”면서 “(정부를)좋은 분들로 잘 조직화한다면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치인과 관료, 학계 인재들이 몰리겠지만 기업인을 중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 없이는 실질적인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면서 “현장의 인사이트와 실용적 해법을 알고 있는 기업 리더들이 국정 개혁에 참여해야 변화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업하기 좋은 한국’을 수차례 언급했고 취임사에서도 ‘산업 강국 도약’을 외치며 네거티브 중심의 규제 개선과 자유로운 기업 환경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공약과 발언을 실천하고 싶다면 기업인을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비전을 뒷받침할 인사와 팀에 달려 있다”며 “올바른 인사, 그리고 강력한 팀워크 없이는 아무리 좋은 공약도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6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관세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한미 협상 과정에서도 기업인의 역할이 크다고 봤다. 미국은 한국과 교역에서 적자 폭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흑자가 많은 배경에는 트럼프 1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늘리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확대한 영향이 크다. 미국 공장에서 쓸 소재와 부품, 장비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수출되니 미국 입장에서는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고용과 지역 발전을 위해 애썼는데 대미 흑자로 관세를 부과받는 억울한 대목이다. 미측의 이런 오해는 ‘스토리텔링’ 부족 때문이라고 김 회장은 생각한다. 그는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과 공급망,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단순 통계를 넘어 한국의 투자가 미국 내 혁신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무역수지나 통계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 경제에 깊이 뿌리내리고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기업인을 지목했다. 그는 “최 회장, 정 회장 같은 한국 기업 리더들의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라며 “조지아와 텍사스, 오하이오 등지에서 한미 협력이 가져온 실질적 혜택을 보여주며 미국 파트너들과 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장관이 기업인 출신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모두 기업인 출신이다. 김 회장은 “기업인과 기업인이 만난다면 한미 간 소통은 한층 쉬울 수 있다”며 정부를 대표하는 내각 인사나 특사로 기업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변신하기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규제 방향이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가장 큰 한국에 대한 우려는 예측 가능성이 낮은 조세·노동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규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암참은 올 초 이와 관련해 ‘2025 국내 비즈니스 환경 인사이트 리포트’를 발표했다.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실질적인 시장 진입·확장을 저해하는 12개 주요 산업에서 70건의 규제를 꼬집었다. 제약·의료기기 분야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불투명한 약가·보험급여 체계, 혁신 치료제에 대한 가치평가 미흡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김 회장은 “미국 기업의 혁신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있으며 시장 철수(한국 패싱)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물질 분야는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복잡하고 엄격한 규제를, 자동차 분야는 환경·안전 관련 기술 규제를 지적했다. 암참의 주장은 미국 기업의 입장을 담고 있는 만큼 한국 내 산업 육성 방향과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정권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규제 방향은 국내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또 복잡한 규제에 가로막혀 혁신 기술 도입이 늦어져 유망한 국내 기술기업이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은 만큼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개방 경제 속에 성장해왔고 궁극적으로 한국이 아닌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해야 성공하는 만큼 미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세계 표준’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김 회장은 “정부마다 규제 개선을 외쳤지만 지속적이지 않았고 기업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부족했다”며 “새 정부는 실제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규제 개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에 아태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은 100개 미만으로 5000곳이 넘는 싱가포르나 홍콩(1400개), 상하이(900개)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그러나 잠재력이 풍부한 만큼 정부 의지에 따라 위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참은 한국의 교통과 디지털 연결성, 물류 등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고 풍부한 인재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기술 분야 혁신을 장점으로 꼽았다.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교차점에 위치해 공급망 회복력과 역내 시장 접근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이상적인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규제 개혁까지 이뤄지면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다. 김 회장은 “한국은 아태 지역의 선도적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며 “규제 불확실성과 경직된 노동정책,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같은 리스크를 개선해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개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암참 사절단은 9일부터 미국 워싱턴을 찾아 백악관과 의회, 싱크탱크 주요 인사를 만나는 ‘연례 도어녹(Doorknock)’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암참은 한국이 미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자 고용 창출의 선두 주자임을 강조하고 암참이 한국 내에서 펼친 규제 개선 노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지는 행사여서 김 회장 등 사절단을 향해 이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과 한국 정책 변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미국 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아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그들에게 내가 느낀 이 대통령과 한국에 대해 잘 말할 거고 우리 같은 제3자의 정확한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워싱턴이 한국을 신뢰하고,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힘쓰고 있다”며 “새로운 무역 재편의 시대에는 관세나 협정 못지않게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에서는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통신 업체인 AT&T 본사 마케팅 총괄과 미국 내 최초 인터넷 부동산 업체인 코코란닷컴 최고경영자(CEO), 비비안인터내셔널 CEO 등을 거쳤다. 그는 이후 한국에서 야후의 투자회사인 오버추어코리아 CEO와 야후코리아 비즈니스 CEO, 한국마이크로소프트 CEO, 한국지엠 CEO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이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다. -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기술패권 시대 과학기술 생존 어렵다”
산업 기업 2025.06.08 10:23:12기술패권 시대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기만 하는 전략으로는 과학기술 생태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해 생존을 담보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종현학술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올해 4월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과학기술 정책 포럼의 논의를 토대로 최종현학술원 과학기술혁신위원회에서 집필한 과학기술 정책 제언서다.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이상협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권오남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국정이 바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같은 중장기 과제가 국민적 논의와 공감의 과정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에 최종현학술원은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석학들과 함께 정파를 초월한 독립적 시각으로 과학기술 정책 보고서를 출간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우선 역대 정부가 공통적으로 채택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 구시대적이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전략 기술을 선정해 지원하는 전략을 펼쳐 왔는데,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극도로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는 현실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는 고위험의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선진국에서 먼저 정립된 기술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오히려 생태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해 장기적 혁신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이 정부가 지정한 분야 외 주제를 선택할 경우 연구비 확보가 어려워지고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시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전략 설정에서 벗어나 민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역시 “중국은 추격자를 넘어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의 로드맵을 선도하는 역량을 빠르게 키워 나가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은 남을 뒤쫓기만 해서는 생존하기 어려우며 독창적 원천기술을 제시하지 못하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 단절과 방향 전환으로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대형 국가연구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새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이 우선시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정권을 초월한 과학기술 전략의 수립 △장기 계획과 단기 전략 간의 균형 △민간과 학계의 창의적인 시도를 촉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염 교수는 “과학기술 강국들의 공통점은 기초가 탄탄하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등 전략 기술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물리·화학·생물학 등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튼튼한 기반이 필수”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체불가역량을 기르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한국이 유일하게 만들 수 있거나 한국의 기술이 아니면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기술주권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정동 교수는 “기술주권 이슈는 과학기술을 넘어 외교·안보·산업·인재 정책이 얽힌 복합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기술주권 워룸’을 만들어 부처간 정보를 통합하고 실시간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워룸 체제가 구축되면 국가 차원의 기술 감시, 외교 연계, 산업 대응, 연구개발 방향 설정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인재 확보 전략의 대전환도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비자 제도 개편, 연구환경 개선, 가족 정착 지원 등 종합적 인재정책으로 국내외 인재 모두가 한국을 연구와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엽 교수는 “중국처럼 과학기술인이 국가 전략의 중심에 서고 실질적인 예우를 받는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나도 과학기술인이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며 존중받고 보람 있는 커리어로서의 과학기술 직업이 자리 잡을 때 인재 유입과 지속적인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시대 ‘문화재정 대폭 확대’ 가능할까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문화·스포츠 문화 2025.06.08 08:00:00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에서는 115페이지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의 문화강국을 실현하겠습니다’ 항목에서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의 대폭 확대’를 첫째 과제로 내세웠다. ‘문화재정’은 말 그대로 정부가 투입하는 포괄적인 문화 분야 예산이다. 정확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전체 정부의 문화·예술·체육·관광·국가유산(문화재) 관련 예산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 공약에서 나온 ‘문화재정 대폭 확대’가 주목받는 것은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은 예산 투입으로 이뤄지고, 예산을 얼마나 어떻게 분배하는 가는 것은 정권의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공약이 나오고 나서 문화계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기대는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우려는 “돼겠나”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상황이 반영한다. 윤석열 전 정부에서 문화재정의 비중은 계속 줄었다. 물론 액수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예산 대비,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 문화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전 정부에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 예산 확정치를 기준으로 올해 문화재정은 8조 8000억 원 규모다. 올해 문화재정은 정부의 예산·기금 총지출(673조 원) 가운데 1.31%에 그쳤다. 앞서 지난해에는 예산·기금 총지출 656조 원 가운데 문화재정은 8조 7000억 원으로 1.33%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예산은 7조 672억 원으로 정부 총 예산 대비 비중은 1.05%였다. 이는 지난해 예산 6조 9545억 원(비중 1.06%)보다 금액은 늘어났지만 비중은 0.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 비중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1.72%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문화’와 ‘문화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문화재정 비중은 2000년 국가예산 대비 1% 선을 넘은 후 2016년까지 지속 확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다시 떨어졌다. 공약에서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 대폭 확대’라고 했는데 여기서 ‘대폭’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3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 재정 2%를 달성하는 비전대회’가 참고될 수 있겠다. 당시 민주당 주도로 문화재정 비중 2% 목표를 달성하겠다면서 내건 행사다. 당시 참석자들은 “문화재정의 비중이 늘어나기는커녕 뒷걸음질한 것은 정부가 숫자로서의 경제성장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문화를 놀고 먹는 소비만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투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행사에는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문체부 차관, 문화예술계 협회 및 기관, 체육계 협회 및 기관, 관광협회 등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과 2025년 문화재정 비중은 감소했다.) 이제 다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이번에는 문화재정 추세의 반전(反轉)을 이룰 수 있을까 관심이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한 취임 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략) 넷째,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K팝부터 K드라마, K무비, K뷰티에 K푸드까지, 한국문화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입니다. 한국문화의 국제적 열풍을 문화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로 연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더 크게 키우겠습니다. 적극적인 문화 예술 지원으로 콘텐츠의 세계 표준을 다시 쓸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중략)”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는데 이 문화비전의 추진 배경으로 ‘현실 제약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문화정책 새 틀 짜기’라는 설명을 붙였다. 여기서 ‘현실 제약’에는 ‘국가재정 악화’에 따른 ‘문화재정 투자 여력 감소’도 들어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문화재정 비중이 줄어든 것에 대한 해명이다. 이번 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해당 항목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점점 팍팍해져가는 국가재정 형편에 문화재정을 늘릴 수 있겠느냐, 그것도 대폭 늘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5년 임기 안에 문화재정 비중 2% 언저리라도 맞추려면 문화재정 총액은 지금보다 매년 1조 원 이상씩 늘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대를 갖게 한다면 어떨까. 지난 5월 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직속기구 ‘K문화강국위원회’ 출범식에서 유홍준 위원장은 문화재정 확대 여부 관련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었다. 아래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 전문이다. 그의 말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저도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으로 정부에서 일을 해봤는데 예산 확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의지로 하면 굉장히 쉽습니다. 제가 문화재청장 처음 됐을 때 예산이 2500억 원 이었는데 3년반을 하고 나서 5000억 원이 됐어요. 파격적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 국가예산 700조 원 이상에서 몇천억 들어간다는 것은 수치가 별로 보이지도 않아요. 이것은 통치자 되는 사람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예산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는 거기에 맞춰서 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제가 문화재청장 할 적에 ‘이렇게 하겠다’하면 국장이나 과장이 ‘그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라며 전부 방어를 해요. 그래도 회의 끝나면서 ‘아무튼 이렇게 갈 거다’하고 점심 먹고 오면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된다’고 바뀌더라고요. 기관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에 공무원들의 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어 시행할 수 있었어요. 공무원들은 타고난 수비수고 공격수가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이제 수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좀 공격하자’ 했더니 ‘공격이 아니라 수비의 전진 방어’라고 하더라고요. (참석자들 웃음) 지금 말씀하신 것에 대해 이 후보가 문화강국이라는 개념도 그렇고, 심지어는 경제5단체장하고 이야기 속에서 문화산업과 문화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니 이 후보가 당선되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재명 시대] 푸드·뷰티도 K컬처로…'300조 시대' 연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5.06.05 17:40:11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잇따라 ‘문화 산업’과 ‘문화 강국’을 강조하면서 문화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문화 산업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화 산업이 국정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은 문화 융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여 년 만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의 문화 공약 핵심은 ‘세계 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5대(빅5) 문화 강국 실현’이다. 이를 위해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를 목표로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푸드, 뷰티 등의 세계 진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수단은 K컬처의 확장성과 경쟁력 확보다. 우선 음악, 드라마, 웹툰, 게임 등 기존 문화 콘텐츠와 함께 추가로 푸드, 뷰티 등 주요 한류도 문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문화가 곧 경제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다. 한국 문화의 국제적 열풍을 문화 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이 최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나간다는 취지다. 문화 재정을 대폭 확대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고 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콘텐츠 실리콘밸리와 5만석 규모 복합 아레나형 공연장 조성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약은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라는 목표 수치를 제시했는데 문화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154조 원으로 매년 5~6%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2030년께 300조 원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존 콘텐츠에 더해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셈이다. 즉 푸드와 뷰티 등 인접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은 “‘K’라는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산업의 질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화 재정 확대 규모다. 문화 재정은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등 정부 내 문화 콘텐츠·예술·체육·관광 예산을 합친 것으로 올해 약 9조 원 규모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문화 재정 비중은 2016년 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문화계 요구대로 2%로 늘리려면 임기 말까지 매년 1조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예술 분야에서는 창작 환경과 복지 보장을 제시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에 따라 블랙리스트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조금 지원 시스템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장 의견 반영을 위한 ‘국가문화강국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설치한다. 예술인복지금고 조성 방안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인문학 지원 확대도 강조됐다. 관광과 스포츠 분야 공약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관광은 국민의 휴가권을 보장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삼았다. 근로자 휴가 지원 수혜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문화관광산업 특구’ 지정 안도 제시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국민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 문화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예술 분야에서 이전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된 내용도 적지 않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핵심 과제였던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이 이번 공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예술인보호관의 개방형 직위 전환’ 공약도 주목된다. 예술인보호관은 예술인권리보장법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맡도록 한 직책인데 지금까지 문체부 관료인 예술정책관이 겸임해왔다. 이를 별도로 분리하고 민간인을 채용한다는 취지다. 지난 정부 때 강조됐던 ‘예술 산업’ 용어가 공약에서 사라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 용어에 거부감을 가진 예술인들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산업’이라는 용어도 보이지 않는다. -
의정갈등 풀려면… 의정 신뢰 급선무, '공공의대'는 또다른 뇌관
산업 바이오 2025.06.05 08:13:4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공식 취임하면서 1년 5개월째 계속되는 의정갈등에도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부와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권 교체를 계기로 자연스레 이뤄지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인사가 첫단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고위공직자 인사 자체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대화 파트너 교체’를 통한 신뢰회복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정갈등을 거치면서 자리잡은 과학적 의사인력 산정을 위한 시스템은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각한 국민 불편을 초래하면서 어렵게 일궈낸 합의 사항인 만큼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신설 등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가 반발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갈등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사태 핵심인 전공의·의대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학적 근거도, 의료교육 현장의 준비도 없이 밀어붙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며 “책임자 문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당사자 의견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필수의료 정책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차관에 의료계와 신뢰 회복이 가능한 인사를 낙점해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의정갈등 국면에서 의료계와 첨예한 갈등을 빚어 사실상 대화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자체가 바뀌는 바람에 의료계가 요구하는 책임자 문책 문제가 사라졌다”며 “새로운 장·차관이 임명되고, 기존에 관련 정책을 담당하지 않은 공직자가 대화에 새로 나서면 대화가 부드러워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갈등의 핵심 원인인 의대 정원 문제는 2027학년도부터 이전 정부에서 국회를 통과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첨예한 갈등 속에 일궈낸 합의인 만큼 위원회 구성과 필요 인력 산정까지 위원회 내에서 진행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의료개혁이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의 급진적 방법이 문제였을 뿐, 필수·지역의료 인력 확충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여야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인천·전북·전남 공공의대 및 경북 지역의대 신설과 공공의료사관학교 도입이다. 의료계는 공공의대는 물론 공공병원과 의대 신설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를 설득하려면 공공·지역의대를 신설하더라도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준 한양대 의학과 교수는 “이 문제가 상당히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와 섞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급추계위에서 의대 정원을 논의할 때 공공의대가 함께 의제로 오를 수밖에 없다보니 일각에서는 ‘제2의 의정갈등’을 일으킬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젤렌스키 "韓변함없는 지지 소중…긴밀한 협력 기대"[이재명 시대]
국제 정치·사회 2025.06.04 18:44:1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한국 국민과의 우호 관계와 대한민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소중히 여긴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유럽과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세계 안보는 깊이 연결돼 있다"며 "국민의 안보를 위한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공을 기원하며, 양국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첫 인선 키워드는 국정 통찰력·전문성·통합…민생회복 강력한 의지 [이재명 시대]
정치 정치일반 2025.06.04 18:14:54이재명 정부의 첫 인사는 전문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풍부한 의정 활동 경험과 민생 정책 역량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 최초의 1970년대생 대통령 비서실장인 강훈식 신임 실장은 경제·예산 관련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정 현안을 적임자로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와 관련, “4선 의원이자 민주당의 수석최고위원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깊은 분”이라며 “당과 국회에서 정책과 전략을 이끌고 국민의 목소리에 실천으로 응답한 정치인”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0년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32세)으로 당선됐고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정몽준 캠프로 이적하면서 ‘철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기까지 18년 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이후 2022년 대선부터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며 친명계로 거듭났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4개월 전 이미 계엄 가능성을 제기했던 김 후보자의 발언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는) 구체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함께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 경제 회복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내각과 국회·국민을 잇는 조정자로 새 정부 통합의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책임지며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정보 전달 체계를 혁신했던 경험으로 통상 파고 속에 국익을 지켜낼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NSC 상임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 후보자는 특히 북한 분야의 전문성을 배경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여파로 같은 해 12월 통일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19년 만에 정부 당국자로 복귀하게 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3선 의원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발탁됐다. 최초의 1970년대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젊은 비서실장을 기용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신속하게 풀어낸다는 복안이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당에서 이번 대선을 총괄한 전략가이자 경제·예산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은 강 비서실장을 “대통령실을 젊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바꿀 적임자이자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현장형 참모”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빠른 이해력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브릿지형 인물’로 국정 운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신임 안보실장은 외무고시 13회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민주당의 외교통이다. 이재명 캠프에서도 외교·안보 공약을 설계해왔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의 풍부한 정책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용 외교, 첨단 국방,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첫 인사에 대해 “능력 본위로 통합에 중점을 둔 인사”라고 밝혔다. “시급한 민생 회복은 물론 경제성장과 국민 통합,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충실하게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인사를 충직함과 능력을 고려해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다음 인사는 당내와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구한 후 단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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