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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문화재정 대폭 확대’ 가능할까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이재명 대선 공약에 ‘국가예산 대비 대폭 확대’ 제시

문화재정 2% 되려면 현재보다 매년 1조씩 늘어야

2016년 1.7% 최고치 찍은 후 올해 1.3%로 감소  

유홍준 “통치자 되는 이의 강한 의지로 가능할 것”

올해 5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직속기구 ‘K문화강국위원회’ 출범식에서 유홍준(왼쪽 세번째) 위원장과 김민석(네번째) 국회의원(국무총리 내정)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에서는 115페이지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의 문화강국을 실현하겠습니다’ 항목에서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의 대폭 확대’를 첫째 과제로 내세웠다.

‘문화재정’은 말 그대로 정부가 투입하는 포괄적인 문화 분야 예산이다. 정확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전체 정부의 문화·예술·체육·관광·국가유산(문화재) 관련 예산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 공약에서 나온 ‘문화재정 대폭 확대’가 주목받는 것은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은 예산 투입으로 이뤄지고, 예산을 얼마나 어떻게 분배하는 가는 것은 정권의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공약이 나오고 나서 문화계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기대는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우려는 “돼겠나”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상황이 반영한다. 윤석열 전 정부에서 문화재정의 비중은 계속 줄었다. 물론 액수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예산 대비,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 문화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전 정부에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 예산 확정치를 기준으로 올해 문화재정은 8조 8000억 원 규모다. 올해 문화재정은 정부의 예산·기금 총지출(673조 원) 가운데 1.31%에 그쳤다. 앞서 지난해에는 예산·기금 총지출 656조 원 가운데 문화재정은 8조 7000억 원으로 1.33%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예산은 7조 672억 원으로 정부 총 예산 대비 비중은 1.05%였다. 이는 지난해 예산 6조 9545억 원(비중 1.06%)보다 금액은 늘어났지만 비중은 0.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 비중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1.72%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문화’와 ‘문화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문화재정 비중은 2000년 국가예산 대비 1% 선을 넘은 후 2016년까지 지속 확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다시 떨어졌다.

지난 2023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 재정 2%를 달성하는 비전대회’에서 홍익표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공약에서 ‘국가예산 대비 문화재정 대폭 확대’라고 했는데 여기서 ‘대폭’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3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 재정 2%를 달성하는 비전대회’가 참고될 수 있겠다.

당시 민주당 주도로 문화재정 비중 2% 목표를 달성하겠다면서 내건 행사다. 당시 참석자들은 “문화재정의 비중이 늘어나기는커녕 뒷걸음질한 것은 정부가 숫자로서의 경제성장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문화를 놀고 먹는 소비만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투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행사에는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문체부 차관, 문화예술계 협회 및 기관, 체육계 협회 및 기관, 관광협회 등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과 2025년 문화재정 비중은 감소했다.)



이제 다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이번에는 문화재정 추세의 반전(反轉)을 이룰 수 있을까 관심이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한 취임 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략) 넷째,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K팝부터 K드라마, K무비, K뷰티에 K푸드까지, 한국문화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입니다. 한국문화의 국제적 열풍을 문화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로 연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더 크게 키우겠습니다. 적극적인 문화 예술 지원으로 콘텐츠의 세계 표준을 다시 쓸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중략)”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는데 이 문화비전의 추진 배경으로 ‘현실 제약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문화정책 새 틀 짜기’라는 설명을 붙였다. 여기서 ‘현실 제약’에는 ‘국가재정 악화’에 따른 ‘문화재정 투자 여력 감소’도 들어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문화재정 비중이 줄어든 것에 대한 해명이다.

이번 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해당 항목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점점 팍팍해져가는 국가재정 형편에 문화재정을 늘릴 수 있겠느냐, 그것도 대폭 늘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5년 임기 안에 문화재정 비중 2% 언저리라도 맞추려면 문화재정 총액은 지금보다 매년 1조 원 이상씩 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국토종주편'에 나선 5월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제균 감독, 이 후보, 김은숙 작가, 박해영 작가, 정주리 감독. 공동취재


그럼에도 기대를 갖게 한다면 어떨까. 지난 5월 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직속기구 ‘K문화강국위원회’ 출범식에서 유홍준 위원장은 문화재정 확대 여부 관련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었다. 아래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 전문이다. 그의 말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저도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으로 정부에서 일을 해봤는데 예산 확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의지로 하면 굉장히 쉽습니다. 제가 문화재청장 처음 됐을 때 예산이 2500억 원 이었는데 3년반을 하고 나서 5000억 원이 됐어요. 파격적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 국가예산 700조 원 이상에서 몇천억 들어간다는 것은 수치가 별로 보이지도 않아요. 이것은 통치자 되는 사람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예산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는 거기에 맞춰서 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제가 문화재청장 할 적에 ‘이렇게 하겠다’하면 국장이나 과장이 ‘그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라며 전부 방어를 해요. 그래도 회의 끝나면서 ‘아무튼 이렇게 갈 거다’하고 점심 먹고 오면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된다’고 바뀌더라고요. 기관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에 공무원들의 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어 시행할 수 있었어요. 공무원들은 타고난 수비수고 공격수가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이제 수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좀 공격하자’ 했더니 ‘공격이 아니라 수비의 전진 방어’라고 하더라고요. (참석자들 웃음)

지금 말씀하신 것에 대해 이 후보가 문화강국이라는 개념도 그렇고, 심지어는 경제5단체장하고 이야기 속에서 문화산업과 문화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니 이 후보가 당선되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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