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잇따라 ‘문화 산업’과 ‘문화 강국’을 강조하면서 문화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문화 산업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화 산업이 국정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은 문화 융성을 기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여 년 만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의 문화 공약 핵심은 ‘세계 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5대(빅5) 문화 강국 실현’이다. 이를 위해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를 목표로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푸드, 뷰티 등의 세계 진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수단은 K컬처의 확장성과 경쟁력 확보다. 우선 음악, 드라마, 웹툰, 게임 등 기존 문화 콘텐츠와 함께 추가로 푸드, 뷰티 등 주요 한류도 문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문화가 곧 경제고, 문화가 국제 경쟁력이다. 한국 문화의 국제적 열풍을 문화 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이 최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나간다는 취지다. 문화 재정을 대폭 확대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고 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콘텐츠 실리콘밸리와 5만석 규모 복합 아레나형 공연장 조성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약은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라는 목표 수치를 제시했는데 문화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3년 154조 원으로 매년 5~6%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2030년께 300조 원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존 콘텐츠에 더해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셈이다. 즉 푸드와 뷰티 등 인접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은 “‘K’라는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산업의 질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화 재정 확대 규모다. 문화 재정은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등 정부 내 문화 콘텐츠·예술·체육·관광 예산을 합친 것으로 올해 약 9조 원 규모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문화 재정 비중은 2016년 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문화계 요구대로 2%로 늘리려면 임기 말까지 매년 1조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예술 분야에서는 창작 환경과 복지 보장을 제시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에 따라 블랙리스트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조금 지원 시스템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장 의견 반영을 위한 ‘국가문화강국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설치한다. 예술인복지금고 조성 방안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인문학 지원 확대도 강조됐다.
관광과 스포츠 분야 공약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관광은 국민의 휴가권을 보장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삼았다. 근로자 휴가 지원 수혜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문화관광산업 특구’ 지정 안도 제시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국민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 문화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예술 분야에서 이전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된 내용도 적지 않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핵심 과제였던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이 이번 공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예술인보호관의 개방형 직위 전환’ 공약도 주목된다. 예술인보호관은 예술인권리보장법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맡도록 한 직책인데 지금까지 문체부 관료인 예술정책관이 겸임해왔다. 이를 별도로 분리하고 민간인을 채용한다는 취지다.
지난 정부 때 강조됐던 ‘예술 산업’ 용어가 공약에서 사라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 용어에 거부감을 가진 예술인들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산업’이라는 용어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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