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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기업도 예외없다…매각 부추기는 韓 상속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13 17:23:39국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적이 하나 더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다. 글로벌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도 가업을 포기하거나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 전체가 흔들린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2020년 별세한 후 이 지분이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씨 등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 5400억 원의 상속세가 발생해 회사 지배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들 오너 일가는 결국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가까스로 상속세를 마련했지만 회사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기업인 쓰리쎄븐(777)도 상속세로 인해 위기를 겪었다. 쓰리쎄븐은 1975년 설립 이후 적자를 낸 적 없는 탄탄한 경영을 이어왔다. 그러나 김형규 회장이 2008년 갑작스레 별세한 뒤 15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제약 업체인 중외홀딩스에 지분을 팔았다. 중외홀딩스는 바이오 사업만 영위하기로 하고 김 회장의 사위(김상묵 현 회장) 등이 설립한 티에이치홀딩스에 손톱깎이 사업을 다시 팔았으나 2003년 30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160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최대 가구 업체였던 한샘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사모펀드(PEF)에 넘겼고 세계 1위 콘돔 생산 업체였던 유니더스 역시 회사 매각 뒤 기업 전체가 분할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소한 최대주주 할증 과세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받은 후에 과세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 체계는 장수 기업을 만드는 데 있어서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형제와 나눠도, 배우자 사망때도 고율 과세…"유산세 → 유산취득세로 바꿔 부담 낮춰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13 17:23:312025년 세법 개정안 발표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유산취득세’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실제 상속받은 몫에 대해 과세해 세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상속인별로 각자가 취득한 실제 상속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법안을 올해 3월 마련해 5월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유산세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 국가뿐이며 나머지 20개국은 유산취득세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상속인별 공제액 기준도 함께 변경했다. 유산세 방식에서의 일괄공제와 기초공제는 폐지하고 상속인별 특성에 따른 인적공제 기준을 제시했다. 현행법에 따른 배우자 공제는 5억 원이다. 유산취득세 개편안에 따르면 배우자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하일 경우 전액 공제된다. 법정상속분이 10억 원을 넘을 경우 상속분과 ‘30억 원’ 가운데 더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 공제는 현재 자녀 수에 관계없이 5억 원까지만 공제되지만 유산취득세 도입 시 자녀 1인당 5억 원씩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가령 20억 원의 상속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을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약 1억 2804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전체 상속재산인 20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배우자 공제 10억 원과 자녀 2명에 대한 자녀 공제 5억 원씩이 적용돼 상속세는 0원이 된다.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배우자 상속세도 이번 기회에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이동이 아닌 ‘동일 세대 내 이동’으로 봐 1세대 1회 과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자는 의미도 있다. 정부는 올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기재부가 유산취득세를 발표하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감세 법안’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세법 개정안 논의에 참여하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이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60대에 묶인 자산 2882조…"상증세 재설계해야 소비·투자 활력"
경제·금융 정책 2025.07.13 17:23:21인천에 본가를 두고 손주들을 봐주기 위해 서울 성동구의 딸 집에 올라와 있는 박선자(69) 씨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30년 이상 거주한 인천의 다가구주택을 3억 원에 내놓았지만 아무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박 씨는 20년 전 고양시에 59㎡짜리 소형 아파트를 한 채 사둬 2주택자에 해당한다. 그는 “가진 현금도 없는데 인천의 낡은 집은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팔려도 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그렇다고 물려주자니 자식들에게 2주택자 족쇄를 채우는 셈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실버세대의 ‘자산 잠김’ 현상이 국가 경제를 억누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과 통계청의 분석 결과 1차 베이비부머의 가구당 평균 자산은 6억 5136만 원으로 여기에 60대 가구 수(442만 4197가구)를 감안한 이들의 전체 자산은 약 2882조 원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훌쩍 넘어서는 값이다. 이 같은 막대한 자산이 세금 부담 때문에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국세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국세 336조 5000억 원 중 상속·증여세는 15조 3000억 원으로 그 비중이 4.5%에 달했다. 이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도 빠른 속도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만 1193명에 달했다. 상속세 대상자는 2020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뒤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상속·증여세의 확대는 세금 회피를 줄이고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자산 이전 과정에서의 높은 세금 부담이 이전 자체를 미루게 만들고 이로 인해 고령층 자산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투자 여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층 자산 대부분이 움직이기 어려운 형태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 이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은 4억 644만원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1.2%로 가장 높았다. 잠재적인 피상속인이 될 60대의 경우 자산 2881조 원 중 약 2339조 원이 부동산에 잠겨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물 자산 중에서도 대부분이 부동산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구 평균 자산의 3분의 2 이상이 비유동성 자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고령층 자산은 유동화나 분할이 쉽지 않다. 미국 28.5%, 일본 37%, 영국 46.2%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부동산 집중도가 2배 이상 높다. 그사이 다른 나라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자녀나 손자에게 연간 110만 엔(약 97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넘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생전 증여 후 3년 내 사망 시 해당 금액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던 규정도 7년으로 늘렸다. 자산을 생전에 조기에 이전하도록 유도해 경제 안에서 돈이 돌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상속·증여세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가족 간 신탁 활용을 늘리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각각 8억 원과 10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 때문에 집 팔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속·증여세 완화는 공약에선 최종적으로 빠졌다. 전문가들은 고령 자산 잠김 현상이 해소돼야 창업, 자녀 교육 등 실물경제의 동력이 살아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부자 감세 문제를 넘어 경제 활력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문성 서울여대 교수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 최고 세부담에 막혀…'실버자산' 가구당 6.5억 돌파[혁신 막는 낡은 세제]
경제·금융 정책 2025.07.13 17:22:53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끈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이 가구당 6억 5000만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자산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에 막혀 아래 세대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에 의뢰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가구당 자산은 지난해 기준 6억 5136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버 세대의 자산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상속·증여 및 양도세 부담도 너무 높아 세대 간 이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은 많지만 현금 흐름은 꽉 막힌 일종의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실버 세대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30~40%)보다 2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체계를 하루 빨리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고세율은 지나치게 높고 공제 금액은 낮아 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자산 6억 5000만 원을 자녀에게 생전에 물려주려면 세금만 1억2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가혹한 세금은 기업 승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이 회사를 물려줄 때는 최대 60%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가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우리와 인구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고령층 자산의 잠김 현상을 풀어내기 위해 상속·증여세를 대폭 완화했다. 올해부터 자녀나 손자에게 연간 110만 엔(약 970만 원)까지 매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정부는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상속세 재편에 사실상 손을 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이전 “상속세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으나 대선 공약에서 빠지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자본이 세대 간에 원활히 이전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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