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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과속'에 전력균형 무너져…"ESS·송전망 확충 서둘러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7 18:00:22스페인에서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난 배경에는 2000년대 중반 진행된 재생에너지 ‘과속’ 보급 대책이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04년 태양광과 같은 청정에너지를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발전 사업자들은 25년 동안 높은 고정 가격에 전기를 팔 수 있도록 보장받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태양광 사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빗대 ‘태양광 골드러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페인의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이 시기 급격히 늘어 현재의 재생에너지 쏠림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스페인의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34.7GW로 원전 35기분에 달한다. 대정전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급증한 데 비해 이를 감당할 전력망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월 28일(현지 시간)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은 스페인 서남부 엑스트레마두라주의 한 발전소에서 갑자기 출력이 0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1.5초 뒤 같은 현상이 한 번 더 발생하자 이상 현상을 감지한 프랑스 측이 스페인과의 전력 연결선을 차단했다. 전력망을 보호하기 위한 자동 조치였다. 이와 함께 스페인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이 크게 흔들리자 여러 발전소들이 잇따라 전력망에서 자동으로 분리됐다. 단 5초 만에 당일 스페인 전력 생산량의 60%에 가까운 15GW의 전력이 전력망에서 증발했다. 그런데 대정전 당일 스페인에서 전기는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넘쳐났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 비중이 전체의 66%에 육박하는데 봄철에는 태양광의 효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실제 스페인 전력공사인 레드일렉트리카는 대정전 발생 12일 전인 4월 16일 하루 동안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했다는 공식 발표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전체 발전량이 전력망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 균형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이후 봄철 태양광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력 시장을 관리하는 이베리아전력거래소(OMIE)에 따르면 2023년만 해도 봄철(3~5월) SMP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경우가 전혀 없었지만 2024년에는 142시간 동안 SMP가 음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올해 들어 404시간으로 급등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깨끗하지만 의존도가 너무 커지면 전력 불안정성도 같이 늘어난다”며 “충분한 송전 시설을 확보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보호 방안을 갖추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버터(전기 변환 장치) 방식의 태양광발전소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도 스페인 대정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력·화력·원자력발전소는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전력망에서 탈락해도 터빈이 서서히 멈추며 일정 시간 전기를 공급한다. 이상 현상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이야기다. 반면 태양광발전소는 인버터로 통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한순간 전력망에서 분리돼 전력망 부담을 가중한다.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전력망을 보강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선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2038년 태양광·풍력발전소 설비용량은 117.9GW로 올해(37GW)보다 3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에서 대정전이 난다는 것은 스페인과는 다른 의미”라며 “특히 반도체 설비의 경우 정전 전후 생산 물량을 폐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장비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강·석유화학 역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굉장히 중요한 업종”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제철소나 석화단지에는 자체 발전소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작정 태양광 에너지만 외치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에너지는 이념에 휘둘리면 안돼…원전은 훌륭한 기저전원”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7 17:58:136000만 명에 가까운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들을 14시간 동안 암흑으로 밀어넣은 스페인 대정전을 지켜본 유럽 지역의 석학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에 비해 전력망 투자가 미흡했던 점이 대정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이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믹스 다양성을 유지하고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문제를 다룰 때는 이념보다 과학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겔 데 시몬 마르틴 레온대 전기공학시스템자동학과 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페인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해 강력한 지원을 하면서 이에 대처할 전력망의 실제 용량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오 고메스 에스포시토 세비야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현재 규정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수력뿐이던 25년 전과 같은 수준”이라며 “시스템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미앵 에른스트 리에주대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정전 초기 국제 연결망 부족으로 전력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며 “유도 전력도 충분하지 않아 전압 제어에 실패하면서 결국 대정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전 당일 첫 이상 현상이 발생한지 3.5초만에 프랑스 전력망이 차단되면서 전압과 주파수가 급격하게 불안해졌다는 이야기다. 알바로 데 라 푸엔테 길 레온대 전기공학시스템자동학과 교수는 “관성이 높은 시스템은 충격을 흡수해 전력망 운영자에게 충분한 대응 시간을 준다”며 “하지만 전자 장치로 연결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는 관성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베리아 반도 전력망의 높은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화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반면 에스포시토 교수는 “관성 부족 외에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전압을 제어하는데 필요한 무효 전력의 잘못된 배분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본질적 한계보다 스페인 전력 당국의 전력망 관리 능력 부족에 초점을 맞춘 의견이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이 유럽에 비해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한국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스페인에 비해 부족한데 비해 전력 소비량이 상당히 많아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면서도 “현재 목표치는 예외적인 수준은 아니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스포시토 교수 역시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수력 발전량이 부족해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탈 탄소화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면서도 “해상풍력 발전이 성숙되고 충분히 저렴해지면 전력망 탈탄소화를 위한 유망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엔테 길 교수도 “한국은 산업 수요와 인구 밀도가 높으니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50~60% 달성을 목표로 할 만할 것”이라며 “80%를 넘어서면 간헐성으로 인한 과제가 크게 증가하므로 다각화된 에너지믹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빠르게 늘리려는 한국 정부 역시 스페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관성력이 높은 동기 발전소의 비중 30%를 유지해야 계통 안정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기 발전소는 수력·화력·원자력발전소와 같이 전력망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로 작동하는 터빈형 발전소를 의미한다. 호세 루이스 도밍게스 가르시아 카탈루니아에너지연구소(IREC) 전력망 부문 총책임은 “계통 연계를 적절히 계획하는 것은 물론 전력망 장비를 충분히 업데이트해 어떤 상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푸엔테 길 교수는 전력망 업데이트와 함께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 △유연 전력 요금제 도입 △발전원 다각화 △인접국과 전력망 연계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은 가치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마르틴 교수는 “기술 전문가를 믿고 이념이나 정치에 휘둘리는 결정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국 정부에 드리고 싶다”며 “모든 상황에 작동하는 만능 모델은 없다. 목표를 향해 유연성을 발휘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것이 전력망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대부분은 원전이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기저 전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푸엔테 길 교수는 “원전은 탄소 배출이 없을 뿐 아니라 주파수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유효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에른스트 교수도 “유럽 전력망의 관성은 프랑스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에 의해 대부분 보장되고 있다”며 “원자력은 분명히 전력망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답했다. 가르시아 총책임은 “현재 전력망은 고전적인 관성 전원에 적합한 방식”이라며 “같은 관성 전원이라도 원전이 화력발전소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부연했다. 같은 관성 전원인 화력·원자력 발전소 중 원자력 발전소가 탄소 배출이 없을 뿐 아니라 설비 용량이 커 전력망 안정성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원자력 발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르틴 교수는 “원자력 기술이 에너지 믹스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한다”면서도 △높은 건설 비용 △긴 시운전 시간 △사고 위험 △폐기물 문제 등의 단점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포시토 교수는 “스페인 대정전의 원인을 관성 부족으로 요약할 수만은 없다”며 “기존 원전 설비는 최대한 활용해야겠지만 소형모듈형원자로(SMR)과 같은 차세대 방식은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작년 열흘에 한 번꼴로, 수도권 '전력망 과부하'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7 17:47:42지난해 여름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은 열흘에 한 번꼴로 과부하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한낮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이 과도해지면서 수도권 송전선이 감당 가능한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전기가 몰렸기 때문이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총 2208시간 중 수도권 융통선로 마진이 5% 이하로 떨어진 시간은 202시간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융통선로 마진은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의 여유 용량으로, 이 마진이 5% 이하라는 것은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송전선이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5%도 안 남았다는 의미다.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너무 많이 몰리면 도로가 마비되는 것처럼 송전선에도 전기가 너무 많이 몰리면 과부하가 발생하며 이는 자칫 정전이나 계통 불안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23일 오전 11시께에는 여유 용량이 모두 차 마진이 –0.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여름철 수도권 송전선 과부하 우려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2021년 3분기에는 수도권 융통선로 마진이 5% 이하로 떨어진 시간이 2208시간 중 4시간에 불과했는데 이것이 2022년 84시간, 2023년 143시간 등으로 크게 늘어나는 식이다. 1분기의 경우 마진이 5%를 하회한 시간이 지난해 39시간에서 올해 12시간으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름철에는 여전히 융통선로 마진 악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마진 하락은 주로 신재생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에 발생했다”며 “수도권 융통전력 실적이 한계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도권 부하를 차단하는 고장파급방지시스템(SPS)을 운전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에 앞서 전력 인프라를 먼저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발전설비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송배전망 증가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해 발전과 송전 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
獨 추락 지켜본 유럽…원전 36기 짓는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5 17:41:21폭스바겐의 본사 소재지이자 독일 자동차 산업의 심장으로 통하는 볼프스부르크.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방문한 이곳에서는 독일 1위 자동차 도시다운 활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중심 상업지구인 포르쉐거리 곳곳에는 문을 닫은 상가들이 눈에 띄었고 시가 운영하는 연방고용지원센터 앞에는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에르판 자마니 씨는 “올해 초 폭스바겐에서 해고됐다”며 “월세 650유로(약 104만 원)를 내기도 힘들어 지금 할 수 있는 건 신에게 기도를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때 히든챔피언의 나라로 불렸던 독일의 제조업이 이처럼 후퇴한 배경에는 에너지 경쟁력 저하가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며 전기요금이 뛰었고 2023년에는 마지막 원전까지 가동을 중단하며 고(高)비용 에너지 구조가 제조업 전체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끝없는 경기 부진 속에 올해 2월 총선에서는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원내 제2당으로 떠오르며 정치 판도까지 재편되고 있다. 독일의 실패를 지켜본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탈(脫)원전 기조를 포기하고 잇달아 원전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현재 유럽에서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총 36기에 달한다. 네덜란드 기후정책녹색성장부 관계자는 “유럽에서 원자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를 ‘핵 르네상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프랑스 주도로 결성된 원자력 동맹에는 체코·네덜란드·벨기에 등 EU 회원국 중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회원국(27개국)의 절반 이상이 원자력을 탄소 중립 에너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데 동의했다는 의미다. -
덴마크, 40년 만에 원전 검토…네덜란드는 전담 인력 30배 늘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5 17:35:45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유럽 주요 국가들이 최근 잇달아 원전으로 복귀하고 있다. 원전 강국 프랑스는 물론이고 네덜란드·루마니아·체코·영국·스웨덴·슬로바키아 등이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탈원전 전도사로 통했던 독일에서조차 원자력을 에너지믹스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기후정책녹색성장부 원자력국 관계자들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이 있어야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유럽 각국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도 원자력의 가치가 유럽에서 재조명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원전 1기를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대형 원전 2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에 따르면 이들 원전이 완공된 뒤 2040년께에는 네덜란드 총 전력 수요의 10~15%를 원전이 담당하게 된다. 기후정책녹색성장부 원자력국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 확정됐는데 이번 연정은 이를 4기까지 늘리고 소형모듈원전(SMR)도 추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원자력은 의회에서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10월 총선 이후에도 원전 신설 프로젝트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원전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기후정책녹색성장부에는 원자력 정책 담당자가 2명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약 60명으로 불었다. 4년 만에 30배나 전담 인력이 늘어난 것이다. 네덜란드는 올해 신규 대형 원전을 발주할 특수목적법인(SPC)도 신설한 뒤 직원을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이 핵 르네상스에 편승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두코바니 5·6호기 신설을 맡겼다. 원자력 산업의 전통적인 강호 프랑스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를 새로 짓는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 중 6기는 이미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나온 상황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인 ‘온칼로’를 준공해 원전 지속 운영의 기반을 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각국이 내놓은 대형 원전 신규 건설에 2050년까지 241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유럽 국가들도 속속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5월 새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원전 부활 계획을 승인했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한 지 22년 만에 노선을 바꾼 것이다. 1985년 원자력발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원전이 하나도 없는 덴마크에서도 해당 법안을 폐지하자는 데 여야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덴마크는 풍부한 해상풍력을 바탕으로 전력 수요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나라다. 스페인에서도 4월 대정전을 겪은 후 2035년까지 원전 7기를 폐쇄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마지막 원전이 폐쇄된 지 25년 만에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유럽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온 독일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포착된다. 올해 총선에서 승리한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선거공약에 폐쇄한 원전의 재활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가동을 멈춘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까지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은 차세대 원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후정책녹색성장부는 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6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원전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도 6500만 유로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 프랑스는 2021년 발표한 300억 유로 규모의 신산업 육성 계획에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영국 역시 장기간 표류했던 사이즈웰C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면서 SMR을 추가 건설하기 위해 수십억 파운드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獨 전기료 급등에 공장 폐쇄도…폭스바겐 생산직 "월급 35% 줄어"[K에너지 시프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5 17:38:19“폭스바겐 생산직으로 일하는 우리 남편은 원래 매달 3800유로(약 610만 원)는 벌었는데 이제 2500유로(약 401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소비와 저축을 줄여가며 버틸 수밖에 없어요.” 폭스바겐 최대 공장이 위치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만난 라다 알리 씨는 “이 지역에 정착한 후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처럼 토로했다. 남편이 실직은 면했지만 야간 근무가 사라지고 성과금이 줄면서 월 소득이 35% 가까이 감소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게 알리 씨의 하소연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흥망성쇠는 에너지 후진국으로 주저앉은 독일 경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상 최초로 독일 내 공장 중 일부를 셧다운하는 방안까지 고민했으나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30년까지 독일 내 생산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체 인력의 30%에 가까운 3만 5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볼프스부르크시 연방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조슈아 존슨 씨는 “직장을 잃은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 다시 일을 구하지 못해 일자리를 알아보러 왔다”며 “이렇게 오래 실직 상태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에서 일했다는 또 다른 시민은 “생산직 노조원은 상당수 자리를 지켰지만 서비스직과 계약직은 무차별 해고됐다”며 “나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22명은 같은 날 한꺼번에 직장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역 경기는 혹한기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볼프스부르크는 과거 독일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문을 연 상점보다 문을 닫은 상가를 찾는 게 더 쉬울 정도가 됐다. 폭스바겐에서 27년 동안 근무한 게오르크 루소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경제위기 중에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위축이 단순이 볼프스부르크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경제의 우등생이던 독일의 간판 제조업 기업들이 잇따라 경영난에 빠지면서다. 실제 독일 전력 도매 가격은 2020년 1월 MWh당 35유로 수준에 불과했지만 전쟁 발발 약 반 년 후인 2022년 8월에는 MWh당 699.44유로까지 치솟았다. 올해 8월 독일 전력 도매 가격은 MWh당 70유로로 5년 전보다 2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운영 중이던 원전 전체를 폐쇄하며 탈원전 속도를 높인 탓에 값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는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인력을 조정해 2026년까지 11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독일 최대 철강 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은 전체 인력의 40%를 정리할 방침이다. 폭스바겐 위기의 여파에 ZF프리드리히스하펜·셰플러·보쉬와 같은 부품 업체들은 잇따라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2년 말 2.9%까지 떨어졌던 독일 실업률은 올해 들어 3.8%까지 올랐다. 이에 따른 독일 전체 실업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해 10년 내 최대 규모까지 치솟았다. 국내총생산(GDP)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제로(0) 성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에 따른 상호관세 15%도 수출·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실제 2025년 5월 독일 산업생산지수는 92.9로 2021년 이후 4년 전보다 뒷걸음질 쳤다. 이 같은 경제 체력 저하는 독일의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2014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6위에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24위로 10년 만에 18계단 떨어졌다. 탈원전을 추진한 후 종합적인 국가 경쟁력이 꾸준히 악화됐다는 의미다. 올해 순위는 19위로 소폭 올랐지만 경쟁력 위기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 중 하나”라며 “기업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 없이는 상황이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전력 수요자 관점에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도입이 필요한 산업군, 무탄소 전원이 중요한 산업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시급한 산업군 등 산업별로 재분류해 전력 수요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 위기가 제조업 망가뜨려…차세대 원전 투자해야"[K에너지 시프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05 17:40:01“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환경이나 기후 정책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산업 및 안보 정책의 핵심 축으로서 훨씬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를 지역구로 둔 알렉산더 조던 기독민주당(CDU) 의원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에너지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 업체 폭스바겐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며 유럽 최대 자동차 단지로 떠올랐지만 전력 비용, 인건비 상승 등으로 폭스바겐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조던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2000년대 초의 기억이 현재 폭스바겐 도시인 볼프스부르크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며 “반도체 및 원자재 공급 병목현상과 높은 에너지 가격, 인건비는 독일의 산업 입지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유럽연합(EU)이 부과하는 엄격한 탄소 배출 기준이 신기술 개발 압력을 가중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비야디(BYD), 미국 테슬라 등 해외 제조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지역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조업 위기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에도 동의했다. 조던 의원은 “에너지 비용 상승은 현재의 산업 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심화된 에너지 위기는 독일 제조업에 이미 존재했던 구조적 취약성을 실제로 드러내고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화학·철강·기계공학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은 특히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 가격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투자를 연기해야 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현재 독일에서는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벗어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던 의원은 “기민당 일부를 포함해 독일에서는 노후 원전의 운영 수명을 연장하거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핵융합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한 원전으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이념적 편견 없이 열린 마음과 냉정한 판단으로 논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래식 원자력발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SMR이나 액체염(용융염) 원자로처럼 더 안전하고 유연하면서 소형인 원자로 연구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규모 예산이 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던 의원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단기적인 전력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발전 설비 용량은 그리드(전력망) 친화적인 방식으로 관리돼야 한다. 신속·표준화된 승인 절차, 명확한 법적 요건, 디지털화 등을 통해 그리드 확장도 대폭 가속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이 산업·안보의 관점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각적·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에너지 공급 안정 △산업 부문의 에너지 경쟁력 확보 △에너지 빈곤이 사회적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균형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조던 의원은 특히 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에너지 집약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책정, 에너지 저장 기술의 집중적인 홍보 및 대규모 네트워크 확장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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