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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품위녀’ 김희선 “품위란, 내 자리 알고 욕심내지 않는 것”

배우 김희선은 진정한 ‘품위있는 그녀’였다. 몇 달 간 누구보다 품위 있는 여자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세상을 보는 눈이 너그러워 졌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서도 성숙함이 느껴졌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는 잘 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품위 있는 김희선이 주인공이었으니 말이다.

김희선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품위있는 그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김희선은 극 중 뛰어난 미모를 가진 준재벌가 며느리 우아진 역을 맡았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매 회 찬사를 받은 김희선이지만 드라마 초반만 하더라도 어느 누구보다 많은 걱정을 떠안고 있었다. 첫 회 시청률이 2%대(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까지 더해져 시작부터 불안감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임에도 정말 잘 됐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흔한 멜로도, 아이돌도 없고 유시진도 안 나오죠(웃음). (김)선아언니나 나나 20년 이상 일했으니 더 이상 신비한 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요. 시청자들이 우리를 뼛속까지 알잖아요. ‘짠’하고 보여 줄 무기가 없더라고요. 물론 스토리도 탄탄하고 연출도 좋지만 배우들의 핫한 뭐가 없었죠.”

종편 드라마에 처음 임하는 김희선에게 2%라는 시청률은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김희선은 “애국가만 틀어도 4~5%는 나온다는데 저 수치는 뭔 수치지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중파와 비교를 해보니 절망스러울 정도. 종편 세대가 아니니 한 자릿수 시청률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 조사회사가 닐슨인지 넬슨인지, TNMS인지 MSG인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작가)미경 언니도 오를 거라고, 괜찮다고 달래면서도 목소리가 쳐져있더라고요. 오늘 또 술을 마셔야 되나, 90일 동안 술 마셔야 되나 싶었죠. 맘고생을 너무 해서 그런지 배우들끼리 더 사이가 좋아졌어요. 회식도 자주했죠. 처음에 높았다가 떨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려고 했어요. 누가 저한테 편하게 곱하기 3을 해서 생각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마음을 잡았죠.”

그랬던 ‘품위있는 그녀’가 16회에서는 역대 JT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힘쎈여자 도봉순’을 9.986%로 넘어서더니 마지막 회에서는 12.065%로 두 자릿수까지 만들어냈다. 김희선의 말대로 곱하기 3을 해보면 더욱 어마어마한 숫자다.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의 시청률이 이처럼 반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지 고찰했다.

“4회까지는 우아진이 뭘 하는 게 없어요. 시나리오 읽으면서도 오히려 박복자(김선아 분)가 탐나더라고요. 처음부터 복자 캐릭터가 셌고 재미있잖아요. 우아진은 사실 사건이 생기면서 발휘되는 역할이고, 그 전까지는 너무나 평범한 캐릭터이니까요. 그러다가 우아진이 윤성희(이태임 분)와 삼자대면을 해요. 그럴 때 ‘저런 면도 있네. 통쾌하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실제로 김희선은 백미경 작가에게 “언니 나 복자할래. 너무 좋아”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백미경 작가는 단호했다. 애초에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김희선을 생각하면서 썼으니 자신의 큰 그림을 믿어보라고 자신했다. 물론 그의 큰 그림은 정확히 실현됐다. 그럼에도 초반 주연으로서 존재감이 덜 돋보이는 동안 조바심이 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예전에는 남녀주인공만 가지고도 성공했는데, 요즘 성공한 드라마 ‘응답하라’나 ‘비밀의 숲’만 봐도 모든 배우가 다 잘 살아야 되더라고요. 이제 나이를 먹었나 봐요. 아진이가 초반에 약하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에요. 복자가 성공하고 그 다음 사람이 살고 그래야 드라마도 잘 되는 거잖아요. 얽히고설킨 관계가 많으니까 인물이 모두 잘 돼야 되겠더라고요.”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은 결국 각각의 주체적인 캐릭터에서 비롯됐다. 악해 보이는 캐릭터에도 사연은 있었다. 주인공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것이 아니다. 미세스 조, 천방순도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가 된다. 박복자도 그랬다. 나쁜 짓을 했지만 동시에 짠하다. 역할마다 부여된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우아진 역시 마찬가지다. 흔하디흔한 재벌가 사모님이 아니었다. 어떤 계기로 남편 안재석(정상훈 분)과 결혼하게 됐는지부터 무슨 마음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지까지 상세하게 서술됐다. 김희선은 그런 우아진과 처음부터 한 몸인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런 김희선과 우아진 사이에는 공통점도 있었고 차이점도 있었다.

“아들 둘에 막내며느리,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다가 그 아이들의 나이대도 비슷해요. 상황이 비슷하다보니까 아이나 신랑, 시댁과 연기할 때는 감정이입이 아니라 그냥 김희선이었죠. 사건이 생기면서 다른 점을 느꼈어요. 남편이 바람을 폈을 때 저라면 바로 고소할 텐데 우아진은 삼자대면을 했죠. 세상을 살면서 아진이처럼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본을 읽다가 혼자 멍 때리면서 많이 생각했죠.”

그것이 바로 김희선이 생각한 우아진의 품위였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었다. 역할로서 우아진을 벗어나 배우, 혹은 한 사람으로서 김희선이 생각한 품위는 무엇일까. 짧은 고민 끝에 김희선은 ‘군군신신부부자자’, 즉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답을 내놨다.

“우아진처럼 자기 것을 지키며 분수에 맞게 살기가 참 힘들죠. 저도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이 일을 하면서 시청률이 안 좋거나 욕을 먹게 되면 다른 것에 욕심이 나기도 해요. 그래도 결국 내 일은 이거라고 생각하죠. 안 된다고 쉽게 토라지지 않으려고요. 본인의 자리를 알고 나를 알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 것이 품위라고 생각해요. 자신답게 선을 지키는 것이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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