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결과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연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여러 번 정권교체의 경험은 역지사지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생각이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29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한 부분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한 사건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가 양건 전 감사원장이 추천한 3명의 후보에 없었던 장훈 교수를 추천했는데 감사원장이 선거 때 캠프 출신 인사라며 제청을 거부했다고 보도됐다”며 “장훈 교수가 그 자리를 고사했음에도 양 전 원장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퇴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은 당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증언에 의해 언론에 보도됐는데 결국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MB의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던 양 전 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청와대 외압에 의해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당시 민주당은 ‘청와대는 감사원에 대한 인사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며 “헌법 학습에 대한 기대는 둘째 치고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했던 말만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쟁점은 청와대가 제청을 요구했다고 알려진 김수오 전 법무부 차관이 장훈 교수만큼 정치적인 인물이냐가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의 제청권”이라며 “어떤 인물이 정치적인지 아닌지는 감사원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감사원은 대통령 산하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독립기관이고 따라서 헌법에 감사원장의 임기와 감사위원 인사 제청권이 보장돼 있다”며 “인사의 교착상태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순리대로 풀어야지 감사원장을 겁박하고 사퇴 운운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또 “청와대와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나은 정부를 위해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랑스러울 때가 훨씬 많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의 탄생으로 그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당한 정부가 왜 민심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길 간청한다”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나 민주주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난달에도 페이스북에서 “쓴소리하는 사람도 필요한 게 민주주의”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교육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kh22@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