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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자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 '총학 없는 대학' 일상화되나

코로나19까지…입후보자도 없는 대학 수두룩

개인주의 확산에 선거 떠받치던 학내 집단 실종

이에 더해 취업난까지…총학 존재 이유 공감 ↓

사진=서울대 인스타그램 캡처




봄학기를 맞은 대학들이 총학생회 구성에 연일 난항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올해는 입후보자조차 없는 대학이 속출하면서 ‘총학 없는 대학’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대는 연장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투표율이 45.17%에 그쳐 결국 총학 선거가 무산됐다. 연장 투표에 앞서 지난해 11월 있었던 본선거에서는 예비 후보조차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한양대에서 치러진 본선거에서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나왔다. 출마 희망자가 나왔지만 500명의 학우 추천을 받지 못해 후보 등록에 실패했다. 고려대와 한국외대 등 다른 대학들도 투표율 미달과 입후보자 부재로 총학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잇따른 대학가의 ‘총학 실종’ 현상은 개인주의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분위기와도 관련돼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가 짙어지면서 그간 학생회를 구성하고 선거에 깊이 참여해오던 대학 내 집단들이 사라진 영향이 크다"며 "지금 시장 선거나 도지사 선거를 보면 정당, 시민단체 등 하위 집단들과 같은 일종의 결사체가 있는데 대학 사회에서는 그런 흐름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설명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20대의 탈정치화와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가 선거의 투표율 추이를 보면 정치에 대한 대학생들의 정치 관심이 줄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8.7%로 집계됐다. 지난 19대 총선 투표율 41.5% 대비 41.1% 증가해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 비해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다.

이 때문에 20대가 정치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보다는 민주화 운동기를 거치며 대학이 주도했던 한국 정치의 무게중심이 서서히 시민 사회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총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취업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대학이 정치보다는 학업과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취업 경쟁이 심해지는 등 거시적인 요인들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이런 변화에 대해 총학생회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총학 존재 이유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을 대신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즉흥적으로 꾸려진 조직이 대학 사회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정입학 논란을 놓고 고려대생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결집한 학생들이 사안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등록금 납부 때마다 불거지는 학생회비 논란도 총학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 학생회비가 등록금 고지서에 슬쩍 포함된 경우가 많은 탓에 뒤늦게 학생회비를 낸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학생회비의 용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대학생들의 외면에 고민에 빠진 총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공약에 적극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대학생들이 총학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 총학이 다시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 임원은 "학우들의 눈길을 얻고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각종 편의사업 등 정책 집행에 비용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비해 학생회비 수입은 점점 쪼그라들다보니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고 때로는 나아갈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갈 때도 많다”고 말했다.

/허진·강동헌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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