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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비틀쥬스' 유준상 "손 딱 하면 휙휙···아주 난리 납니다"

뮤지컬 '비틀쥬스' 6월18일부터 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배우 유준상 /사진=CJ ENM, (재)세종문화회관




18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비틀쥬스’는 쉽게 감을 잡기 어려운 작품이다. 98억살(?)이나 먹은 유령 비틀쥬스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는 분명 ‘웃긴 이야기’임에 틀림없겠지만,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작품은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는다. 얼핏 보면 소동극에 가깝지만, 개막을 2주 가량 앞두고 만난 주인공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은 ‘삶이 주는 외로움’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유령이 인간세상에 와서 한 여자아이의 눈에 보여요. 내 이름을 세 번만 불러주면 사람들에게 내 모습이 보이는데…, 사실 유령이면 내 맘대로 다 될 줄 알았는데 인간처럼 하나도 되는게 없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게 됩니다.”

“앞으로 만들 영화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꿈에서 본 몇 장면을 넣고 ‘죽음은 무엇인가’ 고민했는데 이 작품은 죽음을 명쾌하고 재미있게 담았더라고요. 어떻게든 꼭 해봐야겠다며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됐는데 연습하면서는 힘들어 수백번 후회하기도 했죠. 이제는 힘든 시간을 좀 털어냈고, 이야기가 주는 힘이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될 거라고 믿어요. 미국식 코미디가 아닌 세계 어디에 펼쳐놔도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거에요.”

공감을 수반한 이야기라는 부분은 생소함에 대한 걱정을 덜게 했다. 상황이 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나왔다.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되고, 자연스럽게 준비된 장치들과 연결된다. 템포가 너무 빨라 걱정이던 번역작업도 여러번의 반복을 거쳐 가장 적확한 말을 찾아냈다.

“비틀쥬스는 너무 외로워서, 자신의 외로움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 인간사회에 온 만큼 말이 많아요. 모든 말을 다 하고 싶기 때문에 그걸 담아내려면 음악도 엄청 빠르죠. 일반적인 뮤지컬 음악이 100템포라면 한 166, 144정도 될까.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말이 전달돼야 하기에 단어와 문장의 의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노래마다의 텐션이 가사와 함께 전달되는 묘미가 있어서 부르면서도 신나요. 박자의 쪼개짐이 너무 많아 고생했는데 결국 메트로눔 맞춰놓고 ‘말’을 하니까 그게 딱 맞아 떨어졌어요.”

/사진=CJ ENM, (재)세종문화회관


지난 수십년간 무대에 섰던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그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97년 공연한 ‘그리스’를 연습하던 새벽을 떠올리기도 했단다. 어떻게든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가발을 6개를 바꿔 쓰고,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공연의 템포부터 확연히 빨라진 최신작에 적응하기 위한 고생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뮤지컬의 힘은 노래와 대사 속에 정서를 전달하는 거잖아요. 마침 미국 스태프가 ‘노래를 하지 말고 말로 정서를 표현해달라’는 디렉션을 주더라고요. ‘그래, 이게 진정한 뮤지컬이지’하며 말로 따라가기 위해 훈련했어요. 관객에게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이야기를 넋 놓고 보다 끝나는 것 같지만, 많은 것들이 마음과 머리에 들어올 거에요. 제가 선택한 작품에 대한 ‘후회없음’을 보실겁니다.”

‘후회 없을 것’이라는 그의 자신감은 팀 버튼의 영화 원작과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무대 예술의 매력에 기반한다. 작품은 영화의 색체를 두고 상당 부분을 새롭게 구성한다. 특히 비틀쥬스와 그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인간 리디아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기를 통해 한국식 정서에 꼭 맞춘 듯한 감성도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손 ‘딱’하면 배경이 싹 바뀌고, 휙 하면 날아가고, 아주 난리 납니다. 이게 무대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고, 이 장치를 사용하기 위한 기계를 찾기 위해 한국 제작사에서 엄청난 제작비를 쓰고 있어요. 근래 볼 수 없었던 무대, 소리, 대사, 손짓, 음향효과가 모두 세밀하게 세팅돼 있기에 정확하게 대사하고 손 올리고, 고개를 돌리고 해야 해요. 이런걸 맞추려면 끊임없이 반복해야 되죠.”



“그 손짓 하나에도 표현하는 정서가 정확하게 있어서 좋았어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외국 스태프의 ‘브로드웨이에서도 안 해본 것을 처음 해본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대사를 따라하기보다 정확히 체득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만큼 분석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12시간 이상씩 연습하고, 새벽에 일어나 중얼중얼 하고 잠들었다가, 또 5시쯤 일어나 연습하고. 반복되는 훈련 끝에 런을 돌았을 때 ‘이런 말이었구나’ 하는게 있더라고요. 이제 좀 홀가분해 졌는데 3~4주 전만 해도 말도 못했어요.”

/사진=CJ ENM, (재)세종문화회관


미국을 떠나 세계 첫 라이선스 무대로 한국을 택한 ‘비틀쥬스’는 주인공 비틀쥬스를 유준상과 정성화에게 맡겼다. 매년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 유준상은 물론 ‘영웅’과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재치, 진지함을 넘나드는 정성화의 모습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성화는 동지의 입장이잖아요. 같이 한 신을 마치면 물어보죠. ‘어때?’, ‘너무 힘듭니다’, ‘다행이다 너도 힘들어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요. 왜 힘든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묵묵히 응원해주고 있어요. 정성화 뿐만 아니라 모든 캐스트의 색이 뚜렷하기에 더 큰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어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라 공연의 다름이 명확하게 드러나요.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개개인의 호흡으로 인해 이렇듯 다르게 변하는 부분이 정말 좋아요.”

어느덧 그도 50대의 문턱을 넘어섰다. 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져놨음에도 아직 연기에 대한 고민은 쏟아진다. ‘비틀쥬스’를 연습하며 겪은 3~4주간의 좌절은 지금껏 맛보지 못한 것이기에 스스로 많이 질문했고, 이겨내기 위해 연습했다. “20년의 시간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구나”라는 깨달음은 이후 조금이나마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그에게 연기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좋은 영향을 주는 순간’이 되고 있었다.

“많이 외로워요. 외로움의 깊이는 모두 같겠죠, 생각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액면은 젊어보일지 몰라도 어느덧 반백년을 살아보면서 ‘삶은 외롭구나, 그걸 극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고,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이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생각해보시게 될거에요.”

/사진=CJ ENM, (재)세종문화회관


화려한 원작, 브로드웨이 최신작에 베테랑 배우들까지 합류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는 이상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크게 부담 갖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하면서도 그는 잠시 긴장한 듯 보였다.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열심히 하는거고…. 이런 인터뷰를 하려면 진심으로 이야기해야 하기에 어떤 수식어나 보탬이 있어서는 안돼요. 특히 공연은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이런 시간들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해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크게 부담갖지는 않으려고 해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연습하려고 합니다.”

“뮤지컬은 예전의 열악함을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을 해왔어요.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이라는 말처럼 힘든 시기에도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인생을 채우고, 치열한 공간 속에서 오는 순간 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돼요. 그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조금만 더 힘내 버티면 마스크를 벗는 시기가 왔을 때 배우도 관객도 신나게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이 기회에 공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대에 서있는게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비틀쥬스’에 임하는 자세가 더 치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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