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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첫 장편소설…"문학적 평가는 독자의 몫"

[김태연 감독, AI 소설 '지금부터의 세계' 출간 간담]

'소설 감독' 호칭 아직 생경하지만

이번 계기로 자연스러운 일 되길

사람이 스토리보드 짜야 집필 가능

문학성 보완해야 하지만 기교 있어

국내 첫 AI 소설 '지금부터의 세계'의 김태연 소설감독이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AI 기술을 활용한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공학도 출신 소설가 김태연이 감독한 ‘지금부터의 세계(파람북 펴냄)’다. 소설 창작과 관련해 ‘감독’이란 명칭은 어색하다. 하지만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 마땅한 표현이 없어 AI의 집필을 총지휘한 역할을 ‘소설 감독’이라 부르기로 출판사 측과 김 감독이 합의했다. 작품을 집필한 AI에게는 ‘비람풍’이라는 필명을 붙였다.

김 감독은 25일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소설 감독이라는 호칭은 저부터 낯설다”며 “아직 생경하지만 이번 출간을 계기로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I가 글을 쓰는 일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스포츠나 날씨 기사는 AI가 작성하는 일이 흔하다. 문학 장르에서는 2008년 러시아에서 첫 AI기반 단행본 소설이 나왔고, 2016년에는 일본에서 AI 단편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고 본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장편 소설이 나온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AI 소설은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긴 작품이다.





AI 장편소설 출간을 이끈 김 감독은 등단 작가인 동시에 수학에 능한 컴퓨터 공학 전문가다. 그는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참가자들과 토론하던 중 AI 소설 집필 가능성을 엿봤다고 한다. 하지만 AI에게 자연스러운 문장과 이야기 흐름을 구현하도록 학습시키는 기술은 김 감독 혼자 만의 힘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높은 수준의 기술과 꽤 많은 자본이 필요했다.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국내외 유수 과학자와 학자들이 기술적으로 참여했으나, 김 감독은 개인적인 이유로 이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AI가 스스로의 힘으로 장편 한 권을 오롯이 작성하기는 힘들다. ‘지금부터의 세계’ 역시 글의 주제와 소재, 배경,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일은 김 감독, 즉 인간의 몫이었다. 우선 김 감독이 이야기 도입부와 서문 등을 쓰면 AI가 이에 맞춰 글을 써 나갔다. 예를 들어 김 감독이 ‘용감한 공주가 사악한 왕자에게 사로잡힌 아름다운 용을 구출하러 가는 이야기를 써 달라’ 라고 AI에게 문제를 설정하고 도입 부분을 작성해 주면 AI가 그에 맞춰서 세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집필이 진행됐다. 세부 이야기 작성을 위해 AI는 최소 100편 이상의 고전과 논문, 기사 등을 학습했다고 한다. 이후 결과물 정리는 다시 김 감독이 맡았다. 첫 AI 소설인 이 작품에는 특별히 감독 후기도 실려 있다.

문장력은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법 기교도 부린다. 다만 아직 AI에게 부족한 문학성을 보완하기 위해 소설 속 운문은 김 감독이 썼다고 한다. 그는 “7년 동안 작업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며 “문학적 평가는 독자의 몫이겠지만 한국 소설의 폭을 조금 더 넓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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